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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떠나갔다."
"국민DJ."

<별이 빛나는 밤에>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이종환의 음악살롱> 등을 진행한 이종환씨(76세)가 숨지자 사람들이 평한 찬사다. 원인은 폐암이었다. 이씨는 지난 해 폐암 진단을 받을 때까지 담배를 즐겨 피웠다. 2002년 '코미디계 전설'이 이주일씨는 폐암으로 마지막 숨을 몰아 쉬면서 "담배 맛있습니까?"라는 말로 금연을 강조해 웃음 아닌 눈물을 흘리게 했다.

서울대 의대 등이 폐암과 흡연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16년 동안 성인 남성 1만5000 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이 비흡연자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이주일-이종환 그리고 서울대 의대 조사 결과가 주는 교훈은 담배는 '발암 덩어리, '독성 덩어리'라는 사실이다.

'살인무기' 담배보다 더 무서운 '조용한 살인무기' 독성물질

우리 아이들을 병들에게 하는 '조용한 살인무기'는 먹을거리와 주위에 널려 있다.
 우리 아이들을 병들에게 하는 '조용한 살인무기'는 먹을거리와 주위에 널려 있다.
ⓒ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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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는 고속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큰길에서도 담배를 피우면 눈치를 보거나 아예 국가가 금지하는 곳도 있다. 

아이에게 담배 피우게 하는 부모는 이 세상에 거의 없다. 하지만 담배보다 더 무서운 살인무기가 있다. 이 살인무기를 부모들은 어제도, 오늘도 아이에게 먹였다. 어쩌면 내일도 자연스럽게 먹일 것이다. '살인무기'가 너무 과격하다면 '조용한 살인무기'라고 부르고 싶다.

"또 햄이에요?"
"만날 먹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 아니 한 달에 한 두 번도 안 돼요?"

아내와 한 번씩 햄 때문에 다툰다. 아내는 일주일에 한 번쯤 괜찮다는 것이고, 나는 그것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바로 한두 번은 괜찮다면서 먹이는 햄이 '독성물질'이다. 햄만 그런게 아니다. 햄버거, 과자, 아이스크림, 화학조미료, 플라스틱 제품, 코팅된 주방기구 등등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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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몸속에 들어온 독성물질은 뇌와 간, 뼈와 근육, 정액과 모유에 쌓여 신체를 오염시킨다.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10만여 종에 이르고, 한국에서 현재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3만6000여 종, 4억3250만 톤에 이른다.

게다가 해매다 200여 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들어오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아이스크림, 패스트푸드는 물론이고, 먹고 자고 싸는 생활 공간 어디에나 촘촘하게 녹아 있다." -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전성시대> 서문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졌을 때 '폐 손상 조사위원회'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임종한 의학박사는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전성시대>에서 "방부제 범벅인 햄버거, 환각물질이 검출된 중국산 장난감, 알러지를 일으키는 학용품, 발암물질로 코팅된 프라이팬, 연약한 피부에 스며드는 섬유유연제 독성 따위에서 아이들을 구해내자"고 호소한다.

소시지, 라면, 햄버거... 아이들에게 쓰레기를 먹여

아이들 손이 닿는 곳, 눈이 가는 곳, 발이 가는 것, 숨쉬는 곳이 다 독성물질로 가득하다. 남편이 담배를 피우면 닥달하면서 독성물질은 마구 먹이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아이들이 열광하는 간식인 어린이용 소시지"에 들어있는 "아질산나트륨은 과다 섭취하면 혈관 확장, 헤모글리빈 가능 저하를 일으키고 먹었을 때 몸 속에서 단백질과 결합해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물질로 둔갑하는 화학물질"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간식인 라면에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되었다. 이는 나중에 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암을 부르는 '소리없는 살인자'인 셈이다.

이뿐 아니다. 설탕이 함유된 탄산음료, 과자도 비슷하다. 한 달 동안 실험용 쥐에게 설탕을 먹이다가 중단하자 "마약 금단 증상에 가까운 행동"을 했다는 연구는 충격 그 자체다. 이것만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피자, 치킨, 감자튀김 등 대부분이 '유전자가 조작된' 농작물로 짜낸 기름으로 퇴긴다"고 한다. 이쯤 되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쓰레기"를 먹이고 있는 것과 별 다르지 않다.

살기 바쁘고, 먹기 편한 편의점 음식 중 가장 인기 있는 것 하나인 '삼각김밥'. 하지만 다음글을 읽는 순간 다시는 삼각김밥을 먹지 않겠노라고 말할 것이다. 

"삼각김밥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쌀은 보통 2~3년 묵은 것이 대부분이다. 묵은 쌀은 특유의 역한 냄새와 맛이 날 수밖에 없는데, 그 냄새와 맛을 가리기 위해 온갖 식품첨가물이 등장한다. 묵은 쌀을 햅쌀처럼 둔갑시키기 위해 화학조미료와 유화제 등 15~20종의 첨가물이 들어간다. 또한 보습성을 높이고 광택을 내서 얼려도 딱딱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효소, 사과산칼슘, 에탄올, 지방산글리세린에스테르 등이 첨가된다. 이쯤 되면 이것이 쌀인지, 화학물질 덩어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 62쪽

삼각김밥이 아니라 '화학물질 덩어리'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니. 문제는 어제처럼 오늘도, 아니 내일도 삼각김밥은 살기 바쁜 이들 배를 가장 쉽게 채워주는 먹을거리다. 바빠도 집에서 밥을 해먹자.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집' 아니지 '가장 위험한 집'

올해는 조금 덜하지만 황사가 오면 "노인과 어린이는 되도록이면 외출을 삼가해달라"고 한다. 또 여름에는 대기오염지수가 노약자는 바깥 출입을 자제해달라고 말한다. 집안이 바깥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럼 집은 안전할까? 지은이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집"이라고 말한다. 집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다니 억지 주장도 이런 억지 주장이 없다고 하겠지만 집이 위험한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집'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집'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집'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집'
ⓒ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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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건강을 위해 쓰는 '항균탈취제'는 "살균에 대한 집착이 좋은 균을 죽이고 불필요한 화학물질을 남발해 오히려 아이들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여름철 가장 강력한 적이 모기를 잡기 위해 뿌리는 '분사모기약'과 '전자모기향'도 환경호르몬이다. 아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장난감에는 "초산에틸과 초산부틸, 자일렌"이 들어있다. 이 물질을 피부에 닿으면 피부염을 일으킨다. 생선을 구워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들러붙는다. 들러붙지 않는다면 고기를 맛나게 구워 낼 수 있다. 바로 이것을 덜어주는 '코팅' 프라이팬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어떤 음식도 절대 눌어붙지 않는 마법의 코팅으로 사랑받는 프라이팬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 아침부터 주부들의 한판승이 벌어진다. 음식이 들러붙지 않아 주부들의 설거지 수고를 덜어주는 이 프라이팬의 이면에는 퍼플루오로옥탄산염PFOA이라는 발암물질이 도사리고 있다.(중략) 이 화학물질은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로 특히 임산부에게는 유산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 122쪽

자연으로 돌아가자

편리함을 추구하다 우리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독성물질을 먹이고 있다. 이나즈 노리히사는 <내 아이에게 대물림 되는 엄마의 독성>(전나무숲, 2010)에서 "세대 전달 독성은 '유전'이 아니라 '전달'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희망이 보인다. 유전은 막을 수 없지만 전달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조용한 살인무기 독성물질에서 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의외로 간단하다. 햄이나 소시지 등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소금을 적게 먹는다. 치킨 대신 마늘소스가 들어간 닭튀김,'즉석00' 먹을거리는 되도록 멀리하기, 사과와 토마토같은 껍질이 얇은 과일은 식초와 레몬즙에 담가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씻어 먹는다. 방향제와 탈취제보다는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 프라이펜은 코팅제품보다는 스텐레이스 제품을, 천연세제 등등이다.

너무 어렵고, 귀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이들 옆에서 담배는 '절대' 피우지 못하게 하면서 담배보다 더 나쁜 조용한 살인무기 독성물질 천국을 만드는가. 이제 우리  아이들은 독성물질에서 구하자.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답은 자연으로....

자연이 우리 아이들 건강에 좋은 이유는 의학적인 차원 그 이상이다. 자연의 가치는 모든 것을 초월한다. 물질적인 측면에서 성장이 지연되더라도, 우리의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데 많은 관심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한다. 도시의 공기와 식품, 생활용품 등은 보다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이제는 공존이 답이다. 더 늦기 전에 자연과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자연은 그 자체로 치유이자 생명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임종한 지음 ㅣ 예담 펴냄 14800원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임종한 지음, 예담Friend(2016)


태그:#독성물질, #발암물질, #패스트푸드, #화학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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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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