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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디언 정성호

코미디언 정성호 ⓒ 최주호

"안녕하세요, 코미디언 정성호입니다."

인터뷰 섭외 전화에서 부드러운 목소리 너머로 배경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행복한 한 가장의 목소리였다.

tvN <SNL 코리아>, MBC <코미디에 빠지다>에서 활약 중인 코미디언 정성호를 만나기 위해 10일 오후 상암동 CJ E&M을 찾았다. 생방송을 위한 리허설을 하던 그는 짧은 휴식시간에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광대', 연예인 아우르는 멋진 표현

- 개그와 코미디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현재 개그와 코미디가 혼재되어 쓰이고 있어요. 저는 개그와 코미디의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두 단어의 개념에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개그는 원래 의성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잽을 툭툭 날리는 것처럼 가볍고 짧은 웃음,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쉽게 웃을 수 있는 거예요. 반면 코미디는 등장인물에 역할을 주고 대본화된 내용에 따라 기승전결로 이어져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 요소가 많이 가미된 희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미디의 요소는 탈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봉산탈춤이 있겠군요. 봉산탈춤은 총 7과장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식의 연극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특히 제6과장에 해당하는 '양반춤'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이 바로 말뚝이라는 캐릭터인데요. 말뚝이는 등장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양반을 소개하면서 "개잘량이 양자에, 개다리소반의 반자를 쓰는 양반이요". 얼마나 속 시원한 풍자입니까? 사실 개잘량이나 개다리소반에 붙는 개자는 첫째의미가 나쁘다 입니다. 개살구, 개복숭아가 여기에 속하죠.

 봉산탈춤 중 제6과장 '양반춤'의 한장면

봉산탈춤 중 제6과장 '양반춤'의 한장면 ⓒ 문화재청 홈페이지


그리고 두 번째가 욕입니다. 백성 다수를 대신하여 말뚝이가 양반에게 시원하게 욕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광경을 보고도 양반들은 모른척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라도 사회 지배층인 양반에 대한 불만을 풀지 않으면 민초들이 폭동이라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 후기에 들불처럼 번져 나갔던 민초들의 항쟁이 바로 그것이지요.

탈춤과 마당극에서는 대본에 따라 인물들이 대사를 말하고 연기합니다. 그러면서 풍자적인 희극적 요소는 버리지 않고요. 현대의 코미디와 많이 유사하다고 봅니다."

-  코미디언을 우리나라 고유어로 나타내자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최불암 선생님이 말씀하신 '광대'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광대는 춤 광대(댄서), 창 광대(가수), 연기 광대(연기자), 어릿광대(아역연기자) 등으로 세분화 됩니다. 즉, 광대는 오늘날 연기자, 가수, 코미디언 등 연예인을 아우를 수 있는 멋진 표현입니다. 그러던 것이 일제에 의해 천한 사람이나 하는 천한 직업으로 격하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잘 차려진 마당이 있다면 광대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관중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MBC <웃고 또 웃고-나도 가수다>에서 가수 임재범(오른쪽)의 성대모사를 한 정성호(왼쪽)

MBC <웃고 또 웃고-나도 가수다>에서 가수 임재범(오른쪽)의 성대모사를 한 정성호(왼쪽) ⓒ MBC


한 명의 성대모사 위해 최소 만 번의 연습

- 1인 7역 모사 영상 재미있게 봤습니다. 성대, 안면, 특징 등의 모사가 무척 탁월한데 그간의 노력과 비결은 무엇이죠?
"일단은 모사하려는 대상을 최대한 똑같이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한순간에 이루어지지는 않죠. 한 명의 대상을 모사하려면 수백 번, 수천 번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저는 한 명의 성대모사를 위해 거울을 보면서 최소 만 번의 연습을 합니다. '만 번의 법칙'이죠.

단순히 흉내를 내는 것을 넘어 시청자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표정, 제스처 등의 특징을 잡아낸 뒤 좀 더 과장해 부각시키면 큰 웃음 포인트가 됩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하죠. 모사 대상을 선정할 때도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성대모사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면 더 좋아요. 예를 들면 '이순재 선생님이 화장실에 있을 때'처럼 말이죠.(웃음)

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저만의 모사 대상을 찾고, 모사에 버무릴 코미디 소재를 찾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 평소 목소리, 성량도 정말 좋네요. 선천적인 건가요?
"목소리가 한 사람의 성격이나 다른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목소리를 가지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 지금의 제 목소리죠.

학창시절에 학교 근처 떡볶이 가게 사장님의 '어서 오세요~'(특유의 억양과 좋은 목소리 톤) 한마디에 손님들이 재미를 느껴 가게가 항상 북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 목소리가 저 사람의 매력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또 생각했죠. '목소리 좋은 사람 치고 망할 사람은 없겠구나'라고요.(웃음)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성우 박일, 배한성, 양지운, DJ 김기덕씨 등을 따라 하면서 좋은 목소리를 모두 제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호흡, 발음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복식호흡을 연습하기도 하고요. MBC 김완태 아나운서에게 물어봤더니 책을 소리 내 읽고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발음을 연습하는 것이 도움된다고 해서 그런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실수해도 든든히 받쳐주는 동료들, 'SNL'의 원동력"

 <SNL 코리아>에서 조용필 성대모사를 하는 정성호

에서 조용필 성대모사를 하는 정성호 ⓒ tvN


- <SNL 코리아>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코미디와 정극 사이 징검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서 많은 웃음을 준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가미되는 시사 풍자, 그리고 호스트가 보여주는 의외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봅니다.

거기에 저와 같은 코미디언은 서브 역할을 적절하게 해서 웃음을 유발합니다. 연기자와 코미디언 간의 호흡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SNL 코리아>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신동엽 선배는 맡은 역할에 따라 적절하게 주도하기도 하고 받쳐주기도 합니다. 항상 감탄하고 존경하죠."

- 생방송에 대한 부담감도 있으시겠어요.
"부담감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출연자 모두가 많은 시간 연습하며 극복하고 있습니다. 서로 모니터도 자주 하고요. 혹여 실수가 나오더라도 누구도 '너 때문에 망쳤어'라는 식으로 대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네 덕분이야. 고마워'라며 격려하고 배려하죠. <SNL 코리아>의 크루 사이에는 두터운 믿음이 있습니다. 마치 LA다저스의 투수인 류현진 선수가 공을 잘 못 던지는 날, 팀 동료의 강한 타격으로 경기에서 이기는 것처럼 말이죠. 한 사람이 실수해도 동료들이 든든하게 받치는 것. <SNL 코리아>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죠.

서로 믿는 만큼 각자 프로페셔널하게, 즐기는 마음으로 임하기에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출연자들이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스스로 즐길 수 있죠. 그래야 시청자들도 즐기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서로 맞춘 합이 무너져서 도미노처럼 연쇄작용을 일으킬 때도 있지만 그것 또한 생방송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자신만의 무기를 가져라' 후배 코미디언들에게 조언을 하고 있는 코미디언 정성호

'자신만의 무기를 가져라' 후배 코미디언들에게 조언을 하고 있는 코미디언 정성호 ⓒ 최주호


코미디 프로그램 침체기…'자신만의 무기를 가져라'

- 과거의 영광에 비하면 최근 코미디 프로그램이 침체되어 있는데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네, 침체되어 있는 게 사실이죠. 또 각 방송국 코미디언 간의 교류가 많이 없는 점도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저 같은 선배들이 잘 이끌어주지 못해 그런 것은 아닌가 하고 책임을 통감하기도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겠지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강점을 개발해 시청자에게 다채로운 웃음을 선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무기를 가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기인 노래를 코미디에 접목하는 신보라씨처럼요. 성대모사도 유행에 휩쓸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할 것이 아니라 본인만의 개성이 녹아드는 것을 개발하고, 설사 같은 것을 하더라도 뭔가 다른 특징을 부여해야 합니다.

<SNL 코리아>를 살펴보면 김민교씨는 부릅뜬 큰 눈, 김슬기씨는 쌍욕이 장기잖아요.(웃음) 이렇게 자신만의 무기를 보여줄 때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그래야 코미디가 발전할 수 있고요. 자신만의 무기를 준비하고 개발하는 것은 비단 코미디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곧 본인의 경쟁력이 될 테니까요."

 성심 성의껏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코미디언 정성호와 질문을 하고 있는 윤정노 기자.

성심 성의껏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코미디언 정성호와 질문을 하고 있는 윤정노 기자. ⓒ 최주호


방전된 나를 충전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가족'

- 여러 매체와 방송을 통해 정성호씨의 화목한 가정을 볼 기회가 많은데요. 정성호씨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내는 저의 '충전기'예요. 배터리가 다 닳아서 집에 돌아가면 새롭게 충전해주죠. 아내는 저를 웃게 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아내와 아이들을 보면 제가 왜 움직여야 하는지 답이 나옵니다. 제 삶의 원동력이죠.

물론 아내와 다툴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 생활을 잘 모르기에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회식에도 아내를 늘 대동합니다. 아내가 제 생활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져서 더 많은 것을 배려하게 됐어요.

한번은 회식 자리에서 신동엽 선배가 '가정에 충실한 성호 왔니?'하고 놀리신 적도 있지만 (웃음) 저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정말 즐겁고 소중합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위로해 주는 아내와 웃음 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껴요. 일하는 동안에도 아내와 자주 통화하고요. 집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을 생각하면 힘들 겨를도 없습니다."

-아! 벌써 약속한 30분이 훨씬 지났네요.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앞으로도 계속 땀내나게 열심히 해서 신명 난 코미디를 하는 코미디언 정성호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웃음)"

<SNL 코리아> 최종 리허설이 임박해 그는 곧바로 촬영장으로 향했다. 인간 복사기 코미디언 정성호, 앞으로 그가 만들어갈 코미디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최주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spdhrkeldjs)와 블로그와이드(http://www.blogwide.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성호 SNL코리아 코미디에 빠지다 성대모사 임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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