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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본능처럼 연기하고 싶었어요. 스타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어요. 그래서 드라마 장면을 자주 따라 했죠. 뭔가를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배우 한제인은 2009년 MBC 일일드라마 <멈출 수 없어>를 통해 데뷔해 2010년 KBS 일일드라마 <사랑하길 잘했어>, 영화 <불량남녀>(2010) <점쟁이들>(2012) <내가 살인범이다>(2012) 등에 출연한 신인배우다. 비교적 앳된 외모 탓에 고등학생 역을 주로 맡았고 단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어느덧 데뷔 5년 차를 바라보는 20대의 노력파 배우다.

지난 26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외모에서 비치는 가녀린 모습과는 달리 배우에 대한 강한 신념과 미래에 대한 당찬 의욕을 내비쳤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사춘기 때는 사실 그걸 밝히기가 창피했어요. '나 같은 애가 어떻게 TV에 나오는 배우가 될 수 있겠어' 하는 생각에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쓰라고 하면 선생님이라고 썼죠. 하지만 저는 항상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부모님께 '배우가 되겠다. 예술고를 가겠다'고 선언했죠."

그렇게 그녀는 안양예술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연기공부를 했다. 소속사를 찾아다니며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띠었는지 드라마 감독으로부터 작은 역할이지만 제안을 받아 아침 드라마로 데뷔했다.

 이돈구 감독의 영화 <현기증>에서 도지원의 아역을 맡은 한제인. 최근 그녀는 장편독립영화 <베네치아><픽업아티스트><순결한 고백>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이돈구 감독의 영화 <현기증>에서 도지원의 아역을 맡은 한제인. 최근 그녀는 장편독립영화 <베네치아><픽업아티스트><순결한 고백>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 네임벨류스타즈


무명 배우의 세계, 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어

한제인은 앳된 모습과 달리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종합격투기로 잘 알려진 '주짓수'를 배운다. 신인 배우로서 연기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체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신인배우들의 힘겨운 삶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의미 있는 목소리를 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 장면 촬영을 위해 아침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촬영한 적도 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촬영이 아니라 기다린 거죠. 유명 배우와 달리 저 같은 신인배우는 언제 촬영할지 모르니까 계속 기다리는 거예요. 새벽2시에 MBC를 나오는데 '아 서글프다. 생각보다 힘들구나!' 라고 생각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연기자로 살아간다는 자체가 많은 인내심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매력도 있었고요.

소위 말하는 톱배우들이야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물론 힘들었겠지만) 화려한 면이 많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배우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 사람들의 삶은 사실 굉장히 힘들어요. 저 역시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기까지 왔거든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한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시스템이니까 안타깝죠. 만약 제가 열심히 해서 잘 된다면 그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웃음)."

신인배우라면 한 번쯤은 느꼈을 인맥에 대한 필요성. 그녀는 "인맥도 중요하겠지만 그게 전부라고 한다면 패배자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만큼 연기보다는 외모에만 신경 쓰는 사람들의 생각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영화든 드라마든 모든 작품은 사람 사는 이야기거든요. 이 세상은 예쁜 사람만 있는 것도, 잘생긴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떤 작품이고, 어떤 이야기냐에 따라 필요한 배우도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제인은 존경하는 배우로 공효진과 전도연을 꼽는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연기자들이기 때문이란다. 그녀 역시도 특유의 개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랑스럽고 얼굴과 몸매가 예쁜 사람은 많아요. 하지만 그 배우만의 특유의 느낌과 사랑스러움을 나타낼 수 있는 배우는 손으로 꼽죠. 내면의 뭔가가 있어야지 나올 수 있는 느낌들이거든요. 그런 배우들은 사실적인 연기를 해요. 저도 그런 느낌을 갖고 싶어요."

 한제인은 이돈구 감독의 영화 <현기증>에서 도지원의 아역을 맡았고, 장편독립영화 <베네치아><픽업아티스트><순결한 고백>에서 주연으로 등장하게 됐다.

한제인은 이돈구 감독의 영화 <현기증>에서 도지원의 아역을 맡았고, 장편독립영화 <베네치아><픽업아티스트><순결한 고백>에서 주연으로 등장하게 됐다. ⓒ 네임벨류스타즈


영화 <현기증>에서 주인공 도지원의 아역으로 캐스팅

한제인에게 있어 2013년의 하반기는 더없이 바쁜 날들이다. 그녀는 장편독립영화에 연이어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전진규 감독의 <베네치아>, 전도환 감독의 <픽업아티스트>, 최인규 감독의 <순결한 고백>에서 주연을 맡아 곧 촬영에 들어간다.

그중에서 <픽업아티스트>는 4명의 남자 주인공이 각기 다른 삶을 살면서 받는 상처를 여자를 통해 풀어보려고 하지만 결국은 힘든 상황이 이어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 남자들 중 한 명이 만나는 여자 역할인데요. 낮에는 교회를 다니고 밤에는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춰요. 아버지가 목사님인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사건들이 있었죠. 그래서 거기에서 오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밤에는 클럽에 가서 술을 먹고 춤을 추죠. 상징하는 바가 큰 영화예요."

또한 최근에는 영화 <가시꽃>을 연출했던 이돈구 감독의 <현기증>에서 주연을 맡은 도지원의 아역으로 캐스팅됐다. 이 영화는 '치매에 걸린 엄마와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도지원(아역 한제인)은 치매에 걸린 엄마의 큰 딸 역할을 맡는다.

"그동안에도 주로 10대 소녀나 고등학생 역을 했어요.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에서도 이두석(박시후 분)을 쫓아다니는 고등학생 역을 했죠. 외모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아역이든, 고등학생 역이든 상관없어요. 오히려 악역에 더 자신이 있어요. 악한 역할을 해서 욕을 많이 먹으면 정말 행복할 거 같아요(웃음)."

인터뷰 내내 이어지는 한제인의 말과 표정에서는 연기에 대한 갈망과 신념이 확실해 보였다. 비록 아직까지는 배우로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처럼 '배우 한제인 하면 어떤 배우도 떠오르지 않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연기자'가 되길 기대해 본다.

배우 한제인 라이징스타 현기증 순결한 고백 픽업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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