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축구의 벽은 역시나 높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IFA랭킹 8위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44분 네이마르와 후반 4분 오스카에게 연이은 실점을 기록하며 0-2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비록 이날 홍명보호는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지만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로 충분한 가능성을 마음껏 보여주며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열기는 상당히 뜨거웠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짊어지고 있는 스타선수가 대거 포진한 브라질이라는 최고의 팀과의 맞대결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6만 5308명의 만원관중이 운집하며 축제의 장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환승역인 합정역에는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출근길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인파가 몰리며 혼잡을 빚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은 4-2-3-1 포메이션을 기초로 포메이션을 구축했다. 원톱 자리에는 지동원이 나섰고 김보경과 이청용이 좌·우 날개에 배치되어 측면 공격을 이끌었다. 플레이메이커 자리에는 구자철이 나섰으며 기성용과 한국영이 더블 볼란치로 중원을 구성했다. 그밖에 4백 수비는 김진수·김영권·홍정호·이용이 맡았고, 최후방 골문은 베테랑 정성룡이 지켰다.

전반전 - 팽팽한 흐름 속 터진 네이마르의 결정적 한 방

경기 초반부터 한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전체적인 라인을 내리지 않고 전방으로부터 적극적인 압박으로 맞불 작전을 펼쳤다. 첫 번째 슈팅은 한국이 기록했다. 한국은 전반 2분 역습 상황에서 기성용이 현란한 드리블 기술을 바탕으로 브라질 수비진을 강하게 흔든 뒤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공은 아쉽게 골문을 빗나갔지만 기선제압의 의미가 담긴 슈팅이었다.

자존심이 다소 상한 듯 브라질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브라질은 전반 13분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빠른 패스 연결을 통해 네이마르가 정성룡 골키퍼와의 1대 1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재빠르게 달려 나온 정성룡 골키퍼가 안정적인 방어로 막아내며 브라질의 공격은 무위에 그쳤다. 협력 수비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실점을 허용할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후 브라질이 전체적인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한국의 강한 압박 수비에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한국은 김보경과 이청용 등 좌우 측면 공격수들이 최후방까지 내려가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두터운 수비벽에 한몫했다. 좀처럼 한국 수비가 빈틈을 보이지 않자 전반 23분 오스카가 먼 거리에서 중거리 슈팅을 날려봤지만 공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이어 위기를 넘긴 한국의 반격이 펼쳐졌다. 전반 27분 역습 상황에서 우측 풀백에서 사이드라인을 타고 빠르게 오버래핑에 나선 이용이 날카로운 오른발 크로스로 문전으로 연결한 볼을 김보경이 쇄도하며 헤딩 슈팅을 시도했지만, 앞선 다비드 루이스의 헤딩 방어에 막히고 말았다. 연달아 이어진 두 차례의 코너킥 모두 상대 수비의 벽에 걸리며 무위에 그쳤다.

기세를 탄 한국이 전반 33분 재차 역습에 나섰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김보경이 태클로 브라질의 공격을 차단한 뒤 곧바로 빠른 드리블로 역습에 나선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봤지만 제페르송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한국의 역습이 끝나고 전반 34분 브라질이 곧바로 공격에 나섰지만 다니 알베스의 슈팅은 골문을 크게 벗어나고 말았다.

브라질을 상대로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던 한국 대표팀은 전반 44분 결국 뼈아픈 선제골을 허용하고 만다.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이용이 파울을 범하며 프리킥을 내줬고 이를 네이마르가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가르며 팽팽하던 영의 흐름을 깨뜨렸다. 정성룡 골키퍼가 몸을 던져봤지만 공은 이미 골라인을 통과한 뒤였다. 결국 전반전 경기는 네이마르의 골로 한국이 브라질에 0-1로 뒤진 채 종료되었다.

후반전 - 끝까지 투지 발휘했지만 뼈아픈 영패

후반전 시작을 앞두고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이 먼저 변화의 칼을 꺼내 들었다. 브라질은 헐크를 빼고 하미레스를 투입하며 공격 진영에 전술 변화를 감행했다. 전반전 한국의 강한 압박에 의해 중원에서의 연계 플레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미드필더 숫자를 한 명 더 늘리며 활발한 공격을 펼치기 위한 포석을 깔아 놓는 전술 변화였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4분 만에 한국은 뼈아픈 추가골을 실점하고 만다. 오스카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찔러준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받아 정성룡 골키퍼를 가볍게 제친 뒤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의 4백 수비 라인 뒷 공간을 정확하게 노린 네이마르의 날카로운 패스가 돋보이는 득점이었다.

다소 이른 시간에 추가골을 허용하자 홍명보 감독도 결심한듯 빠르게 첫 번째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홍 감독은 후반 5분 최전방 공격수인 지동원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하며 공격 전술을 다듬었다. 하지만 브라질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네이마르를 비롯한 브라질 선수들은 화려한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한국 수비진을 강하게 흔들었다.

상황이 녹록치 않자 후반 19분 한국 벤치에서는 두 번째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플레이메이커 구자철을 나가고 '손세이셔널' 손흥민이 특급 조커로 나섰다. 교체 투입된 손흥민은 좌측 측면 공격수 자리에 섰고, 기존의 김보경은 구자철 대신 플레이메이커로 자리를 옮겼다.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경기장에는 뜨거운 환호와 함성이 가득 울려 퍼졌다.

그러자 두 골차 리드를 잡은 브라질 역시 연이어 교체 카드를 사용하며 응수에 나섰다. 후반 23분 수비형 미드필더인 구스타보와 파울리뉴가 나가고 루카스 레이바와 에르나네스가 대체 자원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미드필더의 체력 보충을 통해 발 빠른 이근호와 손흥민의 측면 공격을 막기 위한 스콜라리 감독의 또 하나의 작전이었다.

후반전이 중반으로 향하자 경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한국은 빠른 템포의 패스 연결을 통한 공격 전개로 만회골을 뽑기 위해 부단히 뛰어다녔다. 하지만 후반 30분 무렵이 되자 다소 지친 모습을 보였다. 움직임은 다소 둔해졌고 높은 기량의 브라질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간을 내주며 추가 실점 위기를 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자 홍명보 감독이 세 번째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홍 감독은 후반 32분 김보경을 빼고 고요한을 투입했다.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 김보경을 위한 결정이었다. 반면, 승기를 잡은 브라질의 스콜라리 감독은 후반 33분과 35분 각각 오스카와 마르셀루 대신 베르나르드와 막스웰을 연달아 투입하며 여유 있는 모습으로 새로운 전술을 실험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 40분 홍명보 감독은 이청용을 대신해 윤일록을 투입하며 마지막까지 공격 일변도의 전술을 고수했다. 경기가 막바지로 향할수록 한국 대표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회골을 뽑기 위하여 부단히 뛰었다. 하지만 굳게 닫힌 브라질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결국 이내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가 울렸고 이날 경기는 한국의 0-2 패배로 종료되었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제대로 된 모의고사를 치른 한국 대표팀은 곧바로 다음 주 화요일(1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예정된 아프리카의 신흥강호 말리와의 또 다른 모의고사를 준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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