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무한도전>은 '꿈같은 도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제까지 적지 않은 각계의 전문가가 그 도전에 함께 했다. <무도> '바깥'에서도 여전히 자신만의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 그 인생과 꿈을 '무도 동창생'이란 기획으로 묶어봤다. 편집자 말

딱 이 맘 때였다. 유재석이 날아다니고, 정형돈이 비틀거리고, 정준하가 울먹거렸다.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무한도전> 멤버들 그리고 체리필터 손스타에게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WM7 프로레슬링 특집 경기가 방영됐던 날(2010년 9월 11일)을 핑계로 손스타를 만났다. 그런데, 이런, 요즘 병원을 다닌다고 한다.

"그 때(WM7 프로레슬링 특집) 했던 여파가 밀려오는지, 한 군데 한 군데 씩 고장나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팔꿈치랑 손가락 부근이 아파서 겨울 동안 운동을 못했거든요. 여름 들어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운동하다 다쳤나봐요. 곧 앨범 나오고 활동도 본격적으로 할텐데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병원 열심히 다니고 있죠."

 체리필터 손스타

체리필터 손스타 ⓒ 손스타


"어머니는 농구 국가대표, 난 운동에 소질 없어"

- 일단 근황이 궁금합니다. 최근 일주일 어떻게 지내셨는지?
"지난주는 병원에 다녔고요(웃음). 앨범 작업이 거의 마지막 단계예요. 99% 정도 끝이 났어요. (반갑다고 하자) 정말 반가운 소식이죠. 곧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앨범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최근 또 서핑에 꽂혔거든요. 엄청난 파도가 양양에 밀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타러갔는데, 경찰이 풍랑주의보라고, 그래서 살짝 겁도 났는데, 들어가니까, 아...정말 장관이더군요."

- 운동을 상당히 좋아하나 봐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요. 딱 운동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안 해 본 걸 해 보는 걸 좋아해요. 공놀이 같은 건 사실 진짜 못하거든요. 흥미도 그렇게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뭔가 몸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막연한 동경이라고 할까.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공놀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니, 의외다. 그의 어머니는 국가대표 농구 선수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을 묻자 "(또박또박)박 자, 헌 자, 숙 자"란 답이 돌아왔다. "서울신탁은행에서 선수 생활하시다 결혼과 함께 '퀵-하게' 은퇴하셨다(웃음)"고 한다.

- 그러니까 운동 소질을 이어받았을 것 같다는...
"아뇨, 소질은 못 이어받았어요. 다만 그 마음만 이어받은 것 같아요. 굉장히 부지런하시거든요. 뭔가 그런 활동적인 면을 제가 닮지 않았나 싶어요."

 체리필터 손스타가 직접 보내 온 사진. 자신의 블로그 프로필 사진이기도 하다

체리필터 손스타가 직접 보내 온 사진. 자신의 블로그 프로필 사진이기도 하다 ⓒ 손스타


손스타라는 이름, 사실은...

자연스럽게 '가계 조사'를 마쳤다. 다음은 '손스타'란 이름에 대해 물어볼 차례. 두 가지 유래가 알려져 있다. 비틀즈의 드러머 링고스타를 좋아해서, 또 하나는 체리필터 1집이 잘 안 돼 우울했던 시절에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어서. 어떤 게 맞나요?

"두 개 다 사실과 달라요. 링고스타 이야기는 제가 억지로 만들어 낸 거예요(웃음). 스타크래프트 맨 처음 나왔을 때가 1996년인가?(스타크래프트 발매 시기는 1997년이다) 그 때 제 게임 아이디가 손스타였어요. 그래서 그냥 그 때 이후로 손스타로.

(약간 허무하다고 하자) 허무하긴 하지만, 어쨌든 사실을 알려드리는 겁니다(웃음). 방송에서 스타크래프트란 말이 낯선 시절이었잖아요. 자꾸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말을 하지, 무슨 말을 하지...그러다 링고스타를 좋아한다 얘기했죠. 사실 딱히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웃음)..."

- 그래도 손스타라는 이름에 애정이 점점 더 붙었겠죠?
"그럼요. 본명(손상혁)보다는 부를 때나 불려질 때나 더 편한 것 같아요. 다들 또 애정 어리게 불러주시고요. 그런데 활동 초기에는 아무래도 어색하게들 여기신 경우가 많았어요. 공영방송에 나가면, 꼭 손상혁씨라고 불러요. 아니면 손스타 옆에 꼭 괄호 치고 손상혁이라고 자막(웃음). 손스타란 이름이 자연스러워진 것이 사실 그리 오래된 일 같지는 않아요."

- 그렇게 된 데는 아무래도 <무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봐야겠죠?
"아무래도...그렇죠, 예."

요즘도 레슬링 하나요?

기억나요? 오마이스쿨

사실 손스타는 일찌감치 <오마이뉴스>와 본의 아니게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무한도전> WM7 특집 당시 밤새도록 멤버들을 괴롭혔던 '죽음의 동계훈련장' 촬영 장소가 바로 강화도에 있는 '오마이스쿨'이었기 때문이다. '오마이스쿨'은 2007년 <오마이뉴스>가 폐교를 임대해 저널리즘 등 교육시설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손스타는 "엄청나게 눈이 내렸던 날이었다"며 '다행스럽게도' 폐교하면 떠오르는 선입견을 깬 "엄청나게 깔끔했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래도'가...뭔가 껄쩍지근했다. 이 네 글자에서 '<무도>의 공도 있지만, 그저 얻은 결과는 아니라'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무한도전이란 네 글자가 단순히 TV 프로그램이 아니라,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는 질문에 돌아온 답을 듣고 나서야, 섣부른 질문을 했음을 실감했다.

"진짜로, 거의 2년 동안, 하루도 안 빼고 도장에 나갔던 것 같아요. 전국 체육관을 찾아다니면서 뭔가 하나씩 하나씩 비기를 전수 받았는데, 상황이 굉장히 열악했죠. 무슨 프로레슬링 링 같은 곳에서 연습해 본 적이 없어요. 다, 이종격투기 링처럼 딱딱한 바닥에서, 그래서 (등을 만지며) 이게 오나?(웃음)"

- 스스로도 전문가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완벽하게 익히지 않으면 못 가르칠 수밖에 없잖아요. 게다가 생명이 결부된 문제니까요. 자칫 멤버들이라도 다치면 큰 일 나는 거니까. 예능이라기보다는 다큐 쪽으로 접근해야 되는 것이어서, 사실 굉장히 신경이 많이 쓰였었어요."

- 요즘도 레슬링을 몸으로 즐기고 있는지?
"같이 할 사람이 별로 없어요. <무도> 이후에 '재밌겠다'고 해서 몇 분 데리고 간 적은 있는데, 1회 참석 후 불참(웃음). 너무 아프니까요. 제 또래가 뼈가 굳기 시작하고, 지방간이 오는 나이이기도 하고(웃음). 아무래도 직접 즐기는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혼자 약간씩 하는 걸로 대신합니다. 물론 레슬링, 여전히 엄청 좋아합니다. 아직까지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애정이 있죠."

 2010년 MBC <무한도전> WM7 레슬링 특집 당시 손스타와 정형돈

2010년 MBC <무한도전> WM7 레슬링 특집 당시 손스타와 정형돈 ⓒ 손스타


레슬링, 사진 그리고 또 하나의 버킷 리스트

- 레슬링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걸로 알아요. 또 다른 버킷 리스트가 있다면?
"보스턴 마라톤 한 번 뛰고 싶어요. 옛날부터, 진짜로! 아직까지 제 머릿속에 상징적으로 남아 있는 이미지가 있어요. 그게 보스턴 마라톤 출발 장면이에요. 또 제가 손기정 선생님이 나오신 양정고등학교 출신이에요. 고등학교 3년 동안 단축마라톤을 했죠. 그 때는 뛰면서 투덜거렸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래요. 그 때, 그 광경을 누군가 공중에서 촬영했다면, 굉장히 멋있었을 것 같다."

-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드네요. 손스타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저에게 '메인'은 음악입니다. 누가 봐도 그렇고, 제 마음 속에서도 그렇고, 그거는 변하지 않아요. 그런데요, 제가 음악에 그다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레슬링이나 사진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모두 예전에 꿈꿨던 일들이지만요.

그래서 신기해요.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딱 발현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하고 싶은 걸 하게 됐고 하고 있으니까요. 레슬링만 해도 그렇잖아요. 그저 막연하게 비디오 보고, 동네 에어로빅 하는 곳에서 그냥 매트 깔아놓고 던지고 꺾고 그렇게 했었는데, 큰 무대(장충체육관)에서 그렇게까지 했다는 게 사실 아직도 잘 믿기지 않아요. 신기해요.

-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은 적지 않겠죠. 하지만 진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아요. 손스타의 인생, 도전의 연속 아닌가요?
"좋게 말씀해 주시네요. 저도 빨리 빨리 그만 둔 것도 많아요. (뭐냐고 묻자) 양궁이요. 한 네 번 정도 해봤는데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웃음)."

 2010년 MBC <무한도전> WM7 레슬링 특집 촬영 당시 모습

2010년 MBC <무한도전> WM7 레슬링 특집 촬영 당시 모습 ⓒ 손스타


손스타에게는 즐거운 '<무도> 후유증'

- 2010년 9월에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도> 출연이 내 삶에 큰 교훈이 될 것 같다"고. 어떤 교훈이었나요.
"기본적으로 스스로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가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누차 말씀드렸듯, 딱히 특출난 재능이 있는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오히려 그 자신감을 갖는다는 게 저한테는 더 굉장히 큰 의미가 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손스타랑 무관해 보이는 레슬링을 <무도>를 통해 꽤나 근사하게 구현했다는 자체가, 스스로 자신감을 더 가질 수 있는 일종의 자극이 됐어요. 내가 믿고 있는 인생 지론, 하고 싶은 건 하자, 그게 잘 맞아 떨어져나가는구나, 그런 확신을 얻게 된 거죠.

아무래도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수록 뭔가 할 수 있는 가짓수가 줄어들잖아요. 후배들한테 그래요. 그래도 그 가짓수를 제발 쳐내지 말라고요. 뭐든지, 실낱같은 거라도 무조건 붙들고 있으라고 해요. 물론 제 또래 친구들만 봐도, 직장 생활에 굉장히 허덕여요. 제 동생도 평범한 직장인인데요. 입사해서 7∼8년은 새벽 두 세 시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런 분들에게, 넌 왜 이렇게 살지 못해?, 이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

그래도 꿈꿨던 뭔가를 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회사에 매진하는 시간 이외에 자신만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시간이 일주일에 단 한 번이라도, 그 시간을 이용해 예전에 생각했던 것을 조금씩이라도 꺼내 보면 어떨까요. 그게 다시 일주일을 살아내는 에너지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혹시 잡힐 지도 모르는 실마리까지 외면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닐까요."

유재석이 날아다니고, 정형돈이 비틀거리고, 정준하가 울먹거렸던 WM7 특집. 그 때 <무한도전>이 던진 '실마리'도 같은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Just Do It!(일단 해 봐). 그렇게 본다면, 레슬러에 이어 포토그래퍼에 도전하고, 보스턴 마라톤 출전까지 꿈꾸는 손스타야말로 <무도>와 잘 어울리는 '동창생'임에 틀림없다. 그는, 지금도, <무도> '후유증'을 즐겁게 앓고 있다.

- 무.한.도.전 네 글자와 손스타, 잘 어울리는데요?
"이제는 체력이 떨어져서...큰일났습니다(웃음)."

(* 사진, 봉사 그리고 음악 이야기가 2편에 이어집니다)

손스타 체리필터 무한도전 링고스타 스타크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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