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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검찰, 국정원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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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14일 오후 4시 24분]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 선거 운동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은 기소유예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윤석열 팀장)의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의 고유기능인 대남심리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은 물론 북한의 동조를 받는 정책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과 단체도 모두 종북세력으로 보았다"며 "이같은 그릇된 인식하에 국정원 직무 범위를 넘어선 불법적인 지시를 하게 됐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수백 개 아이디로 야당·진보성향 시민단체를 종북세력으로 몰아

이 차장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인터넷에서 북한 및 종북세력에 대한 대처 명목으로 특정 정당 및 정치인에 대해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했다"며 "이는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제85조 1항(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및 국정원법 제9조(정치 관여 금지)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발표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누리집 수십 곳에서 수백 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댓글을 올리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은 1760여 건의 댓글을 올리고 댓글에 대한 찬반 표시를 올렸다. 이 가운데 검찰이 선거 개입으로 판단한 댓글은 67개이며 작성 기간은 지난해 9월 19일부터 12월 14일까지다.

댓글 중에서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비판한 글이 3건, 민주당의 대북 정책 문제점 등을 지적한 글이 28건이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 관한 글은 3건,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와 당을 비판한 글은 26건이다. 대선 유력 주자였던 안철수 후보를 비판한 댓글은 3건이었다.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이종명 전 3차장과 민아무개 전 심리정보국장, 댓글작업을 벌인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서는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 등을 감안해 전원 기소유예하기로 했다.

"김용판 전 서울청장도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왜곡"

검찰은 또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수사 은폐·축소 의혹과 관련해서는 "정상적인 수사 공보를 빙자해 수사결과 발표가 선거 직전에 이례적으로 이뤄졌다"며 "그 내용이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왜곡된 점을 고려해 김 전 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경찰공무원법 위반 및 직권 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수서경찰서는 제 18대 대선을 3일 앞둔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11시에 사실상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전 청장이 수사 범죄 혐의를 왜곡하는 수사결과문을 배포, 작성케 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국정원 의혹 폭로 과정에서 발생한 비밀 누설과 관련, 직원 정아무개씨와 전직 직원 김아무개씨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정씨에게는 국정원직원법 위반 및 선거법 위반 혐의가, 김씨에게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정씨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자료'와 다른 직원들의 신상정보를 전직 직원인 김씨에게 누설했으며 이 자료가 특정 정당(야당)의 선거 기획에 활용됐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 앞에서 감금 행위를 한 혐의로 고발된 민주당 당직자 정아무개씨 등 관련자들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어 계속 수사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은 수사팀의 박형철 부장검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종북개념, 보통의 의미보다 더 넓게 해석"

- 발표문에 그릇된 인식이라고 했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가?
"국정원의 고유 임무라는 게 있다. 안보와 관련해 종북 세력 대응을 할 수 있는데 원 전 원장은 종북 개념을 보통의 의미보다 더 넓게 해석했다. 한 사람의 생각이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과 유사하다면 지지나 추종하는 사람으로 본 것이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단일화 이슈 등에 대해서 북한의 주장과 같다는 이유로 종북세력으로 봤다는 점에서 그릇된 인식이라고 했다."

- 수사결과를 보면 혐의가 중대하다. 원 전 원장을 불구속한 이유는?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선거법 위반과는 구조가 다르고 법리 검토할 점이 많았다. 선거법 위반이라는 특성 때문에 공소시효가 촉박했던 점 등 여러가지가 맞물려 불구속 기소로 처리하게 됐다."

- 김용판은 죄질도 안 좋고, 상식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각종 입증 자료가 있음에도 왜 불구속 했는지?
"수사결과가 나오기까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부족했다. 또 김용판 전 청장 수사는 지난달 7일 이후로 한 달 했는데 원세훈 전 원장 등 여러 사람을 수사하면서 그 과정이 금방, 그리고 정확하게 결론이 나는 상황이 아니었다. 여러분이 관심을 갖는 것처럼 신병도 확인하면서 계속적으로 수사를 보강하고 있다."

- 심리전단에서 1760개 글을 올렸다고 하는데, 혐의가 확인된 심리정보국 직원은 몇 명인가?
"심리전단은 4개 파트 70여 명인 걸로 확인했다. 문제가 된 김아무개 직원이 소속된 파트 직원은 전원 소환조사했다. 나머지 심리전단 직원들을 직접 조사하기보다 그 사람들이 쓴 ID를 다수 확보해서 그 ID가 심리전단에서 활용한 ID라는 것을 확인했다. 국정원 직원 신원이 나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개별 요원을 다하기보다 상급자한테 확인을 받아서 수사했다."

- 게시글이 전부인가, 트위터 글도 나오지 않았나?
"기소된 것 외에도 국정원 본부 IP로 쓴 특정 후보 지지, 비방글 60여 개가 나오기도 했다. 이 글이 국정원의 심리전단에서 작성했는지 다른 부서에서 작성했는지 최종 확인하고 있다. 또 국정원 직원이 사용하는 트위터 계정에 정치 관련 글 320여 개가 발견돼 최종확인하고 있다. 트위터는 서버가 해외에 있어서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역삼동 오피스텔 대치가 일어난 이후 지난해 연말 연초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ID 수백 개가 회원탈퇴를 하고 쓴 글이 삭제됐다. 회원을 탈퇴한 서버에는 찬반 클릭한 흔적만 남았다.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ID로 쓴 원 글(네이트의 판에서 457개, 다음의 아고라에서 1291개)은 사라지고 찬반 클릭한 흔적이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적으로 찬반 클릭 활동을 하다가 증거를 인멸한 흔적으로 보고 있다."

- 국정원의 정치 관여 글을 1760개로 정리했는데 직원 몇 명이 몇 개의 ID를 쓴 것인가?
"특정하기는 곤란하다. 굉장히 많은 아이디와 관련 됐다.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곤란하다. 한 아이디를 여러 요원이 공유하고 혹은 빌려주기도 하며 많은 국정원 요원들이 썼다."

-최종 기소는 원 전 원장밖에 없다. 기소유예된 직원들이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따르긴 했지만 과잉 충성한 혐의는 없는지?
"개인의 돌출적인 행동이 아니라 지시 감독 체계에 따라 이뤄졌다고 본다. 팀장, 차장, 파트장이라는 지휘체계가 있으며 의미 있는 활동들은 보고서 형태로 보고가 되거나 매일 이뤄지는 브리핑 시간에 다시 보고, 지시되는 형태로 범행이 일어났다고 본다."

- 국정원 선거 개입이 청와대에 보고되지는 않았나?
"확인이 안 됐다. 증명할 만한 부분을 확인하지 못했다."

- 경찰 수사 시점에서 김용판 전 청장의 통화내역에 새누리당이나 청와대 정치인들의 통화는 없었나?
"김용판 전 청장이 정치인들과 직접 통화한 것은 확인된 바 없다."

- 국정원은 청와대에 일상적으로 보고하는 체계가 있지 않나.
"이번 수사의 대상이 아니다"

- 댓글을 보면 수준낮은 글, 초등학생이 쓴 것 같다. 일반인처럼 하라는 내부 원칙이 있었나?
"활동하면서 취미 생활에 대해서도 찬반 클릭을 했다. 특정 누리집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또 일정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면 퇴출되기도 하니까 일반인들이 하는 것처럼 했다."


태그:#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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