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명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노사정 이행 협약식

16일 명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노사정 이행 협약식 ⓒ 성하훈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지난 16일 오전 명동 동보성에서 대한민국 영화산업 발전 및 영화근로자의 고용과 복지 증진을 위한 2차 노사정 이행 협약식이 열렸다. 이날 협약식은 문화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롯데엔터테인먼트, CJ CGV, 쇼박스, 영화제작가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이 국내 헌법과 노동관계법 기본 이념에 입각해 영화인들의 복지조건 개선과 국내 영화산업 증진을 위해 함께 뜻을 모으는 자리였다.

이날 협약의 가장 핵심은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 맞춰져 있다. 우선 ▶훈련인센티브제도(사다리제도) 기금 마련 및 추진 ▶영화산업 종사자의 기초사회보장제도 확대 ▶영화산업 표준근로기준 적용 등을 주요 추진 사업으로 설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 제작을 진행할 때 4대 보험을 적용하기로 했고, 모든 직무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계약은 '영화산업노사단체협약'으로 작성된 '표준근로계약서'를 적용키로 했다.

또 영화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임금체불 예방을 위해 투자·제작·상영을 진행할 경우 임금체불 중인 제작사에 대한 투자 및 배급, 상영을 금지하기로 했다.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에 영화산업 노동자들과 정부기관, 투자 제작 배급사들이 그간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번 협약은 지난 2012년 4월 '현장 영화인 교육훈련 인센티브 지원 사업'을 하기로 했던 1차 협약에 더해 4대 보험과 임금체불 방지 등 대책이 포함된 점에서 한 단계 발전했다. 한국영화 발전에 중요한 존재들임에도 저임금과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영화 현장 스태프들에게는 여러모로 기대감을 갖게 하는 협약이었다. 이들의 어려움을 노사정이 함께 해결해 나가기로 한 것이 이날 협약의 큰 의미이기도 하다.

이 협약이 이뤄진 데는 사실 영진위의 노력이 적지 않았다.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그간 동반성장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2012년 7월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를 발족시켰고,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으며, 이행협약 체결 등을 통해 영화산업의 공존에 많은 노력을 펴고 있다. 

비정규직과 같은 스태프들에게 4대 보험이 적용되게 하고, 임금체불 위협과 고용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한 방안들은 영화계의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남은 임기동안 이 같은 문제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계속 매진하겠다고 밝혔는데, 한국영화 발전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고용과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영화계 종사자들의 동질감이 크기 때문이다.

 인디플러스에서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허경 프로그래머

인디플러스에서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허경 프로그래머 ⓒ 인디플러스


복지 고용 챙긴다더니 계약직 프로그래머는 해고?

하지만 같은 날 영진위는 직영하고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허경 프로그래머에게 계약만료에 따른 해고를 통보하면서 이날 행사의 의미를 스스로 깎아 내렸다. 허경 프로그래머는 SNS를 통해 "한 달 뒤에 계약해지하겠다는 통보가 왔다"고 전하고 "그런데 저보다도 다른 스태프들의 불안정한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에 대해 책임 있는 답을 주지 않는 영진위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노사정 협약식에서 영화 현장 스태프들의 고용 안정과 복지를 위해 애써온 김의석 위원장이 보람 있는 표정을 지었다면, 직영하고 있는 독립영화관 프로그래머에게 계약만료를 앞두고 해고를 통보하고 다른 스태프들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만든 영진위의 태도는 두 얼굴의 모습이었다.

허 프로그래머의 해고 소식에 독립영화계는 들썩였다. <두 개의 문> 홍지유 감독은 자신의 SNS를 통해 "영진위가 인디플러스의 프로그래머에게 계약해지를 통보 했다"며 "영화진흥위원회는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일갈했다. <어머니>의 태준식 감독 역시 SNS를 통해 공공기관 무기 계약 전환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는 모른 체하고 오히려 외주와 하청을 빈번하게 저지르고 있다"며 영진위를 질타했다.

태 감독은 이어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에 의한 예산편성과 이에 따른 연봉의 차이 때문에 영진위내 정규직 관리자들은 직접고용을 회피하고 간접고용으로 어떻게든 노동자들을 사용하려 애를 썼다"면서 "한국영화의 진흥, 독립영화 정책의 개발 등 희멀건 한 소리 등을 내보냈지만 영화에 꿈을 품은 젊은 노동자들을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를 반복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계약만료에 따른 해지는 영진위 계약직 규정에 있는 사안이라고는 해도, 무기 계약직 전환이나 정규직 채용을 회피하기 위한 술수이며 해고라는 것이 독립영화진영의 시각이다.

태준식 감독은 "위탁운영으로 잘 해오던 극장을 굳이 직영하겠다며 뺏어가 놓고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 파견전환 시키고, 불편한 노동자는 가차 없이 해고시켜 버리는 짓은 뭐하자는 코미디인가?"라며 영진위를 향해 날을 세웠다.

 지난 3월 10일 개관 2주년을 넘긴 영진위 직영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지난 3월 10일 개관 2주년을 넘긴 영진위 직영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 인디플러스

전용관 사업의 안정성 기대 져 버려

급기야 영진위의 독립영화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는 "영진위 직영의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인들이 전용관 운영의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성과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직영에 동의했을 것인데,  직영 3년 차를 맞은 지금, 독립영화전용관의 전문성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2년 간 인디플러스에서 일한 인력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이지만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계약 해지 된다"면서 "계약 해지를 결정한 영진위도 사정이 있겠지만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기대를 져 버려 또 한 번 독립영화인들을 실망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진위가 인디플러스 채용 인력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2년 여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독립영화 상영업에 직접 뛰어든 영진위의 정책 의지가 이 정도라는 게 정말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허경 프로그래머는 영진위가 직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독립영화진영의 불신을 받던 인디플러스를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잘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립영화진영이 인디플러스를 인정하게 된 데는 허 프로그래머의 노력이 컸다는 것이 독립영화인들의 중론이다.
다양한 기획전으로 인디플러스의 존재감을 강화시키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다 쓰러져가던 독립영화관 살려 놓으니 영진위가 해고로 보답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고용과 복지 증진을 약속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2년을 다 채운 계약직에게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는 영진위의 두 얼굴.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여러 난제를 풀어냈던 김의석 위원장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진위 인디플러스 허경 독립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