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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MBC 월화 특별기획 <불의 여신 정이> 제작발표회에서 조선 최고 사기장이자 사옹원의 양녀 유정 역의 배우 문근영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MBC 월화 특별기획 <불의 여신 정이> 제작발표회에서 조선 최고 사기장이자 사옹원의 양녀 유정 역의 배우 문근영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문근영은 20대 여배우로서는 드물게 그 이름만으로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흥행력을 보유한 스타다. 아역에서 성인연기자로 넘어오면서 그의 이름값은 폭등했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문근영이 '똑똑한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이었다.

영화 <어린신부>나 <댄서의 순정> 같은 영화에서 문근영은 아이에서 성인으로 가는 중간 지점에 있는 자신의 위치를 포착한 연기를 펼쳤다. 극중 문근영은 여전히 어리고 순수한 이미지로 등장했지만 이미 성인인 남자 배우들과의 설레는 사랑을 표현하며 소녀와 숙녀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었다.

그런가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변치 않는 깜찍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남장을 하고 그림을 그리거나(<바람의 화원>), 까칠하고 독살 맞은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다(<신데렐라 언니>). 그리고 연극 <클로져>에 출연하는 등, 자신의 필모그래피의 폭을 높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문근영은 그렇게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며 흥행성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았다. 특히나 <바람의 화원>으로 그는 최연소 연기대상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예상치 못했던 대상 수상에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떨던 21살의 문근영은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 기대되는 배우였다.

그렇게, 시청률을 떠나 문근영이 선택하는 작품들에는 적어도 '문근영'이라는 배우의 이름만은 남았다. 그가 한 선택들이 많은 대중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더라도, 적어도 작품을 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만족스러움을 남겼던 것이다. 또 첫 회 시청률은 문근영이라는 이름만으로 어느 정도의 흥행을 보장하기에 이르렀다. 문근영은 그 속에서 점점 발전된 연기력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기대를 만족시켰다.

그나마 매력 보여준 '메리는 외박중', 끝까지 우왕좌왕했던 '청담동 앨리스'

 <청담동 앨리스> 속 세경은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SBS <청담동 앨리스>의 한 장면 ⓒ SBS


그러나 최근 문근영의 드라마에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물론 문근영 역시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는 못했겠지만 <메리는 외박중>부터 <청담동 앨리스>, <불의 여신 정이>까지 문근영의 선택은 문근영이라는 배우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혀 색다를 것 없는 전개와 늘어지는 내용이 실망스럽기 했지만 문근영의 깜찍한 외모와 톡톡 튀는 스타일을 남긴 <메리는 외박 중>은 그렇다 치자. <청담동 앨리스>는 초반부터 문근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청담동 앨리스>의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지만 문근영은 끝까지 여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문근영의 앳된 외모는 삶의 무게를 알아버리고 '청담동 사모님'이 되기로 결심한 주인공과 밀착되지 못했고 심지어는 문근영의 외모가 예전만 못하다는 악평마저 들었다.

게다가 끝까지 우왕좌왕하는 캐릭터는 사랑스럽기 보다는 영악해 보였고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문근영의 매력은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였다. 캐릭터가 공감을 주지 못했다는 것은 문근영에게 있어서 엄청난 실책이었다. 그의 캐릭터 분석 능력에 처음으로 의문이 제기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문근영의 이미지 활용법을 재고해 봐야할 때

 <바람의 화원>으로 연기대상을 수상하던 문근영

<바람의 화원>으로 연기대상을 수상하던 문근영 ⓒ SBS


22일 마지막 회를 방송한 <불의 여신 정이> 역시 문근영의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다. 귀엽고 깜찍한 얼굴은 전성기 못지않게 돌아왔고 연기력도 다시 인정받았다. 러브라인을 형성한 이상윤·김범과의 조합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 요소들만 본다면 여러모로 흥행성이 다분한 드라마였으나, 스토리 라인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불의 여신 정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토리가 지나치게 평이하고 단순하다는 사실이다. 장면 장면은 의외성이 없는데 밝혀져야 할 진실은 때를 놓쳐 우왕좌왕하고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은 기어이 죽는다.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 사건의 발생과 해결의 방식을 예측함에도 그 전개 방식은 속도감이 없어 보는 이들이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뻔한 내용이 늘어지기까지 하니 당연히 채널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초반 1위라는 시청률로 기분 좋게 출발했음에도 <굿닥터>의 맹공에 맥을 못 추며 무너졌고 심지어 그다지 강력한 경쟁상대가 아닌 <수상한 가정부>에도 밀렸다.

뿐만 아니라 중간에는 문근영의 눈 부상으로 결방이 되는 불운까지 따랐다. 여러모로 문근영에게는 악재가 겹친 드라마가 된 것이다. 문근영은 그 속에서 고군분투했지만 배우가 아까운 스토리는 문근영의 힘으로 어쩔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시청률 1위를 견인하게 해준 문근영 파워는 결국,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맥없이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근영은 여전히 기대되는 배우다. 그러나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연기 변신을 하려거든 작품성이 있는 작품에 출연을 결정하는 편이 옳고, 스타성을 갖고자 한다면 자신이 가진 매력을 최대한 살린 스토리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문근영의 흥행은 그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 그동안 문근영이 이런 줄타기를 적절하게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문근영표 드라마에 계속된 실망스러움이 이어질 때, 그가 가진 장점 역시 묻혀버릴 공산이 크다. 최연소로 연기대상을 수상하기까지 한 배우인 문근영은 앞으로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제대로 펼쳐 보일 수 있는 문근영의 똑똑한 선택이 필요할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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