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열심히 하지만 더 열심히 해야 해요. 여기서 악착같이 살아남고 힘든 훈련 견뎌야 1군에 오르니까요."

지난 28일, 삼성라이온즈의 2군 경기장인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한 여성팬의 '충고'다. 팬의 말대로 2군은 그냥 '열심히' 운동하는 곳이 절대 아니다. '악착같이'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다. 언제 방출될지 모르는 불안함과 온 인생을 야구에만 걸어온 외길을 지키고 1군이라는 큰 무대에 무조건 오르는 것이 2군 선수들의 목표다.

1군 무대를 향한 2군 선수들의 투지와 열망은 뜨겁지만 그에 비해 2군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하던 윤모씨는 올해 4월부터 꾸준히 경산 볼파크를 찾아 2군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선수들의 파이팅 소리를 들으면 나도 힘이 난다"고 말하는 윤씨는 2군 선수들의 카메라 감독 역할을 자처했다. 인터뷰 하는 동안에도 "잠시만요, 정현 선수 수비하는 것만 찍고 올게요"라며 카메라를 들고 뛰어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에서 남다른 애정이 보였다.

시즌 초부터 시작해 시즌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이곳을 찾았다면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 시선도 남다를 것 같았다. "2군 경기 잘 안 보는 사람들은 '못한다'고만 생각해요. 그런데 제 눈엔 더디지만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요"라며 선수들의 성장세를 칭찬했다.

그녀는 경산 볼파크만 찾는 것이 아니다. 경찰청팀 경기장이 있는 벽제구장에도 간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마음 한 구석이 아픈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삼성 박찬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였어요. 첫 출전경기였는데 방망이도 휘둘러보기 전에 공에 맞았거든요"라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박찬도 선수는 그 일로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고 한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컸을 텐데 부상에 발목 잡히는 걸 보면 마음이 참 아프죠"라고 말했다.

윤씨가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정현 선수는 올해 1군 경기에 몇 차례 출장했었다. 그러나 주전이 되지 못하고 1군과 2군을 오가다 지금은 2군 경기에 출전하고 있었다. 2군으로 다시 강등된 선수를 보는 팬의 마음은 어떨까. "크게 마음 아프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1군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많았을 거라 생각해요"라며 담담한 심경을 비쳤다. 이어 "1군에 여러 번 다녀왔으니 '그 맛'을 알 거예요. 다시 1군에 들어가기 위해 독하게 해주길 바라요"라며 그녀도 '독하게' 응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그라운드 쪽으로 향했다. 선수들의 동작을 하나라도 놓칠새라 바쁘게 셔터를 눌렀다. 그 뒷모습에서 '팬의 마음'이 전해졌다. 

윤씨와의 짧은 인터뷰를 끝내고 또 다른 팬을 찾았다.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 온 아버지였다. 박완희씨는 사회인 야구단에서 수년째 야구를 하고 있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듯 했다. 1군경기가 열리는 대구시민야구장은 자주 찾았지만 2군경기장은 처음이라며 "관중이 없어 선수들이 쓸쓸해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삼성의 모상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파이팅"을 크게 외치며 응원했다. "최형우 선수처럼 거포본능을 가진 선수라 기대가 큰데 1군에서 좀처럼 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수들의 투구와 스윙에 집중하며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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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볼파크 2군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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