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 무대에 오른 데미안 라이스

18일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 무대에 오른 데미안 라이스 ⓒ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


비와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았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의 마지막을 장식한 데미안 라이스는 조용히 무대를 시작했다. 기타 한 대에 피아노 한 대, 단출한 무대 구성이었지만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는 잔디밭을 가득 메웠다.

거센 빗줄기 속에서도 그를 내내 기다려 준 관객들을 향한 '팬 서비스'도 돋보였다. 스탠딩 존에 서 있는 관객들에게 '볼케이노(Volcano)'를 파트별로 나누어 부르게 하는가 하면, "빗속의 여러분들에게 바치는 노래다"라며 '콜드 워터(Cold Water)'를 선곡해 들려주기도 한 것. '캐논볼(Cannonball)'을 부를 때는 아예 1절을 전원 없이 육성으로만 부르며 환호를 받았다.

공식 무대의 마지막으로 '치어스 달링(Cheers Darlin')'을 부를 때, 비를 피해 술집을 찾은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직접 와인을 마시는 퍼포먼스를 벌인 데미안 라이스는 "앙코르"를 연호하는 관객들 덕에 다시 기타를 잡았다. '나인 크라임스(Nine Crimes)'에 이어 영화 <클로저>의 OST '더 블로어스 도우터(The Blower's Daughter)'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의 감성은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비와 함께 촉촉이 젖어들었다.

 18일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 무대에 오른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18일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 무대에 오른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


비의 덕을 본 이들은 데미안 라이스 말고도 또 있었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편리왕'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킹스 오브 더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는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 전 같은 무대에 섰다. 마지막 곡을 제외하고는 두 대의 기타 선율을 주고받으며 무대를 꾸며간 이들 역시 비와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으로 감동을 안겼다.

또 "노르웨이에서도 비가 많이 오는데, 우리가 이 비를 몰고 온 것 같다"며 재치 있는 '사과'를 전하기도 한 이들은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너무 고맙다"며 한국 관객들에 대한 변치 않는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흥겨운 재즈 선율로 관객들을 들썩이게 한 팀도 있었다. 2007년 결성된 다국적 프로젝트 밴드 테이프 파이브(Tape Five)는 이번 페스티벌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

 18일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 무대에 오른 테이프 파이브

ⓒ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


 18일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 무대에 오른 스윗소로우

18일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 무대에 오른 테이프 파이브(위)와 스윗소로우 ⓒ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


오후 3시께 무대에 오른 이들은 한국 관객들의 열광에 놀랍고도 기쁜 듯 연신 감탄사를 올렸다. 달콤한 화음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스윗소로우 역시 스스로는 "'서울'과 '페스티벌'을 맡고 있다"고 눙을 쳤지만, 기존의 히트곡보다는 재즈 풍이 가미된 노래들로 세트리스트를 채웠다.

이들 외에도 이날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에서는 최백호와 박주원, 히로미 더 트리오 프로젝트, 제프 버넷, 바우터 하멜 등이 한국 관객들과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아티스트부터 '재즈' 본연에 충실한 아티스트까지, 다양한 이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은 잘 차려진 성찬과도 같았다. '음악 페스티벌의 대격돌'이라 불릴 만했던 17일부터 18일,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3의 존재감은 충분했다 평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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