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하나은행 FA컵 우승의 주인공은 포항 스틸러스였다.

'황선대원군' 황선홍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는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13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정규시간 내 승부를 내지 못해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펼친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적지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준결승전과 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 박성호, 좌우 날개에 고무열과 노병준이 자리했고 플레이메이커 자리에는 김승대가 섰다. 그밖에 중원에는 이명주와 황지수, 4백 수비는 김대호, 김광석, 김원일, 신광훈이 나섰고 최후방 골문은 변함없이 신화용이 지켰다.

경기 시작부터 양 팀은 팽팽하게 맞섰다. 결승전과 같은 큰 경기에서는 선제골의 향방이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을 의식한 듯 두 팀 모두 초반부터 다소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서로 상대 진영에 빠르고 날카로운 패스로 빈틈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반 분위기는 포항이 미세하게나마 주도권을 잡는 모습이었다.

선제골을 터트린 것은 원정팀 포항이었다. 전반 24분 던지기 공격 상황에서 김대호가 문전을 향해 길게 던져준 볼을 박성호가 높이 뛰어올라 백헤딩으로 연결했다. 공은 전북 수비진을 모두 지나 뒤로 향했고 그곳에는 김승대가 버티고 있었다. 김승대는 침착하게 공을 잡아놓은 뒤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연결, 소중한 선제골을 기록했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포항은 멈추지 않았다.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전방 압박으로 추가골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홈에서 선제골을 헌납하며 자존심을 구긴 전북의 반격도 매서웠다. 전북은 맞불작전으로 더욱 공격 일변도의 전술을 펼치며 동점골을 뽑기 위해 부단히 뛰어다녔다.

그러던 전반 33분 전북은 기어코 동점골을 뽑는 데 성공했다. 포항 진영 좌측에서 얻은 코너킥을 레오나르도가 문전을 향해 올려줬고 이를 윌킨슨이 헤딩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이 볼을 김기희가 정확한 예측 플레이로 몸을 던지는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고 공은 포항의 골네트를 강하게 흔들었다. 이 골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른 시간 동점골을 뽑는데 성공한 홈팀 전북은 더욱 강하게 포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전북의 공세에 포항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신화용 골키퍼가 공을 소유했을 때 천천히 경기를 풀어가며 경기 흐름을 찾기 위한 모션을 취하기도 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황선홍 포항 감독은 전반 42분 노병준을 빼고 조찬호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평소와 달리 예상보다 빠른 선수 교체여서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교체 감행이었다. 제때 교체를 하지 않고 고민하다가 상대에게 추가골을 내주느니 차라리 이른 시간 교체를 통해 경기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전략이었다. 승리에 대한 황 감독의 절실함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전반전 경기는 결국 양 팀이 1골씩 주고받으며 1-1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하프타임이 모두 흘러 양 팀 선수단이 후반전 경기에 돌입했다. 두 팀 모두 별다른 변화 없이 그대로 후반전에 나섰다. 전반 막판의 분위기와 비슷한 흐름으로 홈팀 전북의 공격이 거세게 진행됐다. 전북은 후반 7분 이규로가 과감한 슈팅을 시도했지만 포항의 수문장 신화용의 선방에 막혔다. 신화용은 후반 14분 레오나르도의 빠르고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마저 온몸을 던져 막아내며 포항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좀처럼 추가골이 터지지 않자 양 팀 감독은 연달아 교체 카드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후반 20분과 26분 각각 박희도와 김신영을 빼고 티아고와 서상민을 투입하며 공격진을 보완했다. 그러자 황선홍 포항 감독 역시 후반 28분 전방에서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로 체력을 소진한 박성호를 대신해 배천석을 투입하며 맞불을 놓았다.

전북이 다소 우세한 양상으로 후반전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후반 35분 티아고가 포항의 골문을 노려봤지만 아쉽게 빗나갔다. 전북은 지속적으로 포항의 골문을 뚫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확도면에서 다소 부족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결국 후반전 경기도 추가 득점 없이 1-1 무승부로 종료되어 양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두 팀 모두 이미 세 장의 교체 카드를 활용했지만 연장 돌입 시 각각 한 장의 교체 카드를 더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별한 교체 카드 사용없이 그대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 역시 전, 후반전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연장 전반 13분 황선홍 포항 감독이 주심의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하다가 주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또 하나의 변수였다. 수장이 벤치에 없기 때문에 선수들이 동요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포항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서로를 독려하며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황 감독의 빈자리를 대신한 강철 수석코치 역시 차분한 경기 운영을 주문하며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장 전반 15분의 시간도 훌쩍 흘러 양 팀은 연장 후반전을 맞이했다.

연장 후반 4분 전북은 마지막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진 이규로를 대신해 전광환이 교체 투입되었다. 계속해서 전북의 공세가 이어졌다. 포항은 연장 후반 7분에 레오나르도에게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슈팅을 허용했지만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행운을 맞았다. 결국 양 팀은 연장전에서 승부를 내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부차기는 전북의 선축으로 시작됐다. 첫 번째 키커로 나선 전북의 레오나르도와 포항의 이명주의 슈팅은 모두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승부는 두 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케빈의 슈팅은 신화용이 선방으로 막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포항은 두 번째 키커로 나선 신광훈과 세 번째 조찬호, 네 번째 고무열이 차례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 역시 윌킨슨과 티아고 그리고 서상민이 내리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포항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김태수의 슈팅이 골망을 가르며 결국 승부차기 스코어 4-3으로 경기가 종료, 포항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포항은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경남FC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데 이어 올해 까다로운 팀인 전북마저 꺾으며 FA컵 대회 2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FA컵을 제패하는 영광을 안았다. FA컵 최다 우승 타이틀도 포항의 몫이다. 포항은 이날 정상에 오르며 통산 4회 우승(1996, 2008, 2012, 2013)으로 FA컵 최다 우승 팀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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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 FA컵 전북 현대 황선홍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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