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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 평가인증 점수를 6일부터 항목별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유난히 어린이집에 관련한 이슈가 많았다. 학대 관련 사고도 있었고, 부적절한 운영에 보조금이 샌다는 지적도 있었다. 게다가 어린이집에 CCTV가 의무적 설치화, 보육교사 자격정지·어린이집 운영정지 등 규제강화 개정안도 등장했다. 뉴스만 보면 어린이집이 범죄소굴처럼 느껴져 장애전담어린이집 교사로써 처참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번 평가인증점수 공개가 부모들로 하여금 어린이집을 고르는 하나의 잣대로 적용될까 우려된다.

어린이집에 평가인증제도가 도입되고 3년마다 재인증을 거치며 점수가 높으면 우수보육시설로 선정되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평가인증제도가 보육의 질을 논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항목별 기준 점수는 '있다 3점, 없다 1점'이고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다에 2점'이 부여된다. 현장에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평가인증제도가 도입되고 난 뒤 보육시설의 물리적 환경이 개선됐다는 것 말고는 무엇을 위한 제도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인이나 부모들 입장에서는 제도 자체가 좋은 보육시설을 고를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학부모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만든 셈이다.

올해 논란이 됐던 어린이집 학대사건도 CCTV가 설치된 곳에서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구립어린이집에서도, 평가인증 점수가 높았던 공공형 어린이집에서도 사건이 발생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평가인증제도라는 기준이 생겼으니 '어린이집이 달라지겠다'는 기대가 있을 테지만 보육의 질은 그런 제도가 도입됐다고 해서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좋은 어린이집, 우수한 어린이집은 소통이 얼마나 이뤄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를 두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교육 철학을 좁혀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 교육과 교사 교육을 통해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원장·교사·학부모가 수평적인 관계로 어린이집 운영에 있어 모든 것을 공개해 서로가 서로를 도와줘야 믿음이 생긴다. 또한 교사들은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계발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운영자(원장)는 교사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평가인증제도 도입 후 생긴 부작용은 다음과 같다.

① 먼저 평가인증을 통과한 어린이집의 교재교구들을 대여해와서 평가를 받은 뒤 다시 되돌려준다는 점.
③ 평가인증제도에 따라 어린이집은 3년마다 재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1년 단위로 이직하는 교사들은 매년 평가인증만 준비하다 업무가 끝난다. 당연히 아이들은 수개월 방치된다는 점.
③ 평가인증에 통과됐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점. 인센티브가 따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 고생은 교사에게만 돌아간다.
④ 평가인증제도의 대부분은 서류라 교사들이 평가인증 몇 개월 전부터 가짜 서류를 만드느라 밤샘 근무를 한다. 1년마다 교사들이 바뀌는 어린이집이 대다수니 늘 거짓 서류가 늘어난다. 당연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다.
⑤ 교사들이 평가인증 준비하는 시설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긴다는 점. 교사 처우는 개선 되지 않은 채 물리적 환경만으로 점수 주는 것에 대한 반감과 동기 저하기 생기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수한 보육시설이라 함은 아이들에게 물리적인 환경의 개선과 교사들에 대한 합당한 처우 개선 그리고 학부모들의 참여도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닐까.

어린이집에 취업하려면 성범죄·범죄경력조회 그리고 건강검진을 거친다.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그런 그들은 취업 이후 자존감을 잃어가고,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또 어린이집 정원이 줄어들면 해고당하는 일도 생긴다. 이렇게 고용불안과 건강권·모성권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수십 개의 항목을 정해놓고 '있음 3점, 없음 1점'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평가인증점수가 높다고 해서 다 좋은 어린이집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장애전담어린이집 특수교사입니다.



태그:#평가인증,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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