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 감자별 2013QR3 >의 나진아(하연수 분, 왼쪽)와 홍혜성(여진구 분).

tvN < 감자별 2013QR3 >의 나진아(하연수 분, 왼쪽)와 홍혜성(여진구 분).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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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사단이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으로 다시 돌아왔다. 2011년 <하이킥> 시리즈인 <짧은 다리의 역습>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지난 5년 동안 김병욱표 시트콤을 대변했던 '하이킥'이라는 이름을 과감하게 버리고, 이번에는 '감자별'이라는 재미있는 행성의 이름을 들고 나타났다. 그동안 유지해왔던 '하이킥' 시리즈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리즈의 개척을 시도해 보겠다는 굳은 결의일 테다. 

23일 첫 방송 이후 호평이 쏟아졌다. '역시 김병욱'이라는 찬사가 자연스레 터져 나왔다. 김병욱 사단이 지니고 있는 엉뚱한 상상력과 이를 현실 속에서 부드럽게 녹여내는 연출력이 첫 회에서부터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출발점만 보자면 전작인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보다 훨씬 산뜻한 듯싶다.

김병욱 시트콤에서 이순재, 황정음을 다시 본다는 것도 반가웠고, 노주현, 김보라, 오영실, 김광규 등 중견 탤런트들의 조합이 유난히 김병욱 사단과 잘 어울리는 듯했다. 출연진 라인업에는 있으나 아직 등장하지 않은 장기하와 줄리엔 강 역시 <감자별>을 빛나게 할 유력한 인물들로 꼽히고 있다. 일단 2회에 걸쳐 보여준 배우들의 시트콤 적응력은 기대 이상으로 완벽하다.

2회 만에 핑크빛 모드...하연수-여진구 커플연기 기대돼

혹자는 시트콤이 시트콤답지 않다고들 말한다. 빵빵 터지는 웃음 제공을 기본으로 삼아야 하는 시트콤의 역할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하다는 얘기일 테다. 사실 드라마적 요소가 조금 더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주현이 스카이 콩콩을 타면서 취임식에 등장을 하고, 하연수가 물개처럼 음식을 받아먹으며, 황정음이 확성기로 이순재에게 말을 하는 장면들은 엉뚱하지만 유치하지만은 않는, 당황스럽지만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김병욱 사단 특유의 재치이며 유머 코드이다.

어쩌면 김병욱 감독은 '시트콤이 반드시 시트콤적인 요소들로만 가득 채울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을 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을 달리 했을 수도 있다. 시트콤에 드라마적 요소를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에 시트콤의 요소들을 적절하게 섞는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쪽으로 말이다.

ⓒ CJ E&M


<감자별>은 여러모로 새롭다. 가벼운 실소가 나올만한 장면들을 가급적 배제하고, 일일드라마와도 같은 느낌을 잘 살려내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극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확실한 선을 중간 중간 그어버린다. 시트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았음을 시청자들에게 똑바로 전달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감자별>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인물은 홍혜성(여진구 분)과 나진아(하연수 분)다. <감자별>의 실질적인 남녀 주인공이고, 가장 호감 가는 캐릭터이며, 가장 궁금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인물들이다. 무엇보다 서서히 시작되는 이들의 달달한 핑크빛 모드가 왠지 모르게 가슴을 설레게 하고, 첫 사랑을 시작했던 아련한 그 때로 되돌아가게 한다.

나진아는 김병욱표 시트콤에 등장하던 흔한 여주인공 캐릭터다. 스펙도 없고,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88만원 세대, 그러면서도 꿈을 간직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당찬 캐릭터. 나진아만 보고 있으면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백진희, <지붕 뚫고 하이킥>의 신세경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홍혜성이라는 남자 주인공을 만나 일으키는 '케미(화학작용)'는 충분히 새로운 자극이 될 만하다. 홍혜성 역을 한창 대세인 여진구가 맡았다. 그는 나진아와 동갑인 24살의 프로그래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청년을 연기한다. 2회에 그들은 처음 만났고, 그들은 그 순간부터 묘한 이상기류를 일으킨다. 마음을 은근히 자리자리하게 만들면서 말이다.

여진구의 실제 나이는 17살이다. 하지만 그는 24살 청년의 감성과 이성을 24살의 배우보다도 더 준수하게 재연해내고 있다. 하연수를 상대할 때의 연기는 꽤 진득하다. 지그시 바라보는 눈빛, 능청거리는 말투, 듬직한 분위기, 덤덤한 목소리톤 등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나진아가 홍혜성을 연쇄살인범으로 착각을 하고, 그 오해가 풀어지게 되면서 그 둘의 인연은 시작됐다. 금세 가까워졌고, 아침밥도 함께 먹는 사이가 됐다. 자연스럽게 막역한 사이가 되어 반말을 하고, 같은 버스를 타며, 밤길을 함께 걷는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그녀를 위해 홍혜성은 그녀를 업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도 모르게 사랑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의 멜로의 기류는 중반부에서부터 진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케미가 강렬해질수록 시청자들은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에 하트 모양을 그리며 그들의 사랑을 응원한다. 그런데 <감자별>의 여진구와 하연수는 단 2회 만에 핑크빛 모드를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그려낸다. 단 몇 십 분 만에, 단 몇 개의 장면만으로 말이다.

<감자별>은 시트콤이다. 정통 멜로물도 아니고, 미니시리즈 정극도 아니다. 그럼에도 여진구-하연수는 웬만한 멜로드라마 커플보다도 상당히 진한 케미를 일으키며 이들의 연애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고 있다. 풋풋한 매력 때문일까? 어울리는 비주얼 때문일까?

시트콤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보더라도 멜로 모드가 이렇게 쉽게 드러날 수가 없는데, 무슨 영문인지 여진구와 하연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콤한 연애의 시작을 거침없이 알리고 있다. <감자별>에서 가장 기대되는 이들이 바로 자신들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감자별 2013QR3 김병욱 여진구 하연수 시트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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