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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자전거 캠핑여행의 세계로 출발 ~
 흥미진진한 자전거 캠핑여행의 세계로 출발 ~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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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소설가보다 자전거 라이더로 불리기를 더 좋아한다는 김훈 아저씨가 자전거로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게 있으니 바로 자전거 캠핑여행. 세상의 길들 위에 누워 오롯이 야영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잠시나마 '금속말 탄 유목민'이 된 이채로운 경험과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더불어 경치까지 좋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되기도 한다.

흔히 캠핑이라고 하면 차 안에 캠핑 용품을 싣고 떠나는 오토캠핑을 연상하기 쉽지만, 배낭 하나에 모든 캠핑 도구를 짊어지고 다니는 백패킹(Backpacking)과 자전거에 캠핑 도구를 싣고 떠나는 여행인 자전거 캠핑(Bicycle Camping)도 있다. 이 두가지는 대표적인 미니멀(미니멀리즘: 최소주의) 캠핑으로 불편함을 기꺼이 혹은 즐거이 받아들이고, 여정(여행의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다.

더운 여름날에도 땀 흘리며 달리는 '쾌감'을 느끼고 싶다. 쏟아지는 비를 맨몸으로 맞아보고 싶다. 정해진 캠핑장이 아닌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고 싶다. 길을 헤매거나 찾아갈 땐 GPS보다는 JPS(주민 대화형 시스템)이 좋다. 때론 배고픔과 목마름에만 충실한 단순하고 원초적인 삶을 경험해 보고 싶다…. 여기에 해당되는 사항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신은 자전거 캠핑족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을 확률이 높다.

금속말 탄 유목민 되기, 패니어와 트레일러  

자전거에 짐가방(패니어)을 장착하고 그 속에 캠핑장비를 수납한 자전거들.
 자전거에 짐가방(패니어)을 장착하고 그 속에 캠핑장비를 수납한 자전거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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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용 트레일러는 보다 많은 짐을 싣고 캠핑여행을 할 수 있다.
 자전거용 트레일러는 보다 많은 짐을 싣고 캠핑여행을 할 수 있다.
ⓒ 박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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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또 다른 진미를 맛볼 수 있는 자전거 캠핑,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이영돈 PD 성대모사). 자전거에 집 한 채를 실어야 하는 특성상 초경량, 울트라 라이트,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며 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며 자전거 캠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텐트, 침낭, 매트, 코펠 등은 모두 1~2인용의 작고 가벼운 장비들을 사용하면 된다 (매트는 공기 주입식 베개가 붙어있는 에어매트가 편리하고 수납에 좋다). 여기에 자전거 바퀴에 펑크가 날 것을 대비해, 예비용 튜브와 비상용 수리기구는 잊지 말고 필히 휴대해야 한다.

준비된 캠핑장비들을 자전거에 수납하기만 하면 되는데 보통 두 가지 방법이 쓰이고 있다. 자전거에 부착하는 짐 가방(패니어, pannier)이나 자전거용 트레일러를 이용한다. 패니어는 위 사진처럼 캠핑장비들이 모두 수납이 되며, 비가 내릴 때를 대비해 방수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기차나 고속버스로 여행지 부근까지 이동할 때도 편해 대부분의 자전거 캠핑족들이 패니어를 쓰고 있다.

무궁화호 기차 카페칸에 생겨난 자전거 거치대.
 무궁화호 기차 카페칸에 생겨난 자전거 거치대.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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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무궁화호 기차의 카페 칸에 자전거 거치대가 있어 접이식 자전거가 아닌 일반 자전거도 기차에 실을 수 있게 되었다. 철도청 홈페이지에서 기차표 예약 시 자전거 거치대 예약도 같이 할 수 있으며 따로 이용료는 없다.   

트레일러는 자전거 뒷바퀴에 연결하는 일종의 짐수레로, 자전거용 제품이 따로 있다. 무게 중심이 낮아 안정적이고 많은 짐을 수납할 수 있다. 기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하기 힘들어 중거리 여행에 적합하다 (서울로 치면 춘천, 대부도, 강화도 여행 등). 트레일러에 포함된 짐 가방도 방수기능이 있는 천이다.

마침내 금속말 탄 유목민이 되었다면 다음은 자전거 캠핑 여행지 선택. 다행히 어디로 갈 것 인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한 번 캠핑을 나서보면 '우리나라에 이렇게 캠핑장이 많았구나'라고 실감하게 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지도 메뉴에서 가고 싶은 '동네 지명+캠핑장'을 치면 지도상에 해당 캠핑장들이 이름과 함께 우수수 나온다. 최근 캠핑 붐을 타고 전국에 400여 곳의 오토캠핑장이 생겨났다고 한다. 자가용을 위한 오토캠핑장이지만 자전거 여행자도 사용할 수 있다.

나만의 소울 플레이스를 만나다

마을 정자에 텐트를 칠 땐 마을회관에 가서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마을 정자에 텐트를 칠 땐 마을회관에 가서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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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지물을 이용 좁은 자리에서도 캠핑을 할 수 있는 자전거 캠핑.
 지형지물을 이용 좁은 자리에서도 캠핑을 할 수 있는 자전거 캠핑.
ⓒ 박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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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캠핑 여행의 장점은 여유롭고 자유롭게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재미가 남다르다는 점이다. 버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차비를 준비할 필요도 없다. 가고 싶은 곳까지 두 바퀴를 굴려서 이동하면 그만이다. 야영장비와 취사도구가 있으니 잠자리와 식사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도를 닦듯 반복적으로 페달을 돌리다보면 온갖 잡념이 날아가고, 길들이 몸속으로 들어오며 아름다운 풍경과 내가 하나가 되는 신묘한 경험까지 할 수 있다.

이렇게 여정이 풍성한 자전거 캠핑 여행족은 어느 마을의 오래된 느티나무 밑 평상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더위를 식혀줄 바람과 그늘이 있는 마을 정자는 자전거 여행자에게 천국이 되기도 하고, 물마시며 휴식도 취할 겸 잠시 누워 즐기는 낮잠은 꿀같이 달콤한 추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굳이 속도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자전거 유람'이다.

안내 책까지 나올 정도로 전국에 오토캠핑장이 생겨나고 있지만 자전거 캠핑족에겐 따로 정해진 야영장은 없다. 강변, 해변가, 마을, 들판, 나무 밑…. 세상의 모든 곳이 나만의 캠핑장이다. 여행을 가려는 지역에 캠핑장이나 야영 데크가 있는 자연 휴양림이 있으면 좋겠지만 예약이 꽉 찼거나 없어도 상관이 없다. 자전거는 전천후 캠핑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을마다 한두 개 씩은 꼭 있는 정자, 마을회관 앞, 동네 체육공원, 심지어 교회 안마당도 이용가능하다(기차역 주변은 피하자, 새벽에도 기차들이 쇳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마을 정자를 이용할 땐 마을회관에 가서 주민들에게 정중히 부탁해 양해를 얻는 것이 좋으며, 화장실이 가까운 곳이 세수나 세탁, 전자기기 긴급 충전 등 여러모로 유리하다. 외지인이지만 사람의 경계심을 풀어주게 하는 자전거 덕분에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야영을 허락해 주고, 운이 좋으면 마을회관에서 쉬거나 식사를 권하기까지 해준다. 

나만의 소울 플레이스를 만나러 가는 자전거 캠핑여행.
 나만의 소울 플레이스를 만나러 가는 자전거 캠핑여행.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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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시설 좋은 자연 휴양림이나 오토캠핑장은 아니지만 계획 없이 우연히 야영한 곳에서 '죽어도 좋을 만큼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내 인생의 마지막 한 곳'이랄 수 있는 소울 플레이스(Soul Place)를 만나기도 한다. 돌돌돌~ 강물소리가 자장가처럼 아득하게 들려오는 전북 임실 섬진강변의 구담마을 정자, 정다운 모래강 내성천이 흐르는 경북 예천 회룡포 마을 무료 야영장, 용천수 노천탕이 있는 작고 아담한 바닷가 제주 애월읍의 곽지과물해변가 등이 그런 곳이었다. 자신의 나머지 인생을 후회 없이 숨 쉬게 해줄 수 있는 소울 플레이스를 간직했으니, 여름날의 자전거 캠핑여행은 비록 무모했으되 무용(無用)하지는 않았던 셈이다.

종종 그런 풍경은 자전거 여행자의 운명을 바꿔 놓기도 한다. 욕망의 바벨탑으로 이루어진 이 첨단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성공의 논리와 승리의 질서를 따르지 않을 수 없고, 이 세상이 온통 생존과 성공을 위한 싸움터라고만 여겨왔던 한 사람은 어느 한가롭고 허허롭고 그윽한 들판에서 비로소 자신이 오래도록 속고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풍경 앞에서 그는 싸움터를 등진 채 이전과는 다른 삶을 향해 뚜벅뚜벅 걸음을 옮긴다. 단지 아름답고 멋진 경치를 넘어 풍경이 운명을 바꿔버린 것이다.  

여정이 풍요로운 자전거 캠핑족은 이런 나무 밑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여정이 풍요로운 자전거 캠핑족은 이런 나무 밑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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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크지 않은 땅덩이지만 때론 몇 시간을 달려도 사람을 만날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외롭거나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무도 아무것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지만, 그 빈 공간과 멈춰버린 시간은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는 걸 자전거 페달을 부지런히 돌리다 문득 깨닫게 된다.

자전거 캠핑여행은 새로운 것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자연과 스치며 긍정적인 힘을 얻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여정 속을 달리며 나와 만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 도시의 삶은 나 자신과 마주할 시간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먹고 사느라' 바쁜 일상의 삶에 매몰되고 방치되었던 내 안의 나와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있다는 것, 자전거 캠핑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계획하고 부지런히 달리며 정신을 집중하기, 소박하게 먹고 가진 것을 줄이기, 여행 중 받은 친절에 감사하고 이방인으로서 겸손해하기, 모든 것을 새롭게 보기…. 집에 돌아온 후에도 자전거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면 더욱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야(野)한 이야기' 응모글



태그:#자전거 여행, #자전거 캠핑, #소울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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