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송포유> 포스터

SBS <송포유> 포스터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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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6일) 밤 <송포유>의 마지막 회인 3부가 방송된다. <송포유>는 1·2부 방송 이후, '일진 미화' 논란이 커지자 급기야 연출을 맡은 서혜진 PD가 긴급 기자 기사를 결정하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제작진이 대중이 분노하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송포유>는 학교폭력 가해자를 비롯한 방황 청소년들의 합창대회 도전기를 다뤘기에 민감한 소재였다. 그럼에도 출연한 청소년들에게서는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도전에 대한 간절함이 엿보이지 않았고, 시청자들은 이에 분노했다.

25일 서혜진 PD와 제작진은 시사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해명의 자리를 가졌지만, 그 내용이 대중의 분노를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한 제작진은 "아이들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실제로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을 바라는 대중의 눈높이와는 확연히 달랐다.

1·2부 방송 후, 출연진의 폴란드 클럽 출입 사실이 알려져 대중의 시선이 더욱 냉랭해진 상황에서 방송을 앞두고 있는 3부. 과연 "3부를 꼭 봐야 한다"고 당부했던 제작진의 바람처럼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까.

음악교육 가능성 가지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기적의 하모니> 

훌륭한 음악 교육은 때로 드라마틱한 일을 만든다. 1975년 베네수엘라 빈민가 차고에서 11명의 아이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후, 30만 명의 단원을 가진 오케스트라로 성장한 엘 시스테마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이 그랬다. 한 명의 경제학자(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에 의해 탄생한 오케스트라 프로젝트의 성공은 이후 타 국가들에게도 교육의 롤 모델로 전파됐다.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았다. 금난새가 지휘한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이었다. 정부 부처도 적극 권장했다. 2011년부터 문화부는 지역 사회 기반형, 교과부는 학교 기반형 오케스트라 교육 지원을 지원했다. 이런 음악 교육의 힘은 사회 구조적 모순(가난, 지역환경)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줬다.

이후, 방송계도 '음악 교육 콘텐츠'에 주목했는데 다소 과감했고, 또 자극적이었다. 가난과 지역환경 등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학교폭력이나 일탈 등 개인의 문제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2011년 청소년 수감자 합창단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SBS <기적의 하모니>와 2009년 SBS <스타킹>에 출연해 유명해진 한 성악 고교생 출연자의 사례가 그랬다. 사실, 방송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나 청소년들의 수감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했다.

다행히 방송은 이에 충실했다. 특히 <기적의 하모니> 속 수감 청소년들에게서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후회가 느껴졌다. 비록 큰 죄를 지었지만 피해자에게 끊임없이 미안해하고 후회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청소년 수감자들은 연습에 있어 성숙한 모습이었다. 때론 또래들끼리 싸우기도 했지만, 노래 연습에 있어서만은 항상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덕분에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죄를 지은 청소년이란 편견을 털고, 그들의 도전을 응원할 수 있었다.

<송포유> 3부, 진지한 '반성과 간절함' 담겼을까?

하지만 2013년 <송포유>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들의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엿보이지 않는다. 자연히 시청자들은 '왜, 저 학생들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그저 '방황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송의 취지에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송포유> 출연 학생들은 학교 폭력을 자랑하듯 말했다. 그리고 성숙하지 못한 연습 태도를 보였다. 그들의 폭력 경험담 등 설익은 발언을 정제해야 할 제작진은 마치 중계식 자막을 달았고, '일진 미화'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논란은 번졌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송포유> 출연 학교의 한 교사는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제작진의 편집을 탓했다. 제작진은 남은 3부를 보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득 궁금하다. 이번 논란은 누구의 탓일까?

적어도 기회는 변화를 간절히 원하는 청소년에게 주어졌어야 했다. 엘 시스테마의 기적도, 수많은 음악 교육 프로젝트의 의의도 학생들 스스로 변화할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과연 <송포유> 제작진은, 출연자는 이 기본에 충실했는가?

시청자들이 <송포유>에 분노했던 이유는 그들이 불량 학생이기 때문이 아니라, 반성할 생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성하지 않고, 절박하지 않는 그들에게 멘토 손에 이끌린 세계 합창대회에서의 수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진정 <송포유>는 출연한 청소년을 위한 방송이었을까? <송포유>에 요구하는 진지함이란, 제작진의 질문으로 유도된 한 줄의 상투적인 사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마음으로 반성하고, 다른 삶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다시금 고스란히 출연자가 떠안아야 하기에 염려스럽다.

송포유 기적의 하모니 엘 시스테마 학교폭력 일진 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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