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로 자라면서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대표 선수로 뛴다는 것은 그 확률면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라 하겠다. 아직 월드컵 개막까지 1년 하고도 이틀이나 더 남아 있지만 브라질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이미 주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또 하나의 큰 대회(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2013)를 코앞에 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완승을 거뒀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이끌고 있는 브라질 축구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10일 새벽 4시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에 있는 그레미우 아레나에서 벌어진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후반전에만 세 골을 몰아넣으며 3-0 완승을 거뒀다.

전반전 유효 슛 기록 없음

사실 전반전 경기 양상만 놓고 보면 포르투 알레그레에 찾아온 안방 관중들이 실망할 정도로 브라질 공격이 답답했다. 몇 차례 위협적인 공격 장면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공식적인 유효 슛 기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프랑스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마투이디, 길라보기)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의 압박 수준은 남달랐다. 그러다보니 브라질은 간판 날개공격수 네이마르(FC 바르셀로나)의 장점을 살리는 연결을 시원스럽게 해내지 못했다.

쉬는 시간이 지나고 후반전을 맞이한 안방 팀 브라질은 상대 팀 프랑스 선수들을 거칠게 몰아세웠다. 이제 그들의 축구가 단순히 발재간만 좋은 축구가 아니라는 것을 54분에 만들어낸 선취골이자 이 경기의 결승골 과정에서 분명히 보여주었다.

프랑스의 공격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전반전과는 반대로 브라질의 가운데 미드필더들이 거칠게 압박하며 공의 소유권을 가져왔다. 프랑스 선수들은 반칙이라 주장하며 빅토르 카리요(페루) 주심을 쳐다봤지만 브라질의 빠른 역습은 이미 시작된 뒤였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골잡이 프레드는 프랑스 수비수들이 정비하기 전에 빠른 선택을 했다. 골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오스카에게 공을 찔러준 것이다. 오스카는 이 공을 잡아 침착하게 골문 왼쪽 구석을 노려 성공시켰다. 방문 팀 문지기 요리스가 각도를 좁히며 몸을 내던졌지만 오스카의 마무리 동작은 매우 침착했다.

이 골을 내준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은 70분에 한꺼번에 세 명의 선수 교체를 단행하며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골잡이 벤제마 대신 올리비에 지루를, 미드필더 마투이디와 발부에나 대신 라카제트와 그르니에를 들여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 경기는 프랑스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1살 동갑내기들에 거는 기대감

사실 데샹 감독의 결단 이전에 이미 브라질은 효율적인 역습을 더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65분이라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왼발잡이 측면 미드필더 헐크를 빼고 루카스 모우라를 들여보낸 것이다.

21살 동갑내기 날개공격수들(네이마르, 루카스 모우라)은 역시 브라질 공격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뛰고 있기에 브라질은 프랑스 수비수들을 충분히 좌우로 흔들 수 있었다. 축구 경기에서 공격의 방향을 마음대로 전환할 수 있는 팀과 없는 팀의 실력 차이는 매우 큰 것이다.

브라질은 역습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입증시켰다. 84분, 오른쪽에서 루카스 모우라가 길게 넘긴 공을 네이마르가 잡지 않고 떨어뜨려 주었고, 4분 전에 교체로 들어온 미드필더 에르나네스가 왼발로 돌려차 그물을 또 한 번 흔들었다. 빗맞은 듯 보였지만 에르나네스의 왼발을 떠난 공은 골문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굴러들어갔다.

브라질은 2-0의 점수판도 모자라 후반전 추가 시간에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그들의 공격 본능은 결코 수그러들지 않았던 것이다. 추가 시간 1분이 조금 지나고 브라질 왼쪽 수비수 마르셀루는 거침없이 드리블 실력을 자랑했다. 그러던 중 프랑스 수비수 드뷔쉬의 걸기 반칙이 나왔고 브라질에게는 페널티킥 선물이 안겨졌다.

아무리 공격 가담이 잦은 측면 수비수라고 하지만 그를 넘어뜨려 페널티킥을 내준 프랑스 선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교체 선수 루카스 모우라였다. 그는 문지기 요리스가 왼쪽으로 몸을 쓰는 것을 확인하고 침착하게 오른쪽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축구 경기 완승의 상징적인 점수판 3-0을 그렇게 만들어냈다.

이제 브라질은 6일 앞으로 다가온 프레 월드컵 성격의 FIFA(국제축구연맹) 컨페더레이션 컵 2013을 준비한다. 오는 16일 새벽 4시(한국 시각) 브라질리아에서 개막하는 이 대회의 브라질 첫 상대 팀은 가장 먼저 예선을 통과한 일본(2011 AFC 아시안컵 우승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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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6월 10일 4시, 그레미우 아레나)

★ 브라질 3-0 프랑스 [득점 : 오스카(54분,도움-프레드), 에르나네스(84분,도움-네이마르), 루카스 모우라(90+2분,PK)]

◎ 브라질 선수들
FW : 프레드(70분↔조)
AMF : 헐크(65분↔루카스 모우라), 오스카(65분↔페르난도), 네이마르(88분↔베르나르드)
DMF : 구스타보 디아스(80분↔에르나네스), 파울리뉴(87분↔단테)
DF : 마르셀루, 다비드 루이스, 티아구 시우바, 다니엘 아우베스
GK : 훌리우 세자르

◎ 프랑스 선수들
FW : 카림 벤제마(70분↔올리비에 지루)
AMF : 드미트리 파예, 카바예(82분↔고미스), 마티유 발부에나(70분↔알렉산드레 라카제트)
DMF : 마투이디(70분↔끌레망 그르니에), 길라보기
DF : 마마두 사코, 아딜 라미, 제레미 마티유, 마티유 드뷔쉬
GK : 위고 요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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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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