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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손을 잡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아이들. 신기한 듯 촛불 앞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촛불이 밝혀줄 아이들의 미래을 위해 어른들은 촛불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 촛불과 아이들 부모의 손을 잡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아이들. 신기한 듯 촛불 앞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촛불이 밝혀줄 아이들의 미래을 위해 어른들은 촛불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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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국민의 함성과 촛불이 전국적으로 타오르고 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10대 고등학생부터 다양한 연령, 지역 계층을 망라하고 한결같은 목소리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으로 훼손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촛불을 들고 있다.

수십 년의 고착된 지역감정을 통해 이제는 보수의 아성, 수구의 땅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에서도 예외 없이 시국선언과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광우병과 달리 정치적으로 민감하기도 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함성이 경북의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사태가 엄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시민 가수의 열창과 시민들의 합창이 상주문화회관 마당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 상주촛불문화제 시민 가수의 열창과 시민들의 합창이 상주문화회관 마당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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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은 여전히 철옹성 같은 새누리당의 텃밭이요 아성이다. 그럼에도 영주·안동 시국선언에 이어 상주에서도 시국선언이 나왔다. 또한 촛불집회가 상주 시내 한복판에서 열리기도 했다. 시국선언에는 264명이 참여하고, 촛불집회에는 100명가량의 적은 숫자가 참여했지만, 야당 깃발조차 들기 어려운 불모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하고 국정원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것을 주목할만한 일이다.

상주시 민주단체 협의회(아래 민단협)에서 주최하고 시국회의가 후원하는 촛불문화제는 지난 8월 10일 서울 상경 집회를 시작으로 8월 17일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상주 문화회관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촛불이 켜지면서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 상주촛불문화제 촛불이 켜지면서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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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에는 상주시민 264명이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했으나 단 한 곳의 지역신문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결국 민단협은 <오마이뉴스>에 시국선언을 올리고, 시국선언문 7000부를 인쇄해 시내에 배포했다. 보수의 동토에서, 박근혜라면 무조건 지지한다는 경북 땅 상주에서 이런 외침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으나 힘있는 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무시했다. 숫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무시해도 별 문제없기 때문에 소수는 언제나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한다. 민주라는 단어가 이곳에서 얼마나 내세우기 힘든 단어인지는 대구 민언련(민주언론운동연합)이 '민주'대신 '참'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8월 31일 3차 촛불대회. 쌀쌀해진 초가을 날씨에도 하나둘 모여든 시민들이 50여 명을 넘자 회관 마당은 촛불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노랫소리가 울리고 자유발언이 이어지면서 상주의 밤하늘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함성으로 퍼져나갔다.

박근혜의 고향이라는 경북에서 '박근혜가 책임지라'는 구호를 촛불이 밝혀주고 있다.
▲ 촛불과 외침 박근혜의 고향이라는 경북에서 '박근혜가 책임지라'는 구호를 촛불이 밝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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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에 나선 시민들은 "내란에 가까운 범죄를 저지른 국정원이 내란 음모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다른 기관에서 수사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30대 초반의 한 시민은 "국정원 사건에 대해 20대 대학생들의 인식 수준이 너무 낮아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 위해 주변에 많이 알려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농민회 출신의 사회자는 "우리도 서울로 상경 투쟁할 때 대나무도 준비하고, 국회를 어떻게 뚫을 수 있을까 회의도 하는데, 이게 전부 걸면 내란 음모가 아니냐?"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촛불문화제를 마무리하는 시민들이 둥글게 마주보면서 합창을 하고 있다.
▲ 촛불과 시민 촛불문화제를 마무리하는 시민들이 둥글게 마주보면서 합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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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사건 촛불문화제를 이끌고 있는 상주 민단협 집행위원장 김상인(53)씨는 "3차로 우선 촛불을 내리지만 추석까지 국정원 사태의 전개를 예의 깊게 지켜보겠다"며 "국민의 뜻과 반대로 갈 때에는 추석 이후 촛불을 다시 거세게 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 대통령을 무려 일곱 차례나 배출한 여당의 산지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소수의 외침은 언제나 무시당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닌 불씨일지라도 언젠가는 광야를 불태울 들불이 되리라는 믿음을 안고 참가자들은 어둠 속으로 발길을 돌렸다.

[전문] 민주주의를 유린한 국가정보원의 불법선거 개입에 대한 상주시민 시국선언문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다시금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는 독재체제를 시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민주적인 체제로 전환시켰고 발전시켜왔다. 그런데 최근 확인된 국가정보원의 국내정치 개입, 그리고 이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두웠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시기에 국가정보원이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인터넷 댓글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 행위는 물론이고, 이러한 사실을 은폐, 축소, 왜곡하려는 집권세력 및 권력기관의 작태는 시민들이 생명을 바쳐 수립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대단히 위중한 사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민주 국가를 수호하는 공무를 수행하는데 있다. 법에 규정된 고유 업무를 벗어나 집권 세력의 앞잡이로 전락한 국정원의 불법 행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작금에도, 불법행위에 앞장섰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처분하고, 이 사건을 왜곡, 축소, 증거 인멸의 중심에 서 있었던 전 서울경찰청장 김용판은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술 더 떠 국정원은 국가의 기밀사항이라 할 수 있는 노무현 전대통령과 김정일 전국방위원장간의 남북정상회담에서 나누었던 NLL(북방한계선) 관련 문서를 폭로하면서, 그들의 정치개입 및 선거개입에 대해 전형적인 물 타기 작전을 시도함으로써 다시 한 번 정치개입을 하고 있다.

학생, 교수, 시민단체와 양심세력들은 앞장서서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고 있으나, 여야 정치세력은 국기문란사건인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을 정치적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 지리한 논란만을 계속하고,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은 권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허수아비 언론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외면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의 가장 큰 수혜자이자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철저한 진상 조사와 관련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우리 상주시민들은 이번 국정원의 선거개입 및 정치개입을 통한 헌정질서 유린 사태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뿌리 채 흔드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헌법 수호를 위해 단호한 자세로 다음과 같이 엄중히 요구한다.

1. 국가기관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라.

2.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헌정 기본질서 파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철저한 진상 조사, 관련자 처벌과 결과에 대해 책임을 다하라.

3. 검찰과 경찰은 원세훈과 김용판을 즉각 구속 수사하여 진실을 명백하게 국민 앞에 밝혀라.

4. 정치권은 국정원 선거개입사건에 대한 물 타기를 중단하고, 조건 없는 특검을 즉각 실시하라.

5. 언론과 공중파 방송들은 국민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말고,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식을 회복하라.

2013년 8월 26일
민주주의를 유린한 국가정보원의 불법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상주시민 264명 일동



태그:#상주, #촛불, #시민,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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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찬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을 존경하고 깨어있는 농부가 되려고 노력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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