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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표현을 써 모욕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낸 모욕죄 위헌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내렸다.

진중권 교수는 2009년 1월 인터넷에 변희재씨를 '듣보잡'으로 지칭하면서 "조중동은 왜 이 함량미달의 듣보잡을 키워줄까요?"라는 글을, 4월에는 "변듣보(변희재 듣보잡)는 매체를 창간했다가 망하기를 반복하는 일의 전문가", "변듣보는 행동대장에 불과하고 그 윗놈들을 잡아야 합니다.…똥파리 잡기 위해 약 좀 쳐야겠습니다"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이로 인해 허위사실 유포로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형법 제311조(모욕)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진중권 교수에게 2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진 교수는 대법원에 최종 판단을 구하기 위해 상고하면서 "모욕죄를 규정한 형법 제311조는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한편, 대법원은 2011년 12월 진중권 교수에게 벌금 300만원 을 확정했다.

헌법재판소는 27일 모욕죄를 규정한 형법 311조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5(합헌) 대 3(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모욕은 사전적으로 '깔보고 욕되게 함'을 의미하고, 대법원도 모욕죄의 구성요건으로서 단순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판시함으로써 객관적 해석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는지 여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므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회통념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모욕죄의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대법원은 모욕의 의미에 대해 객관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법 집행기관이 심판대상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염려도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표현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표현의 전체적인 내용과 맥락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돼야 할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해석·적용의 문제"라며 "어떠한 행위가 법적인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가 하는 것에 관해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의문이 있을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모욕죄 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사람의 인격을 경멸하는 가치판단의 표시가 공연히 이루어진다면 그 사람의 사회적 가치는 침해되고 그로 인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생활하고 발전해 나갈 가능성도 침해받지 않을 수 없으므로, 모욕적 표현행위를 금지시킬 필요성은 분명 존재하므로, 모욕죄 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형사처벌이 가능한 점, 비교적 경미한 불법성을 가진 행위는 법관의 양형으로 불법과 책임을 일치시킬 수 있는 점, 법원은 개별 사안에서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도모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모욕죄 조항은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고, 법익균형성의 요건도 충족하고 있다고 봐야 하므로 결국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박한철·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모욕'의 범위는 지나치게 광범위 해 규제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경멸적인 내용이 있는 표현은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모욕에 해당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 외에 현실 세태를 빗대어 우스꽝스럽게 비판하는 풍자·해학을 담은 문학적 표현, 부정적인 내용이지만 정중한 표현으로 비꼬아서 하는 말, 인터넷상 널리 쓰이는 다소 거친 신조어 등도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욕죄 조항은 구체적인 사회적 해악을 발생시키거나 개인의 명예감정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표현을 넘어서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인 단순히 부정적·판적 내용이 담긴 판단과 감정표현까지 규제할 수 있게 되므로 그 규제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표현행위를 위축시킨다"고 우려했다.

재판관들은 "모욕죄의 형사처벌은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해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을 제한한다"며 "정치적·학술적 토론이나 의견교환 과정에서 사용된 일부 부정적인 언어나 예민한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관한 비판적 표현이 모욕으로 규제된다면, 정치적·학술적 표현행위를 위축시키고 열린 논의의 가능성이 줄어들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국가권력행사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고 대상자에게는 가혹한 강제력에 해당하므로 그 행사를 형법으로 규정하고자 할 때는 최소한의 행위에 국한돼야 한다"며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행위는 시민사회의 자기 교정기능에 맡기거나 민사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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