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의 박시온(주원 분)

<굿닥터>의 박시온(주원 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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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방송된 KBS 2TV <굿닥터> 18회에서 박시온(주원 분)은 어느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주치의 역할을 거절당했다.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말하는 것도 이상하고, 행동하는 것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 것이 내심 찜찜해서다. 보호자는 항의하기 시작한다. 장애인 의사에게 내 아이의 진료를 맡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시온은 주치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보호자의 권한이라고 설명하며, 스스로 주치의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 일을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차윤서(문채원 분)에게 말한다. "저를 오래 보신 분들은 저를 믿어 주시겠지만, 처음 보신 분들은 그러실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박시온은 자신을 인정했고, 상황을 이해했다.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그럴 수 있겠구나' 하며 헤아린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나 앙금이 없다. 자신에 대한 한탄이나 좌절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과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흡수한지 오래다.

사실 <굿닥터>의 박시온을 보면서 '나라면 과연 박시온 같은 의사에게 진료를 맡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단번에 고개가 끄덕여지진 않았다. 주치의를 바꿔달라는 말을 쉽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그를 쉽게 신뢰할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는 나와는 다른 사람, 내 생각과는 다른 생각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마음속에서 치고 올라오는 고집스러운 선입견 때문일 테다.

"남들이랑 조금 다른 거 이젠 마음 아파하지 않습니다. 내가 잘 하면 모든 분들이 다시 봐 주시니까요." 박시온이 남긴 이 말은 우리 사회를 향해 다시 한 번 활시위를 당긴다. 장애를 장애가 아닌, 그저 남들과는 조금 다른 것으로 봐야 함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이제 나와는 다른 누군가를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만든다.

ⓒ kbs


18회 후반부에서 박시온은 남들과 달라 마음 아픈 한 가지를 차윤서에게 고백한다. 그 한 가지는 바로 차윤서였다. 박시온은 자신이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면, 더 멋지고 더 괜찮은 남자였다면, 차윤서를 더 기쁘게 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고 말한다. 오직 단 한 순간,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섰을 때 다름이라는 것이 고통으로 뒤바뀌어지고 마는 것이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낮아지고 작아지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더 해주고 싶어서 안달하고,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고민한다. 만약 자신과 자신에게 허락된 상황이 남들과 다르다면 그 마음은 더욱 절절하고 애달플 테다. 세상의 선입견이 주는 비난에 익숙해진다 할지라도, 설사 그것을 온전히 극복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순간 미혼모들의 사랑이 떠올랐으며, 동성애자들의 사랑이 떠올랐다. 현재 미혼모들과 동성애자들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히 팽배해 있다. 그 선입견은 질타를 낳고, 질타는 그들에게 무서운 고립을 선사한다.

박시온의 장애가 '장애'가 아닌 '다름'이듯, 미혼모, 동성애자들 역시 그저 다름으로 여겨져야만 한다. 그들은 사회로부터 격리되거나 멸시 받거나 조롱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만약 정죄를 당해야 한다면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는 사람들의 지독한 편견과 독선에 가까운 아집일 것이다.

아마도 <굿닥터>의 결말은 박시온이 그가 사랑하는 여자 차윤서와 사랑을 이루는 것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장애인 의사의 사랑도 그러할까? 미혼모들이 당당하게 사랑고백을 할 수 있을까? 동성애자들이 떳떳하게 데이트를 즐길 수 있을까? 아직 그들에게 훈훈한 결말은 없다. 사회의 선입견이, 우리의 편견이 머리속에서 잘 떨어져 나가질 않아서다.

박시온이 토해낸 다름으로 인한 고통은 그저 드라마 속 장애인 의사 캐릭터의 넋두리지만은 않다. 어쩌면 내 가족, 내 친구, 내 동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제 다르기 때문에 사랑도 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먼저는 다름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들의 일상부터 다독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머리속에 있는 무언가를 과감히 빼내야만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에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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