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족문제 연구소 박한용 홍보실장
 민족문제 연구소 박한용 홍보실장
ⓒ 박한용

관련사진보기


뉴라이트 계열의 이명희 교수와 권희영 교수가 대표저자로 참여한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지난 8월 말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후 50여일이 지났다. 하지만 역사 왜곡 논란이 사그러들기는커녕 역사학계와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공동 집필에 이름을 올린 현역 역사교사들이 저자명에서 빼주길 요구했고, 이 교수가 재직 중인 공주대 역사학과 동문은 물론 학과장까지 이 교수를 비판하고 나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구한말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그만큼 역사는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은 100년 전 일제 식민지를 기억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잊으려 하는가 하면, 그것을 왜곡해 일본의 우익과 비슷한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왜 우리는 때 아닌 역사 왜곡 논란을 벌여야 하는 것일까? 이 질문의 해답을 얻기 위해 지난 7일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홍보실장을 만났다.

박 홍보실장은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상황을 두고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면서 "수준이 안 되는 교과서를 통과시킨 것뿐만 아니라 교육부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수정할 기회를 주고, 새누리당 실세인 김무성 의원은 이명희 교수를 만나 역사강좌를 개최해 노골적으로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하고 나섰다, 정부는 교학사 교과서를 무조건 통과시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이런 원인을 "친일이나 독재 등 역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정통성이 결여된 현 정권이 역사교과서를 뜯어고쳐 자신들의 정통성을 날조하고 이를 교육의 현장에서 미래세대에게 주입하려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행 역사 교과서가 친북으로 서술되었다"는 교학사 교과서 필진의 주장에 박 홍보실장은 펄쩍 뛰며 "말도 안 된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집필 기준에 따라 서술했다. 내용이 부실해 문제가 되자 이를 색깔론이나 진영론으로 몰고 가 보수와 수구 세력의 지지를 받아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반공을 앞세워 다 해먹겠다는 것"이라고 교학사 교과서 필진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뉴라이트 계열의 유영익 교수를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에 박 홍보실장은 "(유 교수는) 이승만을 역사적 인물과 비교해 극찬하는 '이승만마니아'다. 개인적으론 자유지만 객관성과 공정성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가져야 할 자리에는 부적절하고 또한 이명희·권희영이 대표로 재임한 한국현대사학회의 상임고문이다. 이런 사람을 임명한 것은 교과서를 정치도구로 삼은 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홍보실장과 나눈 1문 1답이다.

"내용 부실 문제를 수구 세력 지지로 돌파하겠다는 것"

- 뉴라이트 교과서라 불리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지난달 교육부 검정을 통과하면서 논란이 뜨거운데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검정에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되는 책을 통과시켰다는 것 자체가 문제고, 그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교육부가 규정을 어겨가면서 수정할 기회를 준 것은 굉장히 문제가 됩니다.

더구나 교육부 장관이 채택 기간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수정할 기회를 준 날, 현 정권의 실세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집필자 중 한 사람인 이명희 교수를 만나고 역사강좌를 개최하겠다고 밝혀 노골적으로 이 엉터리 교과서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현 정부는 이것을 무조건 통과시키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단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어요."

- 왜 그럴까요?
"친일파를 변호하거나 미화하고 일제의 식민지 지배조차도 긍정적으로 서술했고, 이승만과 박정희 등 독재자를 민족의 지도자로 찬양했어요. 현재 새누리당을 비롯한 수구세력의 정치적 입장과 궤를 같이해요. 다시 말하면 친일이나 독재 등 역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정통성을 결여한 현 정권이 역사교과서를 뜯어고쳐 자신들의 정통성을 날조하고 이를 교육의 현장에서 미래세대에게 주입하려는 것이죠. 결국 이 엉터리교과서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고 정당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에 강력하게 밀어붙인다고 말할 수 있어요."

- 현 정권에게 역사적 정통성이 없나요?
"현 정권뿐만 아니라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은 기득권 세력이죠. 그들은 친일 독재를 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불가피성을 말하며 공과론을 얘기해서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어요. 현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가 친일과 독재의 상징인 박정희잖아요.

그런데도 이 교과서는 박정희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최남선, 김성수, 이병도 등 거물친일파에 대한 미화를 통해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고 박정희의 5·16쿠데타나 유신 독재에 대해서는 불가피하다거나 근대화혁명과 연계시켜 미화하고 있습니다. 친일과 독재는 반헌법적인 것들이에요. 이런 입장을 지지하는 정권이 어떻게 대한민국 정통성을 내세울 수 있습니까?"

- 역사 서술은 어떻게 보면 객관적이지만 또 다르게 보면 역사 서술만큼 주관적인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보수 측에서는 보수적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해도 되지 않을까요?
"물론 역사서술은 사관에 따라 달라져요. 주관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지만 어디까지 그 주관성이라는 것은 사실에 입각한 해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자체를 틀려서는 안 되죠. 그런데 이 교과서는 사실 자체가 너무 틀렸어요. 기초적인 사실조차 틀린 교과서는 자질이 부족한 것이지 역사 해석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에요.

또 현행 검인정 교과서는 수업이나 입시와 연계되어 있어 사관이 개입되기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역사학자들은 개인 저작이나 논문 등으로 자신의 역사관에 입각해 서술하지 고교 교과서로 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제 멋대로 주장을 사관이라 하는 것도 코미디고요. 현 교학사 교과서는 해석이나 사관의 차이가 아니라 엉터리이자 정치 도구라는 데 문제가 있는 겁니다."

- 교학사 역사 교과서 필진은 "현재 역사 교과서가 친북을 바탕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주장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도 안 되죠. 현행 교과서는 어디까지나 집필 기준안에 따라 서술할 수밖에 없고, 국가보안법이 엄연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 때 집필된 것이에요. 그냥 (다른 교과서를) 친북이나 종북으로 몰아감으로써 이 교과서(교학사 교과서)는 반공투쟁을 하니 무조건 밀어달라는 억지춘향이죠. 결국 내용이 부실해 문제가 되자 이를 색깔론이나 진영론으로 몰고 가 보수와 수구 세력의 지지를 받아 돌파하겠다는 것이죠. 반공만사형통 전술이죠.

2008년에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이 현행 한국사 교과서 근현대사 부분이 좌경이라고 몰아치면서 이른바 대안교과서를 내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죠. 이번 5월 말에는 교학사 검인정교과서가 통과되면서 즉각 '현행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남로당식 사관으로 기술되어 있다'고 포문을 열었죠. 기가 막힐 일이에요. 다음에는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집필하겠다는 뜻인데 그 명분을 반공을 끌어대고 있어요. 그냥 수법이에요. 반공을 앞세워서 다 해먹겠다는 거죠."

"'수구' 삼각편대의 10년에 걸친 역사 쿠데타"

'친일·독재 미화 뉴라이트교과서 무효화선언 전국 학부모 기자회견'이 9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주최로 열렸다.
▲ "친일·독재 미화 뉴라이트교과서 무효다" '친일·독재 미화 뉴라이트교과서 무효화선언 전국 학부모 기자회견'이 9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논란이 되자 교학사에서는 출판 포기를 검토했으나 저자들의 압박으로 예정대로 출간하기로 했어요. 교학사 입장이 난처할 것 같은데.
"짜고 친다는 느낌이에요. 교학사는 교과서와 참고서 전문 출판사에요. 혹시 일본 우익 교과서를 낸 후쇼사나 지유사처럼 이미지가 나빠져 행여 자기네 다른 교과서나 참고서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차피 저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출판해야죠. 권희영, 이명희 같은 이들이 출판을 포기하겠어요? 이를 잘 알고 있는 교학사는 한편으로는 저자에게 책임을 넘기면서 자기네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거죠. 정권 실세 김무성 의원마저 교학사를 '국민의 출판사'로 지켜줘야 한다고 비호하는 데 출판사가 왜 떨겠어요."

- 교육부가 교학사 이외의 역사 교과서에도 수정 권고 지시를 내렸지만 집필진이 거부했는데 이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어디까지나 문제가 된 것은 교학사판 엉터리 교과서에요. 그런데 교육부는 교학사판을 어떻게 해서라도 통과시키기 위해 8종 교과서를 묶어서 수정하라고 꼼수를 피운 거죠. 다른 교과서도 동일하게 문제가 많은 것으로 대중들에게 착시효과를 일으키게 해 교학사문제를 묻어버리려 하니 거부할 수밖에 없죠."

- 지난 9월 18일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교육부는 군사작전하듯이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를 비밀리에 통과시켰다"고 비판하셨는데, 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교과서라고 하는 것은 검정 통과하면 각 학교에서 채택하는 단계가 있기 때문에 비공개 자체가 불가능하고 어불성설이에요. 교사들도 봐야 하고 전문가들도 볼 수 있어야죠. 그런데 교육부와 국편(국사편찬위원회)은 통과가 된 교과서 검정본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조차 제공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어쩔 수 없이 제출하면서도 교과서 내용의 일부라도 외부에 유출하면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협박'문구까지 달고 제출했어요. 다시 말해 그만큼 찔리는 게 있으니 국가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기들 맘대로 통과시켜서 절차적 하자가 없게 하려는 것이겠죠."

- 국사편찬위원장으로 뉴라이트로 알려진 유영익 교수가 내정되었는데 어떻게 보세요?
"유 교수는 이승만을 세종대왕과 같은 DNA를 가졌다거나 진시황 또는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와 같다고 극찬을 하는 이승만마니아예요. 대단히 기독교 편향성을 가지고 있고요. 나아가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백년전쟁>이나 한국 근현대사 학자들 일부를 종북 또는 좌경이라고 말하는 등 색깔론 학자에요. 개인으로는 자유지만, 국사편찬위원장은 그 책무를 볼 때 무엇보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유 교수는 2008년에 뉴라이트의 말썽 많은 이른바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의 책임감수자에요. 게다가 이 책을 당시 대학 교재로 직접 채택했던 인물이고, 이명희·권희영이 대표로 재임한 이 교과서의 본향인 한국현대사학회의 상임고문입니다. 한통속이잖아요? 이런 사람을 임명한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잖아요. 교과서를 정치도구로 삼은 거로밖에 볼 수 없어요."

- 박근혜 대통령은 "교과서가 이념 논쟁의 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어요. 역사를 이념을 집어 넣는 것이 옳은가요?
"본인이야말로 정치적으로 교과서를 활용하고 있어요. 2008년에 대안 교과서가 나왔을 때 당시 박근혜 의원은 '현재 한국근현대사가 획일화 되어 있어서 걱정이 많은데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가 나와 근심을 덜게 되었다'고 직접 축사까지 했어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자 엉터리 교과서가 검정통과 되고 그 배후라 할 유영익을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새누리당이 엉터리 교과서의 후견인을 자처했잖아요. 교과서를 정치적 이념 도구로 만든 것을 통과시킨 게 현 정권이에요. 박근혜 대통령 자신에게 돌아가야 할 말입니다."

"긍정적 사관 심어야 한다? 결국 새누리당 지지하라는 소리"

- 박근혜 정부에서 왜 역사 왜곡 문제가 제기되었을까요?
"이건 10년간에 걸친 역사쿠데타이죠. <친일인명사전>이 편찬되고 있을 즈음인 2003년 한나라당 의원이 느닷없이 건국절을 제기하고, 2005년 뉴라이트 세력이 교과서포럼을 만들면서 조중동 수구언론과 함께 현행 한국사교과서에 대한 색깔논쟁을 제기했습니다. 2008년 건국절 지정 및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출간과 금성교과서 공격 등의 최종 결과가 이번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검인정 통과에요.

수구학자들과 수구정당과 수구언론의 삼각편대가 십년간 합작한 역사쿠데타죠. 특히 노무현정부 이래 많은 과거사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친일과 독재 그리고 각종 국가 테러리즘의 역사가 밝혀지자 이런 것들이 새로운 교과서에 실릴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역공을 가한 거죠."

-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현재 역사교과서는 자학 사관이라며 긍정적 사관을 심어줘야 한다던데.
"일본 우익이 통상 쓰던 수법을 옮겨온 거죠. '대한민국 성공신화에 입각해 역사를 써야 한다. 그런데 현행 교과서는 대한민국 성공신화의 주역들을 친일파니, 분단 주범이니, 독재자로 몰면서 폄하하고 있고 나아가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역사를 모독한다'는 게 자학사관론의 핵심이죠. 긍정적 인식이란 친일파와 독재자에 대한 찬양과 그 계승자로서 새누리당과 수구세력의 정통성을 인정하라는 것의 우회적 표현이 긍정적 사관입니다. 결국 새누리당 지지하라는 주문이에요."

- <뉴스타파> 보도에 의하면 이명희 교수와 권희영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저자들이 여러 차례 문제제기 했지만 묵살되었다면서 저자 이름에서 빼달라고 했다던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교과서 집필진에는 현역 교사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조차 이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집필진 내에서도 이견이 있고 교사 집필진 자신들도 수긍하지 못하는 내용이라는 거죠."

- 앞으로 민족문제연구소에서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실 계획이십니까?
"권력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현실을 보자면, 결국 이 엉터리 교과서는 미래의 청소년을 특정 정당의 지지기반으로 삼으려는 정치도구로 악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 가치마저 부정하면서 역사를 날조하고 청소년을 타락시키는 역사범죄를 저지르려는 이 교과서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자 아고라청원을 통해 백만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행 교육현장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며 교과서의 정치도구화라는 암울한 현실이 도래함을 널리 알리고 시민들의 힘으로 모으고자 합니다."


태그:#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뉴라이트, #교학사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