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드라마<몬스타>에서 규동 역의 배우 강의식이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직드라마<몬스타>에서 규동 역의 배우 강의식이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나고 자란 시골 동네가 세상의 모든 것이었던 아이. 무엇이든 1등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또 그렇다고 무엇이든 못 하지는 않았던 아이. 평범하게 자라 평범한 삶을 누릴 것이라 생각했던 이 아이의 운명은 학교 강당에서 처음 만난 연극 한 편으로 갑자기 바뀌고 말았다. 배우 강의식은 그 순간을 "나 혼자 그 강당에 있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요즘처럼 무더운 한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경기도 양평에서 나고 자랐어요. 서울 근교라고는 하지만 정말 시골이었죠. 소 키우는 집도 많고. 아무래도 문화적으로 혜택을 누리기가 힘든 곳이라, 예체능 분야에서 뭘 한다는 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동경할 뿐이었죠. 그러다 고등학교 때 에어컨도 안 나오는 찜통 같은 강당에서 배우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연기하는데, 그때까지 연극이라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저에겐 멋있고 신선한 모습이었어요."

그 이후 '대학에 가면 동아리 활동으로라도 연극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상경해 경영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둘 다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결국 부모님과 담판을 지었죠. 다들 힘들 거라고 했지만 '내가 해서 행복한 걸 하고 싶다'고 말씀드려서 결국은 허락을 받았어요."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연극학부가 있는 대학교에 입학했다. '배우' 강의식의 첫걸음은 이렇게 시작됐다.

일 주일 전 합류한 <몬스타>…"운 따랐지만, 기회 잡기 위해 늘 노력"


그에게 tvN-Mnet <몬스타>는 특별한 작품이다. 뮤지컬 한 편(<화랑>)이 전부였던 그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일주일 전, 극적으로 <몬스타>에 합류했다. 이를 두고 당시 오디션을 봤던 김원석 PD는 "거의 (캐스팅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강의식을 보고 '딱 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의식은 "운도 따랐던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화랑>도 공연 일주일 전에 캐스팅됐거든요. <몬스타>도 그렇네요.(웃음) 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기회가 왔을 때 정말 열심히 했던 거죠. 항상 기회를 기다리긴 했어요. 특정 작품을 기다렸던 건 아니지만 다양한 것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연기나 노래, 그 어떤 부분도 게을리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거든요. 운도 있었겠지만, 그간 열심히 준비한 덕도 좀 있지 않나 싶어요."

남들처럼 충분히 캐릭터나 대본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강의식은 바로 포스터를 촬영하고 현장에 나서며 박규동이 될 채비를 서둘렀다. 극 중 박규동은 '라디오'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갖췄지만, 왜소한 체격과 소심한 성격 탓에 반에서 왕따로 통하는 인물. 그러면서도 귀여운 부분이 있고, 보는 이들의 보호본능도 자극해야 했다.

이에 강의식은 "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감독님이) 누가 봐도 '왕따'인 것 같은 아이가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사연이 있어 그렇게 된 느낌을 내라고 하셔서 다른 작품을 참고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친구들의 사랑을 받았던 규동이 '왕따'가 되었다가 다시 극복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기 위해 톤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규동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옥상에도 올라가고, 작은 노력이지만 촬영이 들어가면 배우들과도 말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했다.

"처음엔 막막했어요. 무대에서는 뒤에 있는 관객에게까지 제 소리가 전달되어야 하니까 발성도 다르고, 연기도 다르거든요. 드라마는 마이크가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감독님 생각에는 목소리가 규동이 같지 않았나 봐요. '비어 있는 듯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무대 연기의) 색깔을 빼는 데 심혈을 기울였죠. 결과물이 바로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괜찮을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막상 방송을 보니까 뿌듯하더라고요. (웃음)"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내가 규동이와 만났던 순간"



강의식, 그러니까 박규동을 <몬스타>의 일원으로 똑똑히 각인시킨 것은 1회 괴롭힘을 당하던 그가 눈물을 흘리며 '바람이 분다'를 부르던 장면이었다. 그 후로도 강의식은 8회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등을 선보이며 유독 음악 신에서 큰 여운을 남겼다. 강의식은 "첫 방송을 다 같이 모여서 봤는데,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다는 소리를 듣고 '방송의 힘이 이렇게 크구나'라는 걸 실감했다"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알고 보니 '바람이 분다'는 강의식이 오디션에서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다.

촬영 당시를 떠올리던 강의식은 "대사 하나만 잘 소화하기도 어려운데 연기와 모창도 해야 하고, 노래까지 잘해야 하니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며 "그땐 촬영 초기라 반 친구로 나오는 출연자들과 친하지 않아서 다들 정말 리얼하게 리액션을 해줬고, 덕분에 감정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는 비화를 들려줬다. 그리고는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는 말에 "배우 입장에서는 사실 만족이라는 게 없는 편"이라며 "남들은 호평해도 연기하는 입장에선 찰나의 순간에도 아쉬운 게 보인다"고 손사래를 쳤다.

"만족했다기보다 기억에 남는 음악 신은 8회에 나왔던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에요. '바람이 분다'와 같이 눈물을 흘리며 부르지만, 사뭇 다른 느낌이죠. 노래를 부르는 순간 죽음을 결심하는 거잖아요. '바람이 분다'가 처절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면, 이 노래는 이미 죽음을 느끼고 절망한 마음을 드러낸 거예요. 촬영 끝나고도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래도 규동이를 만날 수 있었던 순간이었어요. 왜 배우들은 연기하면서 자신의 캐릭터와 밀착되는 순간을 꿈꾸잖아요. 그 순간만큼은 규동이가 저와 아픔을 나눴던 것 같아요."

"규동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다"는 강의식. "<몬스타>는 시청자에게 나를 처음 알린 작품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앞으로도 이 작품을 돌아보면서 내가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며 "몸은 힘들었어도 즐겁게 촬영했던 매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강의식에게 <몬스타>는 즐거운 기억으로 가득한 '생일'이다.

"나를 향해 박수쳐 주는 관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연기하겠다"



"당분간은 영화나 드라마에 많이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의식. 한 번 진로를 틀어 연기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니, 앞으로는 돌아온 시간 만큼 연기에 매진하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군인인 아버지와 다정다감한 어머니, 그리고 든든한 형까지. 처음 그의 돌발 선언에 놀랐던 이들도 이제는 지원군이 됐다. 하지만 강의식은 "좀 더 사랑받을 수 있고, 내보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나를 아끼지 않고 연기하고 싶다"면서도 '배우'의 삶에 드리워질 수밖에 없는 막연한 불안감을 털어놨다.

"불안함이라기보단 기대감이라 표현하고 싶기도 한데…. '다음은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고 있어요. <화랑>과 <몬스타>로 저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드러냈지만, '불려야'만 하는 입장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저를 향해 손뼉 치는 관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연기할 것 같아요. <화랑>을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했거든요. 처음엔 관객이 한 줄 정도인 때도 있었어요. 그게 한 13명 정도 되나?(웃음) 그래도 행복했거든요. 그 13명을 놓고 정말 뜨겁게 공연했어요. 관객이 꽉 찬 날보다 그런 날이 더 좋을 때도 있더라고요."

삶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의 연속이라고, 누군가는 그랬다. 강의식도 예상할 수 없었던 사건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길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예상하기 힘든 앞날을 바라보며 뜨겁게 살아가고 있다. '물음표의 사나이',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한 그는 "무엇이든 확실한 건 없는 것 같다"며 "'나는 누구일까'에 대한 생각을 늘 해왔고, 죽는 순간까지도 물음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래서 삶이 재미있는 것 같다"는 거다. 예상치 못하게 대중의 눈앞에 뚝 떨어진 배우, 강의식을 지켜보는 일에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기를.

"'투 비 컨티뉴드'(to be continued) 같은 사람이고 싶어요. '양파 같은 사람'이고 싶고요.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까도 까도 계속 나온다'고 하는데, 저는 다른 의미로 까도 까도 새로운 게 나오고 싶은 사람이고 싶어요. 몇십 년 뒤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계속 연기하고 있을 것 같아요. 직선으로 가면 쉬웠을 길을, 저는 돌아왔잖아요. 이 길을 찾기까지 참 어려웠거든요. '이 길을 선택한 이상, 돌아가지 않으리'라며 시작했으니, 계속 하고 있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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