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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큰잔치 사진. 반야월 마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뭉쳐서 만든 축제 중 하나입니다. 이날은 1년 중 마을 아이들을 위해 기관의 관계자들이 주최가 돼 축제를 진행합니다.
 어린이날 큰잔치 사진. 반야월 마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뭉쳐서 만든 축제 중 하나입니다. 이날은 1년 중 마을 아이들을 위해 기관의 관계자들이 주최가 돼 축제를 진행합니다.
ⓒ 문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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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반야월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중심에 사회복지법인 한사랑이 있다. 이 법인은 어린이집과 장애청소년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03년 지금의 율하동에 터를 잡은 장애·비장애 통합 어린이집 한사랑어린이집은 지난 10년간 마을 안에서 장애 문제를 풀어보자고 고민했고, 마을 사람들을 하나하나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관점은 '시설화'였다. 시설 속에서 장애를 병으로 취급하며 약을 처방하고 치료하고 끊임없이 수정하려고 했다. 학교 교육을 받아도 결국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장애인은 그렇게 인식됐다. 장애인을 '그들만의 리그'에 묶어버리고 일반화시키려 하지 않았다. 비장애인의 기준에 의해 장애인은 섬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특수교육이 뭔지, 기본은 어디에 있는지, 인간의 존엄성부터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한사랑어린이집 대표 윤문주씨, 주간보호센터 정선기씨, 발달자립지원센터 김정화씨였다. 장애는 고쳐야 하는 질병이 아니며, 장애·비장애를 떠나 사람은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그들은 사람을 움직이고 마을을 움직였다.

그들은  반야월에 터를 잡았다. 이후 지역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함께 일하며 사는 '주간보호센터', 장애인공동생활가정 마을공동체운동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자립 목적으로 하는 '발달자립지원센터', 아이들이 마음대로 드나들며 편히 지낼 수 있는 어린이 전용 도서관 '아띠', 마을에 부모들이 뭉쳐만든 방과후 마을학교 '둥지', 나아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회적기업인 '동구행복네트워크', 도시락 사업체인 '웰도락', 문화적 소외지에서 거듭난 청소년 문화를 위한 '반반문화공동체', 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여 출자하고 만든 안심협동조합 '땅이야기', 마을사람들의 아지트가 된 마을 카페 '사람이야기', 협동조합주택인 '공터' 등을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아이들이 있었고 장애가 있었다. 지금은 한국사회에서도 '탈 시설화'라고 해서 장애·비장애를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물리적 환경의 통합일 뿐 예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게 당연함에도 그럴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통합은 풀리지 않는 숙제다.

아빠랑 1박2일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는 프로그램. 매년 참가 가족은 늘어나고 있다.
 아빠랑 1박2일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는 프로그램. 매년 참가 가족은 늘어나고 있다.
ⓒ 문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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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장애인을 바라볼 때 그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결론내고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또한 그들의 능력을 비장애인의 기준에 맞춰 격하시킨 것은 아닐까. 예전에 읽은 책이 있다. 부모가 청각장애인학교에서 근무해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여성이 자신이 그 안에서는 장애인이었다고 하는 내용이었다. 비장애인은 비장애인의 잣대로 사람을 판단한느 기준을 정한 것은 아닐까 되묻게 되는 책이다. 장애는 부족한 것도 아니고, 모자란 것도 아니다. 또한 병도 아니다.

사회복지 법인 한사랑이 장애를 마을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는 아직도 산처럼 높다. 하지만 산을 넘기 위해 굳이 오를 필요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들이 터널을 만들어 산 반대편과 소통하며 왕래하면 된다. 사회복지 법인 한사랑이 거둔 성과의 대표적인 예는 유기농 매장 '땅이야기'와 마을 카페 '사람이야기'다. '사람이야기'에 가면 발달장애인들이 쓸고 닦고 서빙하고 설거지하고 매장 물건을 진열한다. 비장애인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여러 명이 나눠서 하는 것뿐이다. 서툴면 어떤가, 늦어지면 어떤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올해 봄에 열린 사회복지법인 한사랑 직원 연수회(2013년 프로젝트 공터 설명회)
 올해 봄에 열린 사회복지법인 한사랑 직원 연수회(2013년 프로젝트 공터 설명회)
ⓒ 문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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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이다. 카페를 만들기 전 공동 생활 가정부터 만들고 성인 발달장애인 5명과 교사가 2년 동안 함께 살며 의식주를 해결했다. 장을 보고, 밥을 하고, 빨래도 하고, 부모로부터 벗어나 각자 성인으로서의 개인 삶을 즐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려도 컸단다. 물가에 내놓은 자식마냥 불안불안 했을 터. 하지만 이제 공동생활가정이 2호점까지 생겼다. 우려는 말 그대로 우려일 뿐이었다. 그들이 카페에서 매장에서 자기 일을 찾으며 생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을 무렵, 마을 사람들도 그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탈 시설화라는 것이 어쩌면 정말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장애인의 생각만 바꾸면 된다.

사회복지 법인 한사랑 식구들이 또 무슨 대작을 준비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개봉과 동시에 대박이 날 것 같은 오묘한 기대감이 있다. 나 또한 이 법인의 이야기 시리즈의 엑스트라다. 때로는 관객도 됐다가 때로는 조연이 되기도 한다. 이곳의 주인공들인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뿌리내리며 사는 모습을 보니 이곳에 조금이라도 인연을 맺은 내 삶이 다 행복해진다.

(* 다음 글에서는 한사랑 어린이집을 다룰 예정이다.)


태그:#반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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