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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의원
 정봉주 전 의원
ⓒ 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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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결과는 많은 야권 지지자에게 상처를 줬다. 혹자들은 진보가 아무리 단결해도 보수를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에 빠졌다. 한국 사회가 "유신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다.

야권 지지자에게 패배주의와 우려는 여전히 크다.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으로 많은 촛불이 모였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사태'와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등 몇몇 이슈도 세상을 흔들었다.

"진보, 먹고 사는 문제 해결 능력 보여줘야"

이런 와중에 정봉주 전 의원을 만났다. 정 전 의원은 <나는 꼼수다>(나꼼수)로 인기가 정점을 치던 2011년 12월 감옥에 수감됐다. 10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됐다. 1년 수감생활을 마친 정 전 의원은 경북 봉화로 내려가 협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권력이 감추고 싶은 문제(BBK)를 건드렸다가 감옥까지 간 정 전 의원은 현 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정봉주 전 의원은 그대로였다. 물론 '콘셉트'이지만, 밉지만은 않은 깔때기도 여전했다. 그리고 언중유골까지.

정봉주 전 의원의 대안
▲ 봉봉협동조합 정봉주 전 의원의 대안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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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그는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자신이 경북 봉화에서 진행 중인 봉봉협동조합을 강조했다. 이제 막 농산물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도시-농촌 간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마케팅 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도대체 그는 왜 봉화에 갔으며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 왜 봉화에 갔습니까? 설마 정도전의 뿌리가 봉화여서?
"일단은 1~2년 정도 피해 있기 위해 봉화 행을 결정했죠. 10년 동안 피선거권 박탈됐으니, 여의도 기웃거리는 것도 볼썽사납고. 처음에는 농촌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도 '미권스'(정봉주 팬클럼 '정봉주와 미래 권력들')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죠. 이분들과 어떤 비전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속에서 재단이냐, 협동조합이냐를 두고 고민했죠. 농촌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생각은 사실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 수감생활 후반부로 가면서 FTA 문제, 농촌문제를 고민했죠. 봉화로 가서 단지 공무만 해야 할까? 감옥에서 나올 즈음에 '농촌 살리기' 일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 협동조합을 통해 뭘 하고 싶은 건가요?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진보진영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작더라도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 '구체적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진보가 (국민에게) 무슨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요? 봉화에 가면서 '농촌 살리기'라는 화두를 한 번 고민해보자 했죠. 그래서 협동조합 끄집어 낸 거고."

그렇게 시작한 '봉봉협동조합'. 정 전 의원은 협동조합 필요성을 강조하며 봉봉협동조합이 주력하는 김치의 상품성을 자신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협동조합운동을 중요한 정치운동으로 여긴다.
 정봉주 전 의원은 협동조합운동을 중요한 정치운동으로 여긴다.
ⓒ 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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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에서 본 현 정부의 정책은 어떤가요?
"보수정권은 농촌을 구조조정하려 하고, FTA는 농촌을 죽여요. 그럼에도 제가 보기에는 한국농촌이 제2의 기회를 잡았어요. 일본 후쿠시마 사태 때문입니다. 지금 일본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큰데, 곧 일본 지하수도 오염될 가능성이 높죠. 그러면 농산물을 수입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나라, 우리나라를 찾을 겁니다. 지금 농촌 정책의 포인트는 한중FTA가 아니라고 봅니다."

"저축정신이 부족한 진보"

그는 협동조합운동을 중요한 정치운동으로 여긴다. 협동조합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환경운동을 하게 된 봉화의 평범한 아줌마를 예로 들며, 그는" 진보진영이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주요 선거일정이 아니라 삶의 진보이고, 정치적인 기초체력 강화"라고 지적했다. 

"저는 우리 진보진영이나 정치권에 '저축정신'이 부족하다고 봐요. 저축할 생각을 안 해요. 사람들은 정봉주가 나오면 오로지 정치적인 발언만 하기를 바랍니다. 당장은 속 시원하겠죠. 그런데 그게 우리 진영의 힘을 모으고 축적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한 거죠. 한 축으로 농촌에 봉봉협동조합을 두고, 정치적인 기초체력 강화를 위해 '정봉주의 시국토론회' '정치학교'를 열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 계획입니다."

- 생활정치 중요하죠. <나꼼수>가 사람들에게 호응받은 배경에는 일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동력이 거의 안 보입니다.
"지금이 '멘붕(멘탈 붕괴)'의 마지막 지점입니다. 멘붕이 와서 배출하고, 쏟아낼 수 있는 장이 촛불이었는데 사그라지잖아요. 안철수 지지 움직임도 있었는데 그 분위기도 줄었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애초에 끝났고. 멘붕의 마지막 지점인데, 우리에게 비전을 주는 무엇이 있을까? 역설적으로 지금 시점에 누구든 '액션플랜'을 해야 합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정치인'으로서 그의 분노 대상은 현 정부가 아닌 지리멸렬한 민주당과 진보진영이었다.
 정봉주 전 의원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정치인'으로서 그의 분노 대상은 현 정부가 아닌 지리멸렬한 민주당과 진보진영이었다.
ⓒ 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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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그는 소위 '같은 편'인 민주당 비판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현재보다는 미래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정치인'으로서 그의 분노 대상은 현 정부가 아닌 지리멸렬한 민주당과 진보진영이었다.

"제가 비판 안 하면 박근혜 정부 잘못 누가 모르나요? 다 알잖아요. 불통, 국정원 사건에 대한 침묵 등. 국정원 사건은 전 정권이 한 일이기 때문에 난 할 말이 없다? 그럼 일본한테는 정신대 문제를 왜 사과하라고 해요? (국정원 문제에 책임지지 않는 건) 사회적 책임, 연대책임이라는 기본 정치철학이 부재하다는 증거예요. 독일은 심심해서 (2차 세계대전 문제로) 사과 하나요?

한 사회에 속해 있으면 그 사회에 대해, 내 조직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수치심을 먼저 가질 줄 알아야 해요. 전임 정권으로부터 이득을 봤든 어떻든 간에, 같은 새누리당이라고 하는 보수의 뿌리에서 나온 정권이면 그런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일을 한 것에 대해서 반성하고 사과해야죠. 더불어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끔 강도 높은 개혁을 해야 하는데, 말을 안 듣잖아요."

"저는 그보다 비판하기 힘든 '우리 진영'에 대해서 비판할 겁니다. 내년 지방선거 집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재선 가능성도 49%. 무척 위험합니다. 일치단결해도 당선 가능성 49.9%. 뭐 때문에 0.01%가 부족하냐? 저는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물리적 결합만 했지 화학적 결합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경선 때부터 박원순 찍어 내리기가 일사불란하게 진행될 겁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희망이 없는 거죠. 우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박원순 시장에게 불리한 경선 룰이 나올 거예요. 민주당이 박원순을 더 더 적나라하게 씹어대지 않을까?"

"이미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7:3 정도? 중도를 잡기 위해서 중도로 간다는데, 그건 착각입니다. 자기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중도가 함께 할 수 있는 상식적 카드를 내줘야죠. 자신의 중심이나 정체성을 중도로 가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잘못하고 있는 거지. 많은 (민주당) 의원들 자신이 자꾸 그리로 가거든요. 그럴 게 아니라, 명백한 개혁적 정체성을 갖고,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중도를 설득해야죠. 오히려 박원순 시장이 맞는 겁니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걸 보여주는 거. 박원순 시장만큼 진보적인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런데 자기 입으로 진보라는 이야기를 한마디도 안 하잖아요. 그러니까 중도에 있는 사람이 찍기에 부담 없는 거죠."

"이번 교학사 역사교과서 문제 대응을 보면서 진보진영 '전투력'에 실망했어요. 교학사 역사교과서 바로 알기 운동을 했어야죠. 그런데 왜 대중화 못 시킬까? 국정원 사건보다 훨씬 대중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쉬운데. 역사교과서 문제는 정치적이지 않기 때문에 의원들이 '친일' '매국' 등 역사 바로 알기로 치고 나갔으면 많은 사람이 공감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현 정권의 입김이 반영됐다' '교육정책이 반영됐다' 등을 이야기해야죠. 비정치적인 이야기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아프거든요. 그런데 민주당이 너무 못하는 거죠. 몸 사리면서 안 하는 것 같아요. 임기가 너무 많이 남아서 안 하고 있는 거죠. 야당 국회의원들은 지금 고통스럽지 않아요. 세비 따박따박 나오고, 보좌관·비서관 있고, 행복하게 살고 있죠."

"위기는 곧 드러난다"

정봉주 전 의원
 정봉주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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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불편한 현실'에도 정 전 의원은 우리 사회가 쉽게 파시즘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공약들을 파기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가고 있지만, 이도 곧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 높고, 표출되지 않은 국민들의 분노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제위기 역시 점점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을) 언제까지 믿을 것 같아요? 박근혜니까 믿는 건 맞죠. 아버지의 경제 신화도 있고. 그런데 그 믿음이 이 정권 끝까지 갈까요? 저는 정치적 상황보다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고 봅니다.

지금 국민들은 몇 번 정권을 바꿔봤고, 정말 잘못하면 정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위기가 곧 드러날 것이라고 봐요. 정치가 아니라 생활의 문제로."

끝으로 그는 다시 봉봉협동조합을 이야기했다. '자기 일'이기도 하지만, 다 같이 잘 살기 위해서는 일부 대기업 제품보다 협동조합을 애용해야지 않겠느냐며.

"우리가 정치적으로는 수구 '꼴통'과 재벌을 비판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지출한 게 재벌과 보수진영을 살찌웠잖아요. 재벌 불매운동은 아니더라도 협동조합 상품을 소비하는 운동을 해야죠. '우리끼리 돕자. 우리끼리 소비하자.' 자동차 같은 건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것은 대기업 제품 소비하지 않는 게 좋죠."


태그:#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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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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