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결승골 주인공 남준재(왼쪽, 2013. 8. 10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자료 사진)

역전 결승골 주인공 남준재(왼쪽, 2013. 8. 10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자료 사진) ⓒ 심재철


김학범 감독을 경질하고 데려온 김용갑 신임 감독의 데뷔전이었지만 강원은 후반전 10분이 지나가도록 인천의 골문을 향해 슛 하나 날리지 못하는 졸전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웨슬리가 찬 왼발 슛이 묘하게 김동기의 몸에 맞고 골이 되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강원에게 행운의 여신이 활짝 웃는 듯 보였다. 하지만 뒷심은 인천이 강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8일 오후 7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3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강원 FC와의 방문 경기에서 짜릿한 2-1 역전극을 펼치며 수원 블루윙즈를 밀어내고 다시 5위 자리에 올라섰다.

새 감독 앞 졸전

대전 시티즌과 함께 다음 시즌 강등당할 위기에 처한 강원 FC는 지난 22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안방 경기에서 0-4로 완패당한 뒤 김학범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중국 프로축구 광저우 헝다 수석코치를 역임한 김용갑 감독을 새로 임명했다.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려 있지만 파격적인 인사 조치였다. 공식적으로 프로 팀 감독을 처음 맡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강원 FC를 맡은 지 5일도 안 되었기에 새 감독만의 축구를 펼칠 수는 없었고, 이번 경기 상대 팀은 상위 스플릿에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6위 인천이었기에 김용갑 감독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첫 시험대였다.

예상했던 것처럼 강원의 경기력은 형편 없었다. 아무리 인천의 전방위 압박 축구가 빛나고 있었지만 2300여 안방 관중들 앞에서 후반전 10분이 지나도록 슛 한 번 날리지 못했다. 58분에서야 미드필더 이종인의 첫 중거리슛이 나왔지만 공이 날아간 곳은 인천 골문을 훨씬 벗어난 곳이었다.

그러자 김용갑 감독은 61분에 두 번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을 풀어가던 미드필더 강정훈을 빼고 최진호를 들여보낸 것. 거짓말처럼 이를 기점으로 강원의 반짝 공격이 빛나기 시작했다.

3분 뒤에 공격형 미드필더 웨슬리의 왼발 중거리슛이 첫 유효 슛으로 기록되었고 곧바로 1분 뒤에 행운의 선취골까지 만들어냈다. 역시 웨슬리가 왼발로 강하게 찬 공이 바로 앞에 있던 김동기의 몸에 맞고 굴절되어 인천 골문으로 굴러 들어갔다. 문지기 권정혁은 왼쪽으로 이미 몸을 내던진 뒤였기에 더욱 절묘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강원의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곧바로 인천은 선수 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퇴장 징계 중인 김봉길 인천 감독은 유동우 코치를 통해 찌아고(67분)와 디오고(71분)를 차례로 들여보내며 동점골 주문을 걸었다.

인천의 브라질 듀오, 역전 드라마 합작

설기현 대신 들어간 골잡이 디오고는 7분만에 귀중한 결실을 만들어냈다. 왼쪽 띄워주기가 날아올 때 훌륭한 위치 선정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 2011년 인천에서도 활약했던 수비수 배효성이 디오고를 뒤에서 잡아 넘어뜨린 것이 김상우 주심에게 제대로 발각되었다.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위해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디오고는 오른발 킥으로 왼쪽 구석을 노렸다. 강원 문지기 김근배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극적으로 막아내는 듯 보였지만 그의 손끝을 스치며 공은 그물을 흔들고 말았다.

이렇게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은 인천 유나이티드는 역전골을 위해 더욱 공격적인 경기 흐름을 만들어냈다. 역시 인천이 자랑하는 공격 루트는 양 측면이었다. 강원에게 뜻밖의 선취골을 내준 뒤 곧바로 들어간 찌아고는 보란듯이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89분, 오른쪽 측면을 빠르게 돌파한 그는 반대쪽에서 달려들어온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 남준재를 겨냥해서 공을 찔러주었고, 이 공을 받은 남준재는 골문을 등진 상태에서 오른발 힐킥으로 굴려넣었다. 그가 쏜 승리의 화살은 강릉 앞바다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인천은 이 짜릿한 승리로 지난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FC 서울과의 경인 더비 2-3 패배의 아픔을 씻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상위 스플릿에 머물기 위한 경쟁 구도에서 매우 중요한 승점 3점을 따낸 것이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정규리그를 세 경기 남겨놓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5위까지 올라온 인천 유나이티드는 남은 세 경기를 마치 토너먼트 결승전 치르듯 펼치게 된다. 상대가 모두 상위 스플릿 커트라인인 7위 언저리에 몰려 있는 경쟁자들이기 때문이다.

9월의 첫 날, 활짝 웃을 팀은?

인천의 24라운드 상대는 철퇴 축구 울산을 1-0으로 물리치며 기염을 토한 부산 아이파크(8월 24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며, 바로 다음 경기는 바로 아래 순위의 수원 블루윙즈(8월 28일 저녁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다. 이처럼 긴박하게 이어지는 안방 두 경기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상위 스플릿에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순위표 상으로는 불리한 조건은 아니지만 한 경기 끝날 때마다 순위표가 요동치기 때문에 결코 앞 일을 장담할 수가 없다.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강원 FC도 24일 저녁에 퍼플 아레나로 들어가 대전 시티즌과의 진정한 꼴찌 다툼을 펼쳐야 한다. 5연패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느냐는 이 경기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이 고비를 넘는다 해도 강원은 숨 돌릴 틈이 없다. 28일 오후에는 상위 스플릿을 노리고 있는 강팀 성남 천마를 상대하기 위해 탄천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K리그 출범 이후 가장 흥미진진한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이번 시즌은 지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흐름이다. 강등권 탈출의 보증 수표는 물론 다음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얻을 수 있는 상위 스플릿에는 3위 전북부터 시작하여 9위 성남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곱 팀이 커트 라인(7위) 안에 들어가기 위해 마지막 승점 경쟁에 접어들었다.

5, 6위 인천과 수원의 승점 차이도 1점이고 7, 8위 부산과 제주의 승점 차이도 1점밖에 안 된다. 이들을 위협하는 9위 성남도 겨우 2점 차이밖에 안 되니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한여름 살얼음판 그 자체다.

10위 전남부터 꼴찌 대전 시티즌까지의 승점 차는 어느 정도 굳어져 있어서 현재의 순위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규 라운드 성적을 고스란히 안고 스플릿 라운드에 들어가기에 승점 차이를 최대한 좁히는 데 매진해야 한다. 그러니 남은 세 경기 일정이 모두 바늘방석이 아닐 수 없다.

9월의 첫 일요일 낮 3시 일곱 군데 K리그 클래식 경기장에서는 마지막 살얼음판을 건너려는 각 클럽들의 아슬아슬한 맞대결이 펼쳐진다. 빅 버드, 스틸야드, 전주성에 저마다 새겨지는 실시간 스코어보드에 따라 축구팬들의 희비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9월의 첫 날 오후 5시 무렵, 활짝 웃을 수 있는 팀들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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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결과(8월 18일 일요일 저녁 7시, 강릉종합운동장)

★ 강원 FC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김동기(65분,도움-웨슬리) / 디오고(79분,PK), 남준재(89분,도움-찌아고)]

◎ 강원 선수들(감독 : 김용갑)
FW : 김동기
AMF : 웨슬리, 이종인, 강정훈(61분↔최진호)
DMF : 진경선(90+2분↔김진환), 박민(25분↔이종찬)
DF : 박상진, 배효성, 김오규, 최우재
GK : 김근배

◎ 인천 선수들(감독 : 김봉길)
FW : 설기현(71분↔디오고)
AMF : 남준재, 이석현, 한교원(67분↔찌아고)
DMF : 문상윤(90+2분↔손대호), 김남일
DF : 박태민, 이윤표, 안재준, 최종환
GK : 권정혁

◇ 23라운드 종료 후 팀 순위
1 포항 스틸러스 23경기 46점 13승 7무 3패 38득점 20실점 +18
2 울산 현대 23경기 42점 12승 6무 5패 43득점 25실점 +18
3 전북 현대 23경기 41점 12승 5무 6패 44득점 32실점 +12
4 FC서울 23경기 41점 12승 5무 6패 42득점 30실점 +12
5 인천 Utd 23경기 38점 10승 8무 5패 34득점 26실점 +8
6 수원 블루윙즈 23경기 37점 11승 4무 8패 35득점 26실점 +9
7 부산 아이파크 23경기 34점 9승 7무 7패 29득점 24실점 +5
--------상 하위 스플릿 구분선---------
8 제주 Utd 23경기 33점 8승 9무 6패 36득점 29실점 +7
9 성남 일화 23경기 31점 8승 7무 8패 30득점 30실점 0
10 전남 드래곤즈 23경기 25점 5승 10무 8패 21득점 26실점 -5
11 경남FC 23경기 21점 4승 9무 10패 26득점 39실점 -13
12 대구FC 23경기 17점 3승 8무 12패 21득점 37실점 -16
13 강원FC 23경기 15점 2승 9무 12패 17득점 43실점 -26
14 대전 시티즌 23경기 11점 1승 8무 14패 18득점 47실점 -29

이 기사는 SoulPla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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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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