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01 20:52최종 업데이트 24.04.0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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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기후 변화 대응, 집에 불이 난 것처럼 22대 국회가 행동해줄 것을 촉구하는 유권자의 DM ⓒ 오마이뉴스

 
요즘 친구들과 만나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날씨가 미친 것 같아."
"이제 진짜 망하나 보다."


환경에 관심 없다고, 어려운 문제라고 돌아섰던 친구들이 먼저 날씨에 대해 말을 꺼낸다. 누구는 가을에 입으려고 예쁜 코트를 샀는데 날이 갑자기 추워져 3일도 못 입고 옷장에 넣었다고 한다. 누구는 여름에 자취방이 너무 더워 에어컨을 내내 틀었다가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고 한다. 

지난 12월에 제주도에 갔다가 활짝 핀 유채꽃밭을 보았다. 눈은 즐거웠지만 소름이 돋았다. 추운 겨울에 유채꽃이라니! 돌아오고 나서 며칠 뒤 제주도에 사는 친구들의 인스타를 보았다.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노란 유채꽃들이 하얗게 질렸겠다.
 

23년 12월 13일 제주 유채꽃밭 ⓒ 이진선

 
어렸을 때부터 지구온난화란 말을 많이 들었지만 먼일 같았다. 지금은 확실히 체감한다. 매해 산불이 많이 나고 바다의 수온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독성 해파리와 아열대성 어종을 쉽게 볼 수 있다. 지구의 온도는 점점 높아지는 게 아니라 속도가 붙어 껑충껑충 높아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지구 보일링(boiling)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미 지구는 끓고 있고 내 속도 끓고 있다. 모두가 다 기후 변화를 몸으로 느끼는데 정치권은 나 몰라라 하는 것 같아서다. 더욱이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은 울산에서 13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지방의 경우 보전 등급이 높은 그린벨트라고 해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 필요가 있고 시민의 필요가 있으면 바꾸겠다"라고 말했다.

물론 지역마다 개발이 필요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저렇게 쉽게 그린밸트 해제를 발표하면 환경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현 정부 출범 이래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두가 고통을 견디며 기후 변화를 막으려고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이 기후 위기 대처에 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정책 발언을 버젓이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다시 시작,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정말 우린 끝난 것일까? 어쩌면 삶이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뭘 해도 소용없다는 환경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요즘이지만 다시 한번 기운을 내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챙겨봤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다가오는 국회의원 총선거 후 꾸려질 22대 국회가 숲에 주목해 주면 좋겠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미 공기 중에 있는 많은 탄소를 최대한 잡아야 우리의 숨통이 트일 것이다. 느티나무 1그루(엽면적 1600㎡)는 연간 2.5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8톤의 산소를 방출한다고 한다. 성인 7명의 연간 필요 산소량이다. 이렇듯 나무가 많으면 탄소를 줄일 수 있다. 숲을 많이 조성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다.

숲이라 하면 거대하고 울창한 나무들이 꽉 들어찬 곳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꼭 그런 숲만 숲이 아니다. 집 앞 공원에도, 도로 근처에도, 바닷가에도 나무는 있다. 나무가 몇 그루까지 있어야 숲이 된다는 정의는 없다. 그러니 공간이 있으면 그 공간이 넓든 작든 숲을 조성해 보자.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일수록 숲을 조성해야 한다. 말 그대로 도시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갈수록 여름이 무더워지는 만큼 이제 도시 숲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꼭 기후 위기가 아니더라도 도시민들이 휴식하기에 빌딩숲보다는 나무숲이 더 좋은 것도 도시 숲이 필요한 이유이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전기세 혜택을 볼 수 있듯이 나무를 심은 시민에게 정부가 여러 지원을 해준다면 많은 시민이 나무를 심지 않을까. 나무 심는 시민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여기저기 도시 숲이 생겨날 것이다. 22대 국회가 나무 심기 지원법을 만들어 도시숲을 촉진하면 좋겠다. 

나는 제주도를 정말 좋아한다. 2021년만 해도 제주 올레길을 걸을 때 바다 근처에서 해녀들을 종종 봤다. 잔잔한 파도 사이 돌들 위에 우뚝 서 있는 해녀들의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며칠 전에도 올레 바닷길을 걷고 왔다. 3일 연속 바닷길을 걸었는데 해녀는 한 명도 못 봤다. 물론 짧은 기간이고 물질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엇갈려서 못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날 본 뉴스 때문인지 괜히 신경이 쓰였다. 제주 바다에 톳과 감태가 많이 썩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수온이 계속 높아져 바다 생태계가 교란되고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까지 더해지니 해녀들의 일터가 점점 사라져 간다. 
 

2023년 10월 27일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이 용호문화거리 앞에서 '기후위기 금요 행동'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집에 불난 것처럼 당장 행동하라", "윤석열 정부는 기후 위기 눈 감지 마라"고 쓴 손팻말을 들었다. ⓒ 정진영

 
기후변화 대응 촉구 집회에서 나온 구호가 생각난다.

'집에 불이 난 것처럼 당장 행동하라'

22대 국회가 행동하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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