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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조선닷컴 머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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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계 꼴찌에서 삼성맨 됐다던 유명 대학생 멘토, 알고보니 가짜"

9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이 기사가 "단독"을 달고 조선닷컴 머리기사로 걸렸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김원기씨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터라 검색을 해 봤어요.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 대불대학교 입학 후 연세대 편입, 한국대학생 IT경영학회 설립, 삼성SDS 입사 사칭, 강연 활동, 자서전 출간. 이게 전부입니다.

삼성SDS에 입사했다고 속인 것 말고는 별로 특별하지 않은 이력이네요. 설령 삼성에 입사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총 25만 명이나 일하는 회사에 입사한 것 자체가 강사로 초대받아야 할 만큼의 성취는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별 특별할 것 없는 그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낸 건 누구일까요? 먼저 기사 내용을 좀 더 보죠.

"실업계 고교를 졸업하고 2004년 대불대에 입학했던 김씨는 두 차례 편입 끝에 2008년 연세대에 들어갔다. 2010년 김씨는 "실업계 고교에서 꼴찌였던 내가 4학년이 되기도 전에 삼성SDS에 특채됐다"며 자신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신문 방송에서 그의 '성공 스토리'가 기사화됐다. 대학생 멘토라는 별명을 얻게 된 김씨는 전국 고교·대학에서 강연도 했다. 작년 6월엔 '스펙보다 열정이다'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했다. 부제는 '전교 꼴찌에서 삼성맨까지, 김원기의 멈추지 않는 도전'이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씨의 거짓 홍보와 신문 방송에서의 띄우기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그의 거짓 홍보를 대단한 것으로 여기게끔 만든 그 신문 방송이 어디였을까요?

"파이팅! 꼴찌도 끈기 있으면 명문대 간다" '실업계고 전교 꼴찌, 삼성맨 되다' 김원기씨의 반전 공부법

2011년 1월 3일 <조선일보> 43면을 가득 채운 기사의 제목이에요. 기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연세대학교 4학년 김원기(25)씨는 고교시절 게임광이었다. 온라인 게임에 빠져 공부는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성적도 자연히 바닥을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달라졌다. 고3 여름방학부터 시작한 공부가 재미에 재미를 붙이며 지금은 졸업 전 삼성그룹에 최종 합격, 1월부터 입사하기에 이른 것. 실업계 꼴찌에서 4년제 입학, 편입만 두 번, 칠전팔기를 외치는 청년 김원기씨를 만나 꼴찌에게 들려주는 희망가를 들어봤다."

KBS 1TV의 <행복한 교실>(종영)에서 김씨를 초청해 "꼴찌에서 명문대생이 된 김원기"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한 건 그로부터 한 달이 더 지난 2월 23일의 일이었어요. 김씨는 <조선일보> 기사와 KBS 방송을 근거로 자신을 알렸고 강사와 자서전 저자로 활동할 수 있었던 거에요.

김씨를 특별하게 포장한 건 김씨의 거짓 홍보가 아니라, 그 거짓 홍보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준 <조선일보>였네요. 하지만 <조선일보>의 9일자 단독 기사에는 이런 언급 없이 그냥 "신문 방송"에서 그의 '성공 스토리'가 시작되었다고만 하고 있어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입니다.

이건 <조선일보>가 단독 기사로 김씨의 거짓을 폭로할 것이 아니라, 애초 잘못 보도한 데 대해 정정보도로 바로잡아야 할 일 아닐까요? 언제부턴가 유체이탈 화법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이제는 신문에서 유체이탈 기사를 쓰기에 이르렀네요. 유체이탈 기사에 점수를 줄 수 없고, 그나마 뒤늦게라도 사실을 바로 잡은 데 대해서만 39점 줍니다.


태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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