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호두를 따고 있는 '류옥하다'군.
 호두를 따고 있는 '류옥하다'군.
ⓒ 류옥하다

관련사진보기




"글을 참 잘 써."

어느날 아빠가 한 아이의 글을 소개해 줬다. 그 친구는 나보다 한 살 어린 16살인데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책을 많이 읽어 <오마이뉴스>에 서평도 올린다. 서평 외에 다른 글도 많이 올린다.

그 친구의 이름은 '류옥하다'.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공부를 하고 있다. 한 때 학교를 다녔지만 자신과 맞지 않아 지금은 홈스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검정고시를 준비해 고등학교에 갈 예정이라 한다.

그 친구가 쓴 기사를 다 읽어봤다. 제일 인상 깊은 글은 '서열놀이 하지 말고 학생 행복 지수나 높여줘요'로 대학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외에도 단식 경험을 쓴 "나도 드디어 단식을 한다, 야호"도 매우 흥미로웠다. 다른 글들도 재미있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물어보고 싶은 것도 생겨났다. 그래서 이메일을 보내 인터뷰 제의를 했다.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이 이메일 인터뷰 덕분에 여러 궁금증이 풀렸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

"우리 집 교육은 한마디로 방목 교육이에요"

- 이름이 특이해.
"성은 부모님 성에서 하나씩 따와 '류옥'이고 이름은 '하다'에요."

- 농사와 공부로 거의 하루를 보낸다 했지? 혹시 그 외에 다른 일은?
"음. 기타를 치구요, 플루트를 불고, 주로 독서를 많이 해요^^  아, 수영과 자전거 타기도 좋아하고요."

- 바쁜 생활을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오마이뉴스>를 알게 되었니? 어쩌다가 글 쓸 생각을 하게 된 거야?
"아, 원래 일기와 독후감, 감상문을 쓰면서 조금씩 글을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2010년 즈음에 10살 최연소 기자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그걸 보시고 저한테 글을 올려보라고 권유하셨어요. 제가 블로그에 쓴 '13살 소년의 외침...4대강 사업이 강을 살린다고요?' 를 <오마이뉴스>에도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여기에 기사를 쓰기 됐어요."

- 홈스쿨링은 엄마랑 하는 거니? 아니면 스스로 다 공부를 하는 거니? 학기마다 공부할 것을 엄마랑 결정한다고 하던데 주로 어떤 공부를 하니?
"저희 집 교육은 (제 표현으로) '방목 교육'이라고 ^^. 거의 혼자서 공부를 하고, 부족한 과목은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아는 분들에게 물어봐요. 학기마다 하는 공부는 한 학기에 하나씩 관심있는 분야를 집중 탐구하는 건데 예를 들어 '버섯'이면 버섯을 파고드는 거에요. 사전을 찾아보고, 인터넷을 보고, 만져보고, 먹어보고 하면서 버섯을 알아가는 거죠. 어머니는 큰 틀의 교육을 짜시죠. 적절한 예가 없는데 뭐랄까,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의 큰 틀이 '자유'라면 딱 어머니는 '자유'까지만 짜시고 나머지는 제가 구축을 하는 교육이랄까요?"

- 평소에 걱정하는 게 학교를 다니는 나와는 다를 것 같아. 너는 걱정거리가 있니? 어떤 종류?
"음. 많은 사람이 이렇게 학교를 안 다니면 걱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학교를 안 다니면 안 다니는 대로 걱정이 많아요. 일단 다른 길을 가고 있잖아요. 대안학교처럼 여러  명이 같이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혼자 공부를 하다보니까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공부에 대한 불안, 친구가 적은 데 대한 불만도 있구요. 다른 길이란 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 엄마는 자연에서 사는 데 관심이 많다고 했지? 엄마가 원하는 너의 미래와 너가 원하는 너의 미래에 대해 말해줘.
"어머니는 '네 맘대로 살아라'라고 하셔서(웃음). 그냥 가고 싶은 길 가라고 하시네요. 당신 삶은 당신 삶이고 내 삶은 내 삶이라고."

"한 달에 많을 땐 20권, 서평 쓸 책은 3번 이상 읽어요"

충청북도 영동군 산골에 있는 '대해리(大海里)' 마을. '류옥하다'군이 사는 마을이다.
 충청북도 영동군 산골에 있는 '대해리(大海里)' 마을. '류옥하다'군이 사는 마을이다.
ⓒ 류옥하다

관련사진보기


- 검정고시 준비한다는데 어떻게 하고 있니?
"일단 혼자서 인터넷 강의나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조금 더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서 서울에서 4주 검정고시 속성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안 하던 공부라 아무래도 좀 어렵네요^^."

- 서평을 많이 쓰던데 한 달에 평균 몇 권 정도 읽어?
"글쎄요. 워낙 달마다 달라서. 바쁘면 한 달에 3~4권 정도 읽기도 하고 많을 땐 20권까지 읽기도 해요. <삼국지>나 <토지>, <로마인 이야기>처럼 한번 꽂히면 밤새 5~6권을 읽기도 합니다. 서평을 쓰려면 책을 더 깊이 있게 느낄 필요가 있어서 같은 책을 3번 이상 읽어요^^."

- <서열놀이 하지 말고 학생 행복 지수나 높여줘요>란 기사를 인상 깊게 읽었어. 너는 대학을 갈 생각이 있니?
"나중 일로 지금 머리를 쓰고 싶지는 않은지라(웃음). 그때 가서 필요에 따라 판단하려고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네 맘대로 해라, 근데 갈 거면 좋은 데 가서 장학금 받고 다녀라'라고 하셔서 다닐 거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듯하네요(웃음)."

- 단식 일기를 읽고 나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 방학 때 시도해 보려고 하는데 꼭 구충제나 마그밀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야? 기사에 쓴 것 외에도 단식에 대해 충고할 것 있으면 알려줘.
"아, 단식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꼭 구충제나 마그밀이 없어도 괜찮고요. 요즘은 약  없는 단식도 시도하고 있어요. 충고라면 살을 빼려는 '불순한 목적'(어머니 표현이에요^^) 으로는 하지 말라 정도?"

-단식 일기에 아침마다 식구들과 수행을 한다고 하던데 어떤 수행이니?
"국선도, 요가, 티베트 대배(티베트에서 하는 절), 절, 기도명상 등 계절이나 때, 상황에 따라 달라요. 그런데 확실히 티베트 대배가 기운이 센(?) 것 같아요. 하루가 더 상쾌하다고나 할까요. 사실 요즘은 조금 게으르게 하고 있답니다.^^"

-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 나도 이런 교육체계가 싫거든. 너의 생각을 듣고 싶어.
"학교를 다녀도 힘들겠지만 학교 밖에도 불만이 있고, 불안이 있고, 걱정이 있어요(물론 시험 압박감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 사람이 사는 곳엔 어디나 불안이 있지 않을까요? 할머니가 '천석꾼은 천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가지 걱정이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대로인 것 같아요. 내가 변하지 않으면 어딜 가나 똑같은 게 아닐까요?"

- 마지막으로 너도 컴퓨터 게임 하니?
"네. 아무래도 친구들이 다 게임을 하니까 관심을 두게 되죠. 몇 번 해본 적도 있고요^^. 그런데 별 재미를 못 느껴서 지금은 안 하고 있어요."


태그:#인터뷰, #시골생활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