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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방영된 사건은 거의 매번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화제의 중심이 된다. 사건 속 인물의 인면수심의 파렴치한 행각에 다 같이 공분한다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 행각에 공포 영화를 본 듯 두려움을 공유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것이 알고싶다>에 등장하는 사건이 완전히 새로운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신문의 사회면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건이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방송 포맷을 통해 재탄생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몇 배로 끌어 올리는 전형적인 엔터테인먼트화 된 다큐의 극대화된 모습이다.

다큐의 사실성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영화 <워낭소리>와 <아마존의 눈물> 등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다큐를 통해 보이는 '사실'의 질의 문제에 대해 갑론을박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사실은 사실이되, 그 사실이 그 이면의 진실과는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인식 역시 늘 함께 병립하게 되는 것이 다큐 세계의 진실이 되었다.

< MBC 다큐스페셜>이 인물을 다루는 방식 역시 이런 의심을 피해갈 수 없다. 지난 19일 방송된 '지금 다시 김광석을 부른다' 편은 1996년에 유명을 달리한 김광석을 오늘의 문화 트렌드가 된 입장에서 회고하는 자리였기에, 정말 김광석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느낄 아쉬움을 뒤로하고, 김광석이란 그 사람 자체를 다시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감회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봉준호 감독과 작품에 대한 궁금증, 이 정도로 풀리나?

 < MBC 다큐스페셜 > '2013 명사다큐 1편-감독 봉준호'이 26일 방송됐다. 사진은 <설국열차>에 출연한 배우 틸다 스윈튼과 봉준호 감독.

< MBC 다큐스페셜 > '2013 명사다큐 1편-감독 봉준호'이 26일 방송됐다. 사진은 <설국열차>에 출연한 배우 틸다 스윈튼과 봉준호 감독. ⓒ MBC


하지만 '2013 명사다큐 1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봉준호 감독을 다루는 방식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봉준호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또 한편에서 생각해 보면 듣고 싶은 이야기는 한 구석에 꿍친 혹은, 듣고 싶은 이야기의 포인트가 서로 달랐던 동문서답 같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단 네 편의 작품 만에 세계적 감독이 된 봉준호, <괴물>을 통해 한국 영화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마더> 등을 통해 세계적 평론가의 찬사를 받는 상업성과 예술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감독. <설국열차>를 통해 이 시대의 한껏 뜨거운 화두로 올라 선 봉준호 감독을 < MBC 다큐스페셜 >은 '2013 명사다큐'의 첫 번째 인물로 초대했다.

다큐의 초반은 당연히 최근 화제작인 <설국열차>란 영화를 통해 봉준호를 설명하고자 한다. 세계적 배우인 틸다 스윌튼이 그의 전 작품에서의 촬영 태도를 지양하고 늘 현장을 지키게 만들었던 매력적인 감독 봉준호,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핫한 배우로 떠오른 크리스 에반스가 천리 길을 마다않고 직접 오디션에 참가하게 만든 대단한 감독 봉준호를 그리는데 치중했다.

그리고 그런 봉준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밝혀간다. 감독이 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회학과 출신이 어떻게 감독이 되어 가는지의 과정과 <플란다스의 개>의 실패를 딛고 <살인의 추억>이라는 명작을 만들어낸 '봉테일'이라는 특징을 잡아내는데 다큐는 집중한다. 또한, 프랑스의 영화 잡지에서 '삑사리의 미학'이란 제목으로까지 소개된 봉준호 영화의 매력도 놓치지 않는다. 어떤가, 이 정도면 봉준호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겠는가?

< MBC 다큐스페셜 >은 묘하다. 그의 대학 시절부터 시작한 이력을 훑고, 그의 영화적 특징과 매력을 샅샅이 설명해 가는데, 정작 다 보고 나면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든다. 그 이유를 다큐 속에서 <설국열차>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홍대 앞 책방에서<설국열차>의 원작을 찾아낸 봉준호는 꼬리 칸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진 열차의 엔진 칸을 향해 나아가는 구조를 빼놓고는 모든 것을 바꿔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열차라는 공간의 현실감을 위해 트레일러 위에 세트를 놓고 흔들리는 열차의 공간감을 창조해 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점은 <설국열차>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아니다. 과연 <설국열차>에서 꼬리 칸 사람들이 엔진 칸을 향해 나아가는 지점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이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이를 두고, 봉준호가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 열차라는 세계를 설정하고 그것을 냉정하게 관찰자적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JTBC <썰전>에서 영화 평론가 허지웅은 꼬리 칸을 민주당 지지자, 머리 칸을 새누리당 지지자에 비교하는 것에 반대하며, 오히려 새누리당은 열차 밖의 자연재해 같은 존재이고, 꼬리 칸은 진보정당, 머리 칸은 민주당에 가깝다고 비유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모두들 봉준호가 <설국열차>를 만든 진의를 궁금해 하는 가운데, 봉준호와 그의 작품을 다루는 다큐에서 그런 이야기는 쏙 빼놓은 채 디테일이 강한, 예측하지 못한 돌발적 운명을 강조한 감독이라는 식으로 봉준호를 정의내리고 있다.

과연 <살인의 추억>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끈 것이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의 범인이 잡히지 못해서, 1980년대를 천연덕스럽게 되살려 냈기 때문만일까? '국민 엄마' 김혜자를 굳이 자식 사랑에 살인도 불사하는 파렴치한 모성으로 되살려낸 영화 <마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MBC 다큐스페셜 >은 마치 서울 소개 다큐가 서울에 가면 광화문도 있고, 경복궁도 있고 하는 식의 겉핥기식 소개를 하듯, 봉준호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봉준호는 이런 사람이에요'라는 소박한 소개는 될 수 있을지언정, 봉준호의 영화를 보고, 그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갈시켜 주는 데는 역부족인 프로그램이 되었다.

핫한 배우 김수현의 내레이션까지 얹어, 흥행 감독 봉준호를 그럴싸하게 보이게는 했지만, 외국의 유명 배우들이 달려와 함께 하는 세계적 감독이 된 봉준호의 세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것이 '2013 명사다큐'의 첫 회라는 점이다. 2013년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을 이런 식으로 다룬다면, 그것은 인물의 개략적인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에 대해서는 그 논란에 대해 눈 질끈 감고, 화제가 되는 부분만 조명하는 왜곡의 가능성조차 있다. 부디 '2013 명사다큐' 시리즈가 어릴 적 우리가 읽던 번드르르한 위인전의 수준을 뛰어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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