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베르캄프, 티에리 앙리, 피레스, 비에이라, 지우베르트, 융베리가 매끄럽게 공을 돌리며 훌륭한 조직력을 자랑했던 하이버리 스타디움 시절의 아스널이 떠오를 정도였다. 여섯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그들이 왜 프리미어리그 단독 선두(6승 1패, 13득점 7실점)에 올라 있는지를 잘 가르쳐주는 경기였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스널 FC(잉글랜드)가 우리 시각으로 2일 새벽 3시 45분 런던에 있는 아스널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3-2014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그룹 SSC 나폴리(이탈리아)와의 안방 경기에서 간판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의 1골 1도움 활약에 힘입어 2-0의 완승을 거두고 그룹 선두(2승, 4득점 1실점)에 올라섰다.

메수트 외질, 7분 간격 1득점 1도움

지난달 19일 마르세유 방문 경기에서 2-1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아스널 선수들은 수많은 런던 팬들 앞에서 믿음직스러운 경기력을 자랑하며 승리했다. 더구나 상대 팀은 지난 시즌 이 대회 준우승 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2-1로 물리치며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나폴리였다.

과거 리버풀 FC를 훌륭한 팀으로 만들어 놓은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나폴리는 이번 시즌 세리에 A에서 AS 로마, 유벤투스, 인테르 밀란과 나란히 4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더구나 베니테스 감독은 오랜 기간 벵거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스널에는 메수트 외질이라는 훌륭한 플레이 메이커가 뛰었기에 승점 3점을 따내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경기 시작 7분만에 홈팬들의 환호에 보답하는 멋진 선취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옆줄 가까운 곳에서 골잡이 올리비에 지루의 재치있는 찔러주기가 나왔고 이 공을 받은 아론 램지가 반대쪽에서 달려드는 외질을 겨냥했다. 낮게 깔려 오는 램지의 패스를 받은 외질은 공을 잡아 놓지도 않고 왼발 인사이드 킥으로 방향만 바꿨다. 베니테스 감독과 함께 리버풀의 골문을 오래 지켰던 페페 레이나도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골이었다.

메수트 외질은 그로부터 7분 뒤에도 추가골을 만들어내며 런던 팬들에게 '외질 효과'를 각인시켰다. 나폴리 왼쪽 라인이 어설프게 공을 처리하는 것을 가로챈 아스널 선수들은 간결한 2:1 패스로 나폴리의 측면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지루의 찔러주기를 받은 외질이 오른쪽 끝줄 바로 앞에서 반 박자 빠른 왼발 바깥쪽 패스로 다시 지루의 발끝을 빛냈다. 지루는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치며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후반전의 침묵

그런데 올리비에 지루의 추가골 이후에는 골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역시 방문 팀을 이끌고 런던에 온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은 벵거 감독의 축구를 잘 알고 있는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조직력을 당해내기 위해서는 상대팀만큼의 조직력이 필요한 것을 베니테스 감독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경기 초반에 두 골을 내주며 끌려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 이후 시간은 나폴리도 만만하게 볼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수비 라인을 적절하게 올려세우며 아스널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압박했고 그 결과 더이상 골을 내줄 일을 만들지 않았다.

베니테스 감독은 후반전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메르텐스, 사파타, 페르난데스를 차례로 들여보내며 아스널 골문을 위협했다. 비록 만회골을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벵거 감독에게 또 다른 숙제를 안겨준 셈이었다. 외질의 발목이 잡힐 때 경기를 제대로 풀어주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듯 보였다.

이제 아스널 FC는 우리 시각으로 6일 밤 12시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방문 경기를 위해 더 호손스로 들어간다. 나폴리도 6일 밤 10시 리보르노를 산 파올로에 불러들여 세리에 A 7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한편, 같은 시각 BVB 슈타디온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 마르세유(프랑스)의 경기는 골잡이 레반도프스키가 2골을 터뜨리며 부활한 도르트문트가 3-0으로 완승을 거두고 1라운드 나폴리 방문 경기 패배의 아픔을 씻어내며 2위(1승 1패, 4득점 2실점)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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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2014 UEFA 챔피언스리그 F그룹 경기 결과(2일 아스널 스타디움, 런던)

★ 아스널 FC 2-0 SSC 나폴리 [득점 : 외질(7분,도움-램지), 지루(14분,도움-외질)]

◎ 아스널 선수들
FW : 올리비에 지루
AMF : 로시츠키(63분↔잭 윌셔), 메수트 외질, 아론 램지(88분↔나초 몬레알)
DMF : 아르테타, 플라미니
DF : 깁스, 코시엘니, 메르테자커, 사냐
GK : 슈체스니

◎ 나폴리 선수들
FW : 판데프(60분↔메르텐스)
AMF : 인시네, 함식, 카예혼(76분↔사파타)
DMF : 인레르, 베라미
DF : 주니가, 브리토스, 알비올(83분↔페르난데스), 메스토
GK : 페페 레이나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3-0 마르세유

◇ F그룹 중간 순위
1위 아스널 FC 2승 6점 4득점 1실점
2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1승 1패 3점 4득점 2실점
3위 나폴리 1승 1패 3점 2득점 3실점
4위 마르세유 2패 0점 1득점 5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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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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