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의 벽은 역시나 높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IFA랭킹 8위 유럽 강호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18분 비다와 후반 25분 칼리니치에게 연이은 실점을 기록하며 1-2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은 4-2-3-1 포메이션으로 조동건이 원톱으로 나섰고 손흥민과 이청용이 측면 공격을 이끌었다. 중원은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었던 김보경과 구자철 그리고 박종우가 구성했고 수비는 윤석영·김영권·곽태휘·이용이 맡았다. 최후방 골문은 정성룡이 지켰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이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크로아티아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한국은 발 빠른 스피드와 높은 기술력을 두루 지닌 손흥민과 이청용을 중심으로 크로아티아의 측면을 적극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손흥민은 경기 초반부터 A보드에 부딪히는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을 살리기 위해 투지를 발휘하며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크로아티아의 짜임새 있는 축구가 빛나기 시작했다. 모드리치와 만주키치가 없어도 크로아티아의 중원은 단단했다. 한국은 전반 5분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맞았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칼리니치가 수비수 세 명을 등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공은 다행히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며 윗 그물로 향했다.

이어 전반 20분 한국은 또 한 번 실점 위기를 넘긴다. 코너킥 기회를 얻은 크로아티아가 기습적으로 뒤로 연결했고 이를 스르나가 그대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맨투맨 마크로 한국 수비진의 시선이 전방으로만 쏠려 있는 빈틈을 노린 과감한 시도였다.

몇 차례 위기를 넘긴 한국 대표팀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한국은 전반 21분 이청용과 김보경의 콤비가 창의적인 플레이로 문전 앞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윤석영의 왼발 슈팅은 힘이 강하게 들어가 골문을 크게 벗어나고 말았다. 한국 대표팀이 전반전에서 만들었던 상황 중에 가장 완벽에 가까운 기회였다.

한국의 공격이 무위에 그치자 또 다시 크로아티아의 맹공격이 쏟아졌다. 한국은 전반 34분 크로아티아의 빠른 역습에 라키티치와 페리시치에 연이은 슈팅을 허용했지만 두 번의 위기 모두 수문장 정성룡이 슈퍼 세이브로 골문을 지켜냈다. 경험이 풍부한 정성룡의 관록이 느껴지는 릴레이 선방쇼였다. 결국 전반전은 양 팀 득점없이 0-0으로 종료되었다.

한국, 크로아티아 압박했지만... 집중력 잃으며 두골 내줘

하프타임 한국 대표팀은 최전방 공격수인 조동건을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한국영을 투입하며 전술 변화를 꾀했다. 조동건이 빠진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는 전반전 수비형 미드필더를 봤던 구자철이 대체했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소집 훈련 기간 중 꾸준히 테스트했던 구자철 원톱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실전에 가동하는 모습이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한국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는다. 후반 1분 손흥민이 좌측 측면에서 현란한 개인기를 이용한 드리블 돌파로 수비의 벽을 허물었고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크레시치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이어진 코너킥 공격에서 박종우가 올린 볼을 김영권이 정확한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며 아쉬움을 삼켰다.

초반 분위기를 잡은 한국 대표팀은 전반전과 다르게 크로아티아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특히 수비 라인을 더욱 견고히 하여 오프사이드 트랩을 적절히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속되는 한국의 강한 압박에 크로아티아의 측면 공격수인 에두아르도는 맥을 추지 못했다.

결국 크로아티아의 스티마치 감독은 에두아르도를 빼고 야코벤코를 투입하며 전술 변화를 감행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한국은 후반 15분과 17분 이청용이 현란한 개인 기술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두 차례 모두 크로아티아의 철벽 수비에 막히며 무위에 그쳤다.

하지만 후반 18분 한국 대표팀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순간 집중력을 잃으며 결국 선제골을 실점하고 만다. 중원 먼 거리에서 내준 프리킥을 라키티치가 문전으로 길게 연결한 볼을 교체 투입된 야코벤코가 절묘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피해나간 뒤 머리로 중앙으로 떨어뜨려줬고 이를 달려들던 비다가 다시 머리로 받아 넣으며 그대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선제골을 뽑은 크로아티아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 25분 한국은 결국 또 다시 실점을 기록하고 만다. 상대 페리시치가 좌측 측면에서 부브니치와 2대 1 패스를 주고받은 뒤 문전으로 왼발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를 달려들던 칼리니치가 그대로 머리로 받아 넣으며 골문을 갈랐다. 한국은 윤석영이 뒤늦게 공중 경합에 나서서 저지를 시도했지만 공은 이미 골네트를 흔든 뒤였다.

후반전 좋은 경기 운영을 펼치는 상황에서도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으로 상대에게 연속골을 허용하자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빼고 윤일록을 투입하며 공격적인 전술 변화를 감행했다. 손흥민이 지난 10일 아이티와의 친선 경기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체력적으로 한계를 드러낸 상황이었기에 분위기 반전을 위한 교체를 지시한 것이었다.

이후 한국 대표팀은 만회골을 뽑기 위해 공격 위주의 경기 운영을 펼쳤다. 하지만 2골의 리드를 지닌 크로아티아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모습으로 한국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홍명보 감독은 후반 32분 구자철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하며 또 다시 공격 쪽에 무게를 실은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후반 34분 한국은 결정적인 만회골 찬스를 맞았다. 우측 측면에서 이용이 전방으로 기습적인 스루 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받은 이청용이 골라인에 근접한 지역에서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재껴낸 뒤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근호에게 침착하게 연결했지만 발 빠르게 수비에 가담한 부브니치의 발에 막히며 또 다시 무위에 그쳤다.

경기가 막바지로 향할수록 한국 대표팀은 마지막까지 만회골을 뽑기 위하여 부단히 뛰었고 결국 후반 종료 직전 기어코 만회골을 뽑는 데 성공했다. 4분의 인저리 타임이 적용된 후반 48분 우측 측면에서 이용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전방으로 연결했고 이를 이근호가 지체 없이 헤딩 슈팅으로 골문 왼쪽 하단을 강하게 흔들었다.

하지만 팀의 패배를 막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이근호의 득점이 터진 직후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힘찬 휘슬 소리가 울렸고 결국 이날 경기는 한국의 1-2 패배로 종료되었다. 비록 경기에 패했지만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4만여 명의 관중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로 영패를 모면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로 응대했다.

한편,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각자 소속팀으로 일단 해산한 뒤 다음 달 12일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과 1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말리와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재소집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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