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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말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다. 물론 그에 못지 않게 맛없는 음식도 많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왕 먹는 한 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TV나 인터넷을 보면서 맛집을 찾고 있다.

쉽게 갈 수 없는 부산에 내려가게 된 기회에 부산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을 다 먹어보기로 했다. 먹어야 하는 음식에 비해 부산에 머무는 시간이 턱없이 짧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일 7식에 도전해보았다.

1식은 숙소로 하루를 묵었던 호텔 '이비스 앰버서더 부산'의 조식이었다. 이비스 앰버서더 부산은 비즈니스급 호텔로 적당한 가격에 좋은 방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도시철도 1호선 부전역 1번 출구쪽에 위치해 있어 젊음의 거리 서면과도 가까운 이점이 있다.

호텔 조식은 소세지와 계란이 빠지면 섭섭하다.
 호텔 조식은 소세지와 계란이 빠지면 섭섭하다.
ⓒ 서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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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은 오전 6시 30분부터 10시까지 17층에 위치한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비즈니스급이지만 조식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 5종류쯤 되는 빵, 2종류의 스프, 베이컨, 소시지, 스크램블에그, 계란프라이, 감자튀김, 시리얼, 샐러드 그리고 5종류의 과일 음료와 커피 머신 등 기본적인 호텔 조식 메뉴와 함께 밥과 미역국, 간단한 한식 반찬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배불리 먹고 싶었지만 1일 7식에 도전해야 하는 만큼 적당히 3접시만 먹은 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어섰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깡통시장 할매유부주머니'이다. 1호선 자갈치역 7번 출구로 나와 왼쪽 길로 들어선 후 10분 가량 쭉 걸어가다보면 안내판을 볼 수 있는데, 안내판이 가리키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할매유부주머니가 나타난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찾으려다보면 복잡한 골목속에 비슷한 가게들이 많아서 오히려 헷갈리기 쉽다.

시장 속에 유부주머니를 파는 가게들이 많은데, 할매유부주머니에는 할머니(라기 보단 아주머니에 가까운)의 사진이 걸려 있다. 시장 안에 있는 가게이다보니 넓지 않은 공간에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먹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나마 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가게 앞에서 서서 먹기도 하니 빈자리가 보이면 주저말고 의자를 차지해야 한다.

유부주머니와 어묵 한 그릇이면 든든하다.
 유부주머니와 어묵 한 그릇이면 든든하다.
ⓒ 서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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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을 내고 한 그릇 받아들고 자리에 앉으면 따끈한 유부주머니에 절로 군침이 돈다. 처음 볼 때는 평범한 어묵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묵은 조연이고 주연은 어묵 밑에 숨어 있는 유부주머니이다. 유부주머니의 배를 갈라보면 당면과 채소가 들어 있는데, 마치 잡채처럼 밑간이 되어 있어서 국물에 풀어지면서 국물맛을 더해준다.

간장을 조금씩 얹어서 어묵과 유부를 먹고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면 더운 여름에도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아직 뜨거운 것을 먹으면서 시원함을 느끼는 내공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은 뜨끈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시장 안의 다른 유부주머니 가게들은 떡볶이나 김밥 등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들도 파는 반면, 이곳은 유부주머니와 핫바만 팔고 있어서 어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맛집이 아닐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뜨끈한 걸 먹고 나니 시원한 걸 먹고 싶은 간사한 마음이 들어서 밀면을 먹으러 향했다. 부산에 유명한 밀면집이 여러 군데가 있지만 이번에 찾아간 곳은 '가야밀면'이다. 가야밀면도 체인점이 곳곳에 있는데, 할매유부주머니를 먹고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자갈치역 5번 출구의 가야밀면을 택했다.

간판에 30년 전통이라고 써있었는데, 요즘은 30년쯤은 어디가서 오래된 곳이라고 명함을 내밀기도 민망한 듯하다. 밀면은 4000원, 비빔면은 4500원으로 그다지 비싸지 않아서 부담없이 맛볼 수 있었다. 찐만두도 먹고 싶었지만 앞으로 남은 길이 멀기 때문에 밀면과 비빔면만 주문했다.

밀면은 시원한 육수를 그릇째 마셔줘야 제맛이다.
 밀면은 시원한 육수를 그릇째 마셔줘야 제맛이다.
ⓒ 서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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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면은 고기 한 점, 계란 반 쪽, 계란 지단과 오이 썬 것이 무채와 함께 올라가 있었다. 시원한 육수를 먼저 들이키니 앞서 먹은 유부주머니가 쑥 밀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밀면의 면은 냉면과 달리 뚝뚝 끊어지기 때문에 가위로 자를 필요 없이 그냥 후루룩 먹으면 된다.
비빔밀면의 맛은 양념이 좌우한다.
 비빔밀면의 맛은 양념이 좌우한다.
ⓒ 서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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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밀면도 밀면과 같은 고명이 얹어져 나왔다. 비빔면의 포인트는 바로 양념 맛! 오호~ 맛있다. 맛만 놓고 보면 밀면보다 비빔밀면이 낫다. 하지만 시원한 맛을 느끼려면 밀면을 먹어야 하니 각자 취향대로 선택해서 먹으면 되겠다.
4식은 잠깐 쉬어가는 의미로 간단히 호떡을 먹으러 갔다. PIFF(또는 BIFF) 거리에 있는 '씨앗호떡'을 찾아 갔는데, 1박2일 이승기가 찾았던 호떡집과 그 옆에 무한도전에 나왔다고 써있는 호떡집에만 불이 났다. 주변에도 몇 군데 씨앗호떡집이 있었지만, 두 곳에만 사람들이 가득했다. 총각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연신 호떡을 구워내고 있었다. 사실 굽는다기 보다는 튀겨지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정도로 호떡이 마가린이 녹은 기름에 잠겨 있었다.

해바라기씨와 견과류가 잔뜩 들어가야 진정한 씨앗호떡이다.
 해바라기씨와 견과류가 잔뜩 들어가야 진정한 씨앗호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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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호떡이라 이름 붙은 이유가 바로 구워진 호떡 속에 해바라기씨를 비롯한 견과류를 넣어주기 때문이다. 바로 먹을 것이 아니라고 하면 호떡과 씨앗을 따로 포장해주는 센스도 있었다. 바삭한 호떡과 딱딱 씹히는 견과류가 잘 어우러져 유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떡을 굽는 기름의 양에서 이미 짐작했듯이 느끼함은 감수해야 한다.

자갈치역에서 3곳의 맛집을 찾은 후에 다시 도시철도를 타고 부산진역에 내렸다. 5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쭉 걸어가면 시장 초입 왼편에 '명당만두'가 보인다. 시장에 있는 가게이다보니 허름한 모습에 움찔하게 되고, 내부를 들여다보면 작은 테이블 2개뿐이라서 정말 이곳이 맛집인지 다시금 찾아보게 된다.

만두는 모두 10개에 3000원씩으로 저렴한 편이다. 주문을 하고 가게 앞에 놓여진 만두 사진을 찍는데, 아주머니가 만두 사진만 찍지 말고 시장 사진도 찍어서 홍보 좀 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고보니 이곳 수정시장은 아까 찾았던 국제시장이나 부평시장에 비해 사람이 너무 없었다. 재래시장도 빈익빈 부익부가 문제인 듯 했다.

얇은 피와 푸짐한 속, 고소하게 구워진 피와 촉촉하게 익은 속, 이것이 군만두다.
 얇은 피와 푸짐한 속, 고소하게 구워진 피와 촉촉하게 익은 속, 이것이 군만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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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기름에 구운 군만두는 살짝만 구워서 겉이 딱딱하게 질기지 않았고 덕분에 고소하게 구워진 피와 촉촉하게 익은 속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김치만두는 빨간 속이 자극적으로 보였으나 보기와 달리 별로 맵지 않고 담백했다.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충분히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김치만두와 고기만두 모두 피가 얇아서 속이 훤히 비쳤는데, 피가 얇은 대신 속이 튼실해서 다른 곳에서 10개를 먹는 것보다 훨씬 든든했다.

다시 도시철도를 타고 서면역 1번 출구로 나갔다. 골목 입구부터 돼지국밥집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 중에서 맛집으로 소문한 '송정3대국밥'을 찾았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먹을 것이 제대로 없던 시절에 서민들의 배를 채워줬던 돼지국밥을 맛 볼 차례다. 가게 앞에서는 돼지뼈를 비롯한 여러가지 재료를 넣고 끓인 국물이 펄펄 끓고 있었다. 대체로 국밥집 맛의 비밀은 국물이기 때문에 어떤 것을 넣고 끓였는지는 알려주지 않을 것 같다. 

돼지국밥과 좋은데이는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돼지국밥과 좋은데이는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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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 술을 마시는 것이 하나의 재미이기 때문에 부산의 소주와 함께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소주 좋은데이와 함께 바로 국밥 한상이 차려져 나왔다. 국밥은 새우젓으로 간을 한 후에 부추를 듬뿍 넣어서 함께 떠먹으면 된다. 따로 먹어도 상큼한 부추무침의 맛을 볼 수 있지만 제대로 된 부산식 돼지국밥을 맛보려면 부추를 국밥에 넣어 먹어야 한다. 돼지국밥에는 살코기만 들어가는데, 따로 말을 하면 내장이나 순대를 넣어주기도 한다.

살코기가 듬뿍 들어간 돼지국밥은 언제나 서민의 배를 든든히 채워준다.
 살코기가 듬뿍 들어간 돼지국밥은 언제나 서민의 배를 든든히 채워준다.
ⓒ 서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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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국물이지만 너무 진하거나 탁하지 않아서 고기 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밥은 처음부터 말아져서 나오는데, 이것이 싫은 사람은 따로국밥을 시키면 된다. 살코기가 듬뿍 들어 있어서 한 그릇만 먹어도 배를 두드리며 가게를 나설 수 있다.

이제 마지막 7식을 하러 가야 하는데, 돼지국밥에 소주까지 마시고 나니 더이상 배 속에 무언가를 넣기가 미안해졌다.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아서 부산 맛집 1일 7식 도전은 실패했다. 역시 정준하와 데프콘은 위대하다.

나름대로 부산 맛집 투어를 해보니 소문난 집은 거의 소문대로 맛이 있었다. 하지만 TV와 인터넷에 나오지 않았어도 맛있는 집이 있을 것이다. TV나 인터넷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식당보다 플러스 점수를 얻는 것은 뭔가 불공정한 경쟁이 아닐까 싶다. 또한 입맛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맛집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것이다.



태그:#부산 맛집, #유부주머니, #씨앗호떡, #명당만두, #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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