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요일엔 수다다>의 두 진행자 김태훈과 이동진

SBS <금요일엔 수다다>의 두 진행자 김태훈과 이동진 ⓒ SBS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극장이 학교인 소년이 있었다. 아픈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 때문에 집으로 돌아와서도 놀 친구가 없었던 소년은 언젠가부터 극장을 들락거리며 자신이 봐 왔던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다른 소년은 어린 시절 영화엔 관심이 없었다. 대신 문학과 음악이 그의 친구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화가 좋아졌다. 영화를 본 감상을 글로 남기게 됐고, 그 글을 바탕으로 대학생 시절 책까지 냈다.

 

이 두 소년, 김태훈과 이동진은 시간이 지나 '팝 칼럼니스트', '기자 출신 영화평론가'라는 수식어를 얻는다. 불혹을 넘긴 지금에도 영화 이야기를 할 때면 두 사람은 사춘기 소년들처럼 농담을 주고받고, 킬킬 웃는다. 영화를 사랑하는 두 사람의 수다로 한 시간을 채우는 프로그램, SBS <금요일엔 수다다>가 생긴 것은 그 때문이다.

 

7년 전부터 함께해 왔다는 두 사람은 어느덧 '연관검색어에 오른 사이'가 됐다. "성격이 무난하지는 않다"는 두 사람이 "한 번도 서로 얼굴을 붉힌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마음이 맞고, 그것이 각종 활동을 통해 고스란히 보인다는 것이다. <금요일엔 수다다>의 전신 격이라 할 수 있는 '영화는 수다다'의 흥행 역시 이들의 찰떡같은 호흡에 빚을 졌다.

 

서로의 '매력'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이동진은 "전문 평론가가 아님에도 영화에 대한 식견이 전문가에 가깝다. 영화 취향이나 영화를 보는 양, 분석해내는 능력 모두 훌륭하다 생각한다"며 "인간적으로 놀란 적이 많다. 한 살 어리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어른스럽고, 심지어는 내가 판단을 못할 때 물어보기도 한다"고는 김태훈을 향해 "잘 이야기해 보라"며 선수를 쳤다.

 

이동진의 말에 "부담스럽다"며 잠시 웃던 김태훈도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영화를 보면 꼭 '별점 몇 개?'라고 묻고 내가 준 별점과 비교한다. 검사를 받는 기분"이라 말한 김태훈은 "이동진은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지점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미사여구나 수사를 통하지 않고 간략한 문장과 이야기로 핵심을 이야기하는 분"이라며 "영화에 있어선 좋은 스승 같다"고 평했다. 서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은 두 사람은 겸연쩍은 듯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아직 만족도는 50%…지금보다 좋은 프로그램 만들 터"

 

'짝패' 두 사람이 함께하는 <금요일엔 수다다>는 <접속! 무비월드>의 한 코너였던 '영화는 수다다'를 독립 편성한 프로그램이다. SBS 측에서 "지상파 3사 영화 프로그램 중 <접속! 무비월드>가 차별화되는 점은 김태훈·이동진의 '영화는 수다다'였다"며 "<금요일엔 수다다>를 처음 기획할 때부터 지금까지 주인공은 두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을 향한 굳은 신뢰가 바탕이 된 프로그램이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오전 1시에 방송되지만, 김태훈은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담스러운 시간대에 방송됐다면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 같다"며 지금의 방송 시간에 만족한다고 했다. "아직도 고민이 많다"는 게 김태훈과 이동진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만족도는 한 50% 정도 돼요. 포맷을 잡느라 초반에 시간을 많이 보냈죠. 아직 내용적으로 원하는 걸 많이 하지는 못했어요. 사실 제작진과 익숙해지는 단계라, 영화를 선정하는 과정이나 프로그램의 디테일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영화는 수다다'의 확장본에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죠. 지금 보여드리는 것보다 훨씬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듯해요." (김태훈)

 

 SBS <금요일엔 수다다>의 두 진행자 이동진과 김태훈

SBS <금요일엔 수다다>의 두 진행자 이동진과 김태훈 ⓒ SBS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두 사람의 수다에도 '역할 분담'은 있다. 이동진이 좀 더 내용적인 부분에 집중한다면, 김태훈은 시청자를 잡아 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하는 식이다. 김태훈은 "한 시간 정도 <금요일엔 수다다>를 깔깔거리며 보고 나면 주말에 볼 영화를 선택한다든지, 그런 것들이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 "한 시간짜리 방송을 하는데 네 시간 정도 녹화를 한다"고 말문을 연 김태훈은 "<미나문방구>의 최강희·봉태규 인터뷰에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끄집어냈는데, 편집본을 보니 제작진과의 생각의 괴리를 알겠더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홍보성 인터뷰나 살아온 이야기, 루머에 대한 해명이 패턴화 되어 있는 기존 프로그램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계속 개선해나갈 부분이 있죠. 사실 영화 한 편이 나오면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굳이 <금요일엔 수다다>에서 같은 포맷으로 그런 이야기를 반복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게 제작진과 저희가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에요. '누가 나오느냐'보다 '그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동진)

 

'누가' 나오느냐에 방점을 찍지 않겠다는 말에서 스타에 기대지 않겠다는 두 사람의 각오가 묻어났다. 대신 이들은 다양한 이들을 초대해 영화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언젠가부터 획일적인 홍보의 장이 된 영화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영화를 떠나 문화 전반을 망라하겠다는 <금요일엔 수다다>는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장 떠오르는 분은 이송희일 감독이에요. 상징성이 있겠죠. 그 분을 모셔서 인터뷰를 진행한다면 누구든 다 이 프로그램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게 될 테니까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 분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와 삶에 대한 이야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스펙터클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태훈)

 

"영화는 좋아하지만 영화인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발레리나 김주원, 가수 윤상,  소설가 김영하 같은 분들과 코너의 성격에 맞는 이야기를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사석에서 이야기를 해봤는데 다들 영화에 대한 확실한 취향이 있고 조예가 깊으시더라고요." (이동진)

2013.06.07 22:22 ⓒ 2013 OhmyNews
금요일엔 수다다 이동진 김태훈 접속 무비월드 영화는 수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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