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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고은령 전 KBS 아나운서
 인터뷰 중인 고은령 전 KBS 아나운서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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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직언론인으로 방송을 시작했던 <뉴스타파>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로 법인화를 하고 시즌3에 맞춰 <뉴스타파M>이라는 매거진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의 MC를 <시사IN>의 고재열 기자와 고은령 전 KBS 아나운서가 맡아 격주로 수요일에 방송한다.

2005년 KBS 공채 31기로 입사한 고은령 전 아나운서는 5년 동안 KBS부산총국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0년 뮤지컬 공연 공부를 위해 사표를 내고 현재는 <스튜디오뮤지컬 자리주삼>이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타파> 시즌1부터 한 회 한 회 챙겨봤다는 고 전 아나운서는 "<뉴스타파M>의 MC를 맡게 된 것도 제의가 온 게 아니라 뭐든 돕고 싶다고 연락을 했더니 얼마 있다 연락이 와서 합류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신촌에 있는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고 전 아나운서를 만나 <뉴스타파M>에 대한 이야기와 KBS를 퇴사한 이유, 현재의 언론상황 그리고 그의 언론관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고은령 전 KBS 아나운서와의 일문일답.

- 먼저 최근 근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뉴스타파>에 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임하고 있는 것이 근황 중 하나이고요. 또 하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사과정으로 공연을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공연 공부 하면서 개인적으로 뜻이 맞는 분들과 함께 뮤지컬 팟캐스트를 2년째 제작 진행해오고 있어요."

- 진행 중인 팟스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팟캐스트 방송명은 <스튜디오뮤지컬 자리주삼>이라는 재밌는 이름인데, '들리는 뮤지컬'이라는 콘셉트로 뮤지컬을 들으며 즐기실 수 있게 각색해서 들려드려요. 관객들은 극장을 가지 않고도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고, 창작자들은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생겨서 좋지요. 신인 창작자들을 위해 창작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있기도 하거든요. 관객, 창작자에게 제 자리를 돌려드리는 개념의 방송, 그래서 이름이 '자리주삼'이에요. 관객의 자리, 신인 창작자의 자리를 돌려받는 방송입니다."

- 원래 뮤지컬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네, 어릴 때부터 공연을 혼자 보러다닐 만큼 좋아했었는데, KBS 시절에도 문화예술프로를 맡으면서 그 관심을 이어갈 수 있었죠. 거기에 덧붙여 대학원에서도 공연공부를 하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연 관련 팟캐스트 제작·진행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 <뉴스타파M>에 대해 모르는 분들도 많을 텐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뉴스타파M>을 제가 소개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존의 <뉴스타파>가 한국의 퍼블리카를 표방하면서, 대안 저널로서 1년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요. 그 <뉴스타파>가 시즌3부터 뉴스 외에 별도 채널도 만들었죠. 그래서 <뉴스타파 N>과 <뉴스타파M>이 구분되어 방송되고 있습니다. N은 뉴스, M은 매거진을 뜻합니다.

뉴스가 정통 '탐사보도+르포'라면, 매거진은 지식과 힐링이 가미되는 방송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통해 낫지 않는 우리 가슴에는 힐링을 주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에 대안이 줄 수 있는 방송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아직은 시작단계이고 많이 부족할지 모릅니다만. 꾸준히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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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작년에 <뉴스타파>가 시작될 때부터 '드디어 이런 매체가 나왔구나'라는 생각으로 지지했죠. 많은 국민들이 한국의 언론 매체에 답답해 하고, 알고 싶은 진실이 많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뉴스타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저널로 등장했죠. 그래서 한 회 한 회 챙겨 봤고 또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 싶다고 제가 연락을 먼저 드렸어요. 그랬더니 얼마 후 뉴스타파M 팀에서 다시 연락을 주셨지요."

- 어느덧 <뉴스타파M>이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어요. 첫 녹화가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첫 녹화 어떠셨어요?
"네, 기억에 남지요. 그런데 안 좋게 기억이 남아요(웃음). 왜냐면 제가 잘 못했거든요. <뉴스타파>라는 방송의 무게감 때문인지 얼굴도 무겁고 너무 진지해서 표정도 경직된 것 같고 방송을 유연하게 하지 못했던 것 같아서 스스로는 아쉬웠습니다. 매거진을 뉴스처럼 했지요.(웃음) 돌이켜 보면, 그날 아이템이었던 '형제복지원' 이야기가 뼈에 사무치게 안타까웠고 이 사회에 대한 원망이 컸기 때문 비장한 태도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비인격적인 범죄가 제대로 처벌 받지 않았고 세상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점, 심지어 유사범죄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니 잔혹한 세상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무튼 요즘은 좀 더 편안하게 시청자들께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시청자들이 판단하기도 전에 진행자가 먼저 독립투사라도 되는 양 앞선 태도를 취하는 것은, 특히 매거진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첫방송에 대한 기억은 '아픔'과 '반성'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MC 입장에서 힘든 점을 말씀드리자면, 아이템 자체가 민감한 사안인 경우라 MC가 말을 많이 하지 않음에도, 아니 압축된 몇 마디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 말이 조심스럽다는 것입니다. 어휘 선택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요. 평소에 너무 정제되지 않은 말들만 써서 그런가...(웃음) 그것이 이전에 제가 해왔던 방송과 다르게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제작진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뉴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드러내야 하는 방송의 성격 상 아이템 선정도 늘 고심하게 되고 '최후변론'이나 '인터뷰 타작' 같은 경우는 피해자든 가해자든 관련자든 전문가든… 인터뷰나 취재, 협조 등 면에서도 애를 많이 먹고 계십니다. 아이템을 어쩔 수 없이 다시 바꿔야 할 때도 있으시고요. 이 인터뷰도 사실 제가 아니라 피디, 작가님들이 하시는 게 맞지 않나 싶네요. 다들 고생을 너무 많이 하고 계십니다."

- <시사IN>의 고재열 기자와 같이 진행을 하시는데 어떠세요?
"일단 같은 고씨잖아요(웃음). 처음 인사할 때부터 '고씨끼리 잘해봅시다'라면서 친근하게 인사했고요. 전에도 뵌 적이 있는 분이고 저는 좋아했던 기자님이시라 편하게 따르면서 하고 있습니다. 고 기자님보다 제가 당연히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기자님이 많이 끌어주셔야 되는 상황입니다(웃음). 기자님은 차분하시면서도 유머 있으신 특유의 화법으로 끌어주고 계시죠. 제가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슈퍼마리오를 닮은 콧수염도 매력적이십니다(웃음)."

-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언론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지금의 언론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섣불리 지금 뭐라고 단정하기는 힘든 시점인 것 같아요. 다만, 언론장악의 우려가 속속 제기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지금 우리 국민들이 할 일은 정부에서 '언론장악은 없다'고 공표한 바대로 그 약속을 지키는지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뉴스타파>에서는 그것을 감시하고, 또 스스로도 흔들리지 않고 지켜낼 몫이 있을 것이고요."

인터뷰 중인 고은령 전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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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공채 31기로 입사하셨는데 사표 내셨잖아요. 이유가 있었나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KBS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공연과 관련한 공부였어요. 휴직계를 냈는데 승인을 받았다가 아나운서와 상관 없는 공부라는 이유로 휴직계가 학교 개강 직전에 반려됐어요. 고민을 하다 개강 직전이어서 현실적으로 물리기 힘든 상황도 있었고 저도 하고 싶던 공부에 대한 열망을 식히기도 어려워서(웃음)... 사표를 냈죠."

- 원래 아나운서가 목표는 아니었나요?
"세상을 위해 뭔가 하고 싶은 일이자 잘 할 수 있는 일,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이 아나운서였고 한 때는 목표였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아나운서는 저 말고도 할 사람도 많고 잘하는 분도 많더라고요(웃음). 또 제가 그려오던 직업과는 다른 부분들도 있었기 때문에 매너리즘도 생겼던 것 같고요. 그래서 세상을 위하고 나를 위하는 다른 일을 찾게 되었습니다. 다른 일을 하다가 기회가 되면 다른 곳에서 다시 방송을 할 수도  있지 하는 생각으로 열어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거죠."

- 아나운서가 예능에 출연 하면서 아나테이너란 말까지 있는데 아나운서의 예능 출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나운서는 본래 예능출연이 가능한 사람입니다. 뉴스나 시사교양 분야에서만 허락 받는 진행자가 아니에요. '한 방송사의 아나운서는 그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전문 진행자'라고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뉴스일 수도 있고 스포츠일 수도 있고 교양일 수도 있지만 예능일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전문 예능MC가 아나운서 중에 나오고, 아나테이너라는 수식어가 붙는 분들이 있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됩니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도 있고, 뉴스진행 전문, 시사교양 전문이 있듯 예능전문도 생길 수 있는 것이죠."

- 언론관이 있나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언론관을 말하기에 적합한 시기나 입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언론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방송을 할 때 제 스스로에게 항상 질문해보는 한 가지 기본자세는 있어요. '표리부동하지 않은가.' 방송인이든 언론인이든 방송(혹은 지면) 안팎이 달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방송에서 하는 말 및 태도와 실제 내 생활이 달라지지 않도록 하자는 기본 양심이자 철칙은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무더운 한 여름, 방송에서 에어컨 적정온도를 얘기하고 절전하자고 말해놓고, 자신은 18도로 틀어놓고 냉방병 걸릴 정도로 펑펑 쓴다든지... '불우이웃을 도웁시다'며 성금모금 방송을 하면서, 자신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든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식으로 안팎이 다르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가 언론인이든 방송인이든 기본 출발 지점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오마이뉴스>라는 매체를 좋아해요. 지상파 뉴스를 틀어서 나오는 대로 보기보다 점점 인터넷에서 찾아서 뉴스를 보게 되는데요. <뉴스타파>도 그 중 하나이고, <오마이뉴스>도 그렇습니다. 앞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분들께서 <뉴스타파>도 지켜봐 주시고 성원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태그:#뉴스타파M, #고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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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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