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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첫 방영한 KBS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 한 장면

지난 29일 첫 방영한 KBS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 한 장면 ⓒ KBS


요즘 KBS 예능은 위기이다. 주말 간판 예능인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의 부진을 필두로, 예능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시원치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사이에서 지난 29일 처음 방송한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이하 <마마도>)의 시청률을 보면, 왜 KBS가 지상파의 자존심을 포기하고(?)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을 따라 했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마마도>를 강행했는지 알 수 있다.

<마마도>는 방영 전부터 "tvN <꽃보다 할배>와 달리 중년 배우들이 여행을 떠나 예능감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며, 그 속에서 진솔한 삶, 연기 내공보다 빛나는 인생 내공 등을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내면에 집중하는 버라이어티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마마도>의 노이즈 마케팅은 일단 성공인 듯하다. <마마도>는 지난 29일 첫 회 시청률이 10.2%(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기준 자체가 다르긴 하지만 지난 30일 방송에서 평균 시청률 6.6%, 최고 시청률 9.0%(닐슨 코리아 케이블 가입가구 기준)를 기록한 <꽃보다 할배> 보다는 높은 수치다. 

하지만 첫 회에 나타낸 비교적 높은 시청률에도 <마마도>를 둘러싼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출연진을 남자 배우에서 여자 배우로, 기본 테마를 국외 배낭여행에서 국내여행으로 바꾼 것을 제외하면 30~40대 남자 배우가 짐꾼(기사)으로 활약한다는 점까지 기본 구성이 비슷하다. 이 때문에 <꽃보다 할배>의 아류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마마도>는 <꽃보다 할배> 할매 버전보다 <1박2일> 원로 여배우 판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지난 29일 첫 방영한 KBS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 한 장면

지난 29일 첫 방영한 KBS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 한 장면 ⓒ KBS


<1박2일> 시즌 1 연출 당시 '복불복' 신화를 이룬 나영석 PD가 <꽃보다 할배>에서는 복불복을 완전히 배제한 데 반해, <마마도>는 숙소를 정하는 과정 등에서 복불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마마도>는 첫 회 초반, 출연한 배우들의 입을 빌려 <꽃보다 할배>와 다른 개성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제작진은 이를 <꽃보다 할배>에는 없는 복불복으로 나름 피력한 셈이다.

그러나 <꽃보다 할배>처럼 국외 배낭여행 콘셉트가 아니라 원로 여배우들이 차를 타고 국내를 이동하는 <마마도>에서 왜 <꽃보다 할배>처럼 짐꾼이 필요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물론 <마마도>는 이태곤의 역할을 짐꾼이 아닌 기사로 못을 박았다. 하지만 첫 회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었던 이태곤은 미미한 역할 때문에 <꽃보다 할배> 이서진의 성공을 다분히 의식하여 의도적으로 만든 '계륵'이란 생각이 들었다. 

<꽃보다 할배>와 달리 보이고자 하는 몇몇 설정에도 연출, 편집, 캐릭터 설정 등 모든 면에서 <꽃보다 할배>와 차별화된 재미를 보이지 못한 것도 <마마도>의 한계 중 하나다.

물론 이제 막 시작했고, 출연진의 관계와 캐릭터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상태에서 <마마도>의 미래를 단정 짓기는 이르다. 하지만 <마마도>는 할매, 국내여행, 복불복을 제외하고 <꽃보다 할배>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예전부터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입담을 과시한 김수미, '할미넴' 김영옥 등 원로 배우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 전적으로 의존할 뿐, <꽃보다 할배>처럼 편집, 자막, 설정을 통해 예상치 못했던 친근한 모습을 돋보이게 하지 못하는 연출력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꽃보다 할배> 떨치고 제2의 <불후의 명곡> 될 수 있을까

어쩌면 KBS 예능국은 첫 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한 <마마도>를 통해 한때 MBC <일밤-나는 가수다>를 카피했다는 오명을 딛고, 토요일 예능 절대 강자 MBC <무한도전>과 동 시간대에 맞붙으면서도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는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 그리고 <무한도전>의 중장년층 버전으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성공 사례를 다시 한번 이어나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합창단으로 큰 돌풍을 일으킨 <남자의 자격>, 프로 가수들 간 서바이벌 대결 원조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의 폐지 이후에도 절찬리에 방영 중인 <불후의 명곡>이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은 각각 프로그램이 따라 했다고 지목받은 프로그램과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되는 특징을 시청자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지난 31일 방영한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한 장면

지난 31일 방영한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한 장면 ⓒ KBS


가령 <불후의 명곡>은 <나는 가수다>의 프로 가수 간의 대결과 1위를 선정하는 콘셉트는 비슷하지만, <나는 가수다>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탈락 대신, 가수의 스케줄에 따라서 자유롭게 출연과 하차를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매번 마지막 무대에서 관객 평가단의 득표를 더 많이 얻는 출연진이 최종 우승을 차지하지만, 일렬로 순위를 매겨서 누군가 탈락한다는 부담 없이 실력 있는 가수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불후의 명곡>의 시스템은 <나는 가수다>의 탈락 제도에 거부감을 느꼈던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비록 <나는 가수다>는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졌지만, 비슷한 콘셉트로 만들어진 <불후의 명곡>은 지금도 1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불후의 명곡>이 <나는 가수다>의 아류라는 비판을 뒤로하고 <불후의 명곡>만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안정된 입지를 쌓아올리기까지는 어떻게든 <나는 가수다>와 차별화하고자 했던 제작진의 노력과 적지 않은 시간이 있었다.

과연 첫 회에서 차별화를 향한 치열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마마도>가 '짝퉁 <꽃보다 할배>'라는 오명을 딛고 <불후의 명곡>을 잇는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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