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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사람들은 노무현을 못 있는 모양이다."
"왜?"
"노무현 대통령 사진이 공개됐는데 댓글을 보니 다들 가슴이 아린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노무현이 어떻게 갔는지 안다면 아직도 가슴이 아리지."

지난달 30일 병원에서 동생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공식 누리집 <사람사는 세상>이 노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대통령 재임기간 휴가 등 비공개일정 중에 찍은 노무현 대통령의 미공개사진 10컷을 두고 누리꾼들이 가슴 아파하는 글을 보고한 말입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니 4년이 지났건만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솔직히 말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렇게 가슴 아프지 않았습니다. 왜 그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메이는지 모릅니다.

"MB, 뼛속까지 친미".... "노무현, 뼛속까지 민주주의자"

생각하면 '대통령' 노무현보다, '사람' 노무현을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란 권위와 권력보다는 그저 나처럼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고, 권력이 인민을 탄압하면 분노할 줄 아는 사람냄새 나는 노무현이었기에 그를 좋아한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선생'이었기에 머리로 아파했다면, 노무현이 홀로 자기 몸을 던졌을 때 가슴이 알려 울었습니다. 김대중은 '존경'했었고, 노무현은 '사랑'했었습니다.

노무현의 머릿속
 노무현의 머릿속
ⓒ 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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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 노무현 만으로는 그를 이토록 사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2009년 5월 23일 그가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던졌을 때 수백만 명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를 외치며 '울'었던 이유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수십 년 동안 피 흘려 세운 민주주의를 헌신짝처럼 버렸기 때문입니다.

MB는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빈약했습니다. 그가 민주주의를 깊이 인식하고, 몸으로 체득했다면 5년을 '통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노무현과 달랐던 이유입니다.

갑자기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MB는 뼛속까지 친미'라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지금도 그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퇴임 후 두 달 만에 그는 미국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그토록 지우려고 했던 노무현 뼛속에는 무엇이 자리잡고 있었을까요? "노무현은 뼛속까지 민주주의자였"습니다-<노무현의 머릿속>(유현 지음 ㅣ 두더지 펴냄)

민주공화국 대통령을 지낸 이에게 "뼛속까지 민주주의자"라는 찬사만큼 영광스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 유현은 말합니다.

"민주주의자는 국민의 뜻에 따른다. 국민의 뜻과 다르면, 국민에게 호소하고 국민을 설득한다. 그럼에도 국민의 뜻이 바뀌지 않으면, 민주주의자는 자기 뜻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따른다. 자기가 정답이라고 믿는 해법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사람은 기껏해야 똑똑한 사람일 뿐 민주주의자는 아니다. 민주주의자는 국민이 원하는 길을 간다."(본문에서)

노무현은 바로 이 민주주의자였습니다.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납니다. 과연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자일까요? 오늘(4일)로 박 대통령이 취임한지 64일이 되었습니다. 그가 국민 앞에서 선 적이 없습니다. 물론 지난 3월 4일 정부조직개정안 처리가 늦어지자 대국민담화를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주먹' 쥐고, 화난 표정으로 "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되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격정을 토로했지만 국민의 '소리'는 듲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자는 '국민의 뜻' 따라...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다는 소식은 아직도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자는 국민을 설득하는 것인데, 박 대통령은 '발표'만 하고 있습니다. 자신과 국민의 뜻이 다르면,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데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혼란이 당연한 것인데, 혼란을 국정운영에 걸림돌 정도로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이 아직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알 수 있습니다.

국민의 뜻을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뼛속까지 민주주의자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은 "권력에 눈치보지 않아도 되고 강자에게 줄 서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권력에 저항한다는 이유로 '다잡이'를 하는 이들은 민주주의자가 아닙니다. 이명박 정권은 권력을 비판한다고 민간인 사찰을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들만의 리그'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자신들을 위한 존재로 여겼습니다. 그러니 '4대필수과목'(병역비리·세금탈루·위장전입·부동산 투기)을 이수한 이들을 고위공직자에 임명했고, '원칙주의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것도 모자라 '논문표절'과 '전관예우'까지 갖춘 이들을 뽑았습니다. 그래도 사과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말로는 '국가와 결혼했다'고 했지만, 그 국가는 정말 국민을 위한 국가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노무현은 "소수를 위한 국가"에서 "다수를 위한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곧 "힘 없는 보통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 "사람사는 세상",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투표만능주의'가 아니라... 시민이 주권자임을 인식해야

이런 나라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투표만으로 가능할까요? 지난 대선 때 민주개혁 진영은 "투표만이 살 길"이라고 했습니다. 투표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졌습니다. 그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면 자연스럽게 "힘 없는 보통 사람이 사람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노무현은 '투표만능주의'를 경고합니다.

투표가 민주주의 핵심 가치임은 분명하지만, 투표 자체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란 언제나 시민이 주권자임을 뜻"하고, "언제나 시민이 이끌고 나아가는 것이며, 시민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투표날만 '사람'(?)...노무현은 투표만능주의에 빠지지 말고, 주권자로 시민 역할을 강조했다.
 투표날만 '사람'(?)...노무현은 투표만능주의에 빠지지 말고, 주권자로 시민 역할을 강조했다.
ⓒ 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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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에게 시민은 굉장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 합니다. 노무현은 "정당 위에 시민을 두고 민주주의를 구상"했습니다. 현대 민주주의를 '대의민주주의'라고 합니다. 시민이 뽑은 대통령,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국정을 운영하고, 법을 만듭니다. 하지만 이들이 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법안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많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금방이라도 통과될 것 같았지만 재계의 눈물겨운(?)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대체공휴일'이 단적이 예입니다. 공공의료와는 관계없는 '메디텔'도 비슷합니다. 결국 시민이 나서야 합니다.

노무현이 말하는 시민이란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남의 권리도 챙겨줄 줄 알고, 필요하면 직접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국민"이라고 글쓴이는 말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 교란될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시민"이라며 "시민은 권리를 찾아야 한다. 시민이 주권자로서 권리를 찾고, 올바르게 행사해야 한다. 권리이자 의무이다.(중략)학습하고 생각하는 시민"이라고 강조합니다.

"직접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자"와 '학습하고 생각하는 시민"이란 말 속에서 노무현이 왜 뼛속까지 민주주의자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이를 눈뜨고는 보지 못했습니다. 시민의 저항을 짓밟았고, 권리를 국가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권위주의 정권이 시민의식을 짓누르는 이유입니다.

시민 생각만큼 가는 것이 민주주의

박근혜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월 2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이 한국전쟁과 동·서 냉전이 벌어졌던 1950년대 미국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면서 "지금 우리 판례는 명백한 위협이 있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원칙조차 흔들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안보를 내세워 말하는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독재정권과 권위주의 정권의 국민을 통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도 시민은 저항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시민의식만큼 진보합니다.

민주주의란 결국 이론가가 아닌 다수 시민의 실천이고 참여다. 해답은 시민이다. 시민이 이끌고 나가야 한다. '시민의 생각만큼 가는 것이 민주주의다'. 이것이 노무현의 정치사상이다.(본문에서)

노무현은 뼛속까지 민주주의자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노무현의 머릿속> 유현 지음 ㅣ 두더지 펴냄 ㅣ 10000원



노무현의 머릿속 - 우리가 아직 노무현을 버릴 수 없는 이유

유현 지음, 두더지(2013)


태그:#노무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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