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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동아일보>가 토요판으로 낸 '박근혜 패션 프로젝트'가 누리꾼의 입방아에 올랐다.

해외 외교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에게 새로운 패션을 제안한다는 취지의 기획으로, 1면부터 4면까지를 할애해 작성했다.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패션잡지로 업종 변경했냐"는 등의 언론이 지켜야 할 금도를 저버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심지어 국민TV 김용민PD는 트위터를 통해 "종박신문의 얼굴"이라 이야기했다.

동아일보 9월 7일자 1면
 동아일보 9월 7일자 1면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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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소개일색 보도... 심층적 기사는 찾아볼 수 없어

<동아일보>와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박 대통령을 바라보는 방송 3사의 시각 또한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다니는 동안 방송3사는 박 대통령의 '세일즈·문화 외교'를 부각하기만 할 뿐 무비판적, 단순 소개 일색의 보도태도를 견지했다.

9일자 방송 3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베트남 순방기간 중 한복 패션쇼를 열었다는 보도를 일제히 빼놓지 않았다. 정작 외교 과정에서 조명해야 할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MBC는 박 대통령의 베트남 패션쇼 참석 소식을 "박대통령, 마음 얻는 문화외교…순방길 마다 '반짝'" 제하에 보도했다. 내년까지 한-베트남 FTA를 체결하겠다는 보도 외에는 다른 관련 보도가 없다. 패션쇼 참석 보도는 8일 "한-베트남, 40년전 참전 '과거 딛고 미래로'" 제하로 이미 전파를 탔다. 시청자들에게 외교성과가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문화외교' 덕택인 양 착각하게 할 우려가 있다.

MBC 9일 뉴스데스크 캡쳐
 MBC 9일 뉴스데스크 캡쳐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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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도 8일 "박 대통령, 한복 입고 패션쇼에 올라…세일즈 외교 가동" 제하로 보도했다. 말미에 9일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KBS는 보다 건조하게 '패션쇼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 베트남 방문…'문화·세일즈' 외교"라 제목을 달아 주요 외교현안과 함께 보도했다.

SBS 9일자 보도 중 캡쳐
 SBS 9일자 보도 중 캡쳐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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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정상회담의 최대 화두인 FTA에 대한 분석기사도 찾기 힘들었다. MBC와 SBS는 따로 설명하는 꼭지를 빼진 않았다. 대신 FTA를 체결하기로 합의했다는 첫 보도에서 수치만을 설명했다.

오직 KBS만 어제부터 오늘까지 FTA의 필요성과 관련된 경제효과를 설명했다. 8일 "한국기업, 베트남 투자 확대…'FTA 체결' 시급" 제하에 필요성을 설명했고, 9일 "'중국 이후' 핵심 시장…베트남에 부는 경제 한류" 제하로 베트남 수출시장을 주목했다. 이 또한 수출기업 총수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계 입장에서만 보도했다는 점은 아쉽다.

KBS 9일자 보도 중 캡쳐
 KBS 9일자 보도 중 캡쳐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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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외교를 잘한다면 그것은 칭찬해야 마땅하다. 다만 판단기준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한복 패션쇼에 참석한 것도 독특한 일이므로 뉴스가치는 충분하다.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벗겨내는 효과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문화전도사로 파견된 게 아니라 국가대사를 논의하는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에 방문한 것이다. 시청자의 진정한 알 권리는 무엇일까. 가끔은 방송 3사가 케이블 패션전문 채널로 정체성을 헷갈리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태그:#방송3사 뉴스 한눈에 보기, #박근혜 대통령, #베트남, #세일즈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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