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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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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해 기소한 검찰은 김하영씨를 비롯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외부 조력자를 활용했으며 내부 보고를 거쳐 이들에게 매월 활동비로 300만 원을 지급했다고 26일 밝혔다.

외부 조력자의 존재는 이미 경찰과 검찰 수사를 통해 알려졌으나, 이들의 구체적인 활동비 액수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민간인 외부 조력자 이정복씨의 은행 계좌 2개에서 출처가 의심되는 금액 9234만 원을 확인한 바 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지방법원에서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첫 공판 모두진술 프리젠테이션(PT)에서 특별수사팀은 "2011년 12월경부터 약 1년간 (심리전단 직원들이) 외부 조력자를 활용한 사례가 발견되는데, 내부 보고를 거쳐서 매월 300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는 검찰의 공소장에도 수록되지 않은 내용이다.

검찰은 심리전단 직원과 외부 조력자가 ▲ 국정원에서 매일 시달되는 이슈와 논지 공유 ▲ 글 게시와 찬반 클릭 조직적 수행 ▲ 인터넷 아이디 공유 ▲ 실명 가입에 필요한 인적사항 서로 제공 등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은 통상적으로 외부 조력자 활용이 가능하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이런 발표는 심리전단 직원 김하영씨가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김씨는 지난 19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오늘의 유머> 등에서 같이 활동한 이정복씨에 대한 질문에 수차례 "저와 관련된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또한 검찰은 PT에서 심리전단 직원들의 구체적인 활동 방식을 밝혔다. 검찰은 "이들은 커피숍 등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을 사용해 활동했는데, (상부로부터) 매일 시달되는 주요 이슈 및 논지에 따라 게시글을 작성하고 매일 작성한 게시글 목록과 사이트 내 특이동향을 상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버팀 직원 1명은 하루 세 건 내지 네 건의 게시글 목록을 (상부에) 제출하는데, 약 20여 명으로 구성된 1개 사이버팀의 전체 게시글이 하루 60건 내지 80건, 매월 1200건 내지 1600건 가량"이라고 말했다. 심리전단 사이버팀은 총 4개 팀으로 구성되었다.

검찰은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이버 여론 공작 활동 과정에서 ▲ 트위터 회원 가입시 신분 위장을 위해 해외 이메일 주소 사용 ▲ 트윗과 아이디는 수시로 폐쇄 또는 삭제 ▲ 노트북과 스마트폰 활동 내용은 일 주일 단위 삭제 ▲ 외부 활동 시 동일 장소를 반복해서 이용하지 않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트윗 글과 아이디를 수시로 삭제하고 활동 내용을 일 주일 단위로 삭제한 것은 수사과정에서 게시물 발견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원세훈, 적 아닌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

검찰은 이같은 심리전단의 정치·대선 개입 행위에 지휘체계를 통한 지시와 보고가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궁극적 원인으로 원 전 국정원장의 그릇된 종북관을 지목했다.

검찰은 "피고인(원세훈)은 심리전을 적이 아닌 국민을 상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정부 여당을 비판하거나 북한과 유사한 주장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모두 종북으로 지목하고 공박을 지시했다"면서 "피고인의 이런 사고는 안보기관의 수장으로서 수사나 재판 결과 등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종북 딱지를 붙이는 신종 매카시즘"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재판에는 다른 개인 비리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원 전 원장이 하늘색 수의를 입은 채 참석했다. 검찰의 모두 진술 PT는 약 1시간 10분 동안 진행됐다. 검찰에서는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윤석열 여수지청장을 비롯해 박형철 공공형사부장, 김성훈 검사 등 4명이 참석했고, 변호인측에서는 이동명 변호사(법무법인 처음) 등 2명이 나왔다. 오전 11시30분경 휴정한 재판은 오후 2시에 속개돼 변호인측의 모두 진술 PT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태그:#원세훈, #국정원, #심리전단, #외부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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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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