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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신분세탁 사건이 충북 도내에서 발생했다. 청주시 안덕벌에 거주했던 60대 초반 복권 위조범 안아무개씨가 90대 후반 노인으로 나이를 속이며 살아온 사건이다.

타고난 노안으로 나이를 속일 수 있었던 범인 안씨는 그 얼굴을 무기 삼아 지난해 가을 98세의 가짜 나이로 KBS1 TV 최장수 간판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괴산군편>에 출연해 인기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짜 나이보다 열두 살 적은 사회자 송해씨가 남다른 건강의 비결을 묻자 "남을 배려하고 욕심내지 않으면 건강하게 오래 살자 있다"고 천연덕스럽게 답하기도 했다. 이후 노래 실력보다 나이 많은 가산점을 얻어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선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또 올해 초에는 KBS 2TV <굿모닝 대한민국>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지난 2010년에는 청주 안덕벌예술제에서 창을 불러 최우수상을 받고 쌀 20kg 가져가기도 했다. 당시 90대 노인이 창을 무척 잘 불렀다고 주민은 감쪽같이 속았기 때문에 안씨 사건이 보도된 이후 그를 알고 있는 이웃 주민은 모두 황당해하고만 있다.    

국내·외 100여개 언론사 취재 열기
   
복권위조한 안 모씨가 CCTV에 걸린 장면. 사진 제공 = 청주 흥덕경찰서 수사과 지능팀.
 복권위조한 안 모씨가 CCTV에 걸린 장면. 사진 제공 = 청주 흥덕경찰서 수사과 지능팀.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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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흥덕경찰서 수사과 지능 1팀 담당 이용선 수사관은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도쿄신문>까지 취재를 하는 등 100여 개의 언론사에서 이 사건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만큼 '전대미문의 나이 사기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이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살아가던 그가 발목이 잡힌 것은 지난해 12월 청주 시내 복권 판매점 여섯 군데에서 위조 복권이 사용된 것이 발견됐다는 첩보가 입수되면서부터다. 그가 TV에 출연할때 입은 한복을 그대로 입고 복권판매소에 와 복권 6장 5등 당첨금 12만 원을 가져가는 모습이 CCTV에 찍힌 것을 보고 경찰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5등까지는 신원조회 없이 쉽게 당첨금을 탈 수 있다는 것을 노렸지만, 결국 자기 꾀에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이 수사관은 "안씨를 조사하며 99세 나이에 복권 6장을 위조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경찰서 와서 계단을 올라오는데 나보다 더 빨리 올라오더라. 그런 걸로 봐서는 신체 나이가 99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결국, 지문을 조회해 보니 그와 똑같은 지문을 가진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올해 나이 61세인 안씨가 아닌 또 다른 안씨가 발견된 것이다.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1953년에 태어난 놈이 1915년생으로 올려서 호적 만들었다 하면 하늘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하나님이 분명히 계시면 나를 천벌 맞아 아주 피를 토해 죽게 만들 거다. 나는 절대 그런 인간이 아니다"라며 처음에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이정의 지능 1팀장은 "일종의 망상증 같은 게 있는 것 같았다. 실질적으로 자기가 99세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분석했다.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기가 99세라고 생각하는 망상증에 걸렸다는 말이다.

"나이 올렸더니 대우해 주더라"

실제는 61세이면서 끝까지 99세라고 속인 안씨. 그렇다면 그는 왜 스스로 할아버지가 되려고 했던 걸까. 누구나 젊음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그는 왜 99세라고 고집한 것일까.

첫째는 보통 90세(충북의 경우 83세)가 넘으면 지자체에서 주는 장수수당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 2005년 무료급식을 운영하는 한 목사에 의해 계단에서 자다가 발견됐다.

이 수사관은 "안씨는 1979년도에 유가증가 위조혐의로 처음 구속이 됐다.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동사무소에서는 그걸 모르고 무단 전출자로 해서 주민등록 말소를 시켰다"면서 "그 후로 그 주민등록증은 말소가 된 상태로 살리지를 않았다"며 그가 신분을 세탁할 수 있었던 요인을 설명했다. 이후 안씨는 고아출신으로 주민등록증 없이 지냈다며 교회 목사를 속여서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그의 보증으로 새로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을 수 있었고, 이때 그는 장수수당을 목적으로 1915년생으로 나이를 속였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2009년 가짜 안모씨로 새롭게 태어나며 이후 4년 동안 노령연금과 장수수당으로 2300만 원을 부당 수령할 수 있었다.

둘째는 지난 과거의 시절을 모두 잊고 깨끗이 출발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타고난 미술 솜씨가 있었던 안씨는 27살부터 복권을 위조하면서부터 무려 25년 동안 교도소를 다니며 전과 7범으로 반평생을 복권위조범으로 살아왔다. 신분세탁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업신여기는 사회적 현실에서도 간절히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마지막 경찰 조사에서 "주변에서 가족 없이 혼자 산다느니 떠돌이 인생으로 산다느니 거지같이 산다느니 하며 수없이 천대를 많이 받았다. 내 곁엔 아무도 없었다"며 "나이를 올려서 주민번호를 위조했더니 그 때부터 이제 인간 대우를 해 주었다"고 실토했다.

실제로 안씨는 99세의 가짜 나이로 늘 밝고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변 이웃들에게 공경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결국, 안씨에게 갑자기 찾아온 행운(?)은 결국 더 큰 불행의 씨앗이 되어 다시 영어(囹圄)의 몸이 되고 말았다.

안씨는 어떻게 신분세탁을 할 수 있었나

안씨는 무료급식을 운영하던 모 교회 목사를 속여 자신의 성장과정을 소설과 같이 들려주고, 나이 90이 넘도록 주민등록이 없다며 동정심을 유발시켰다. 이후 이 목사로 하여금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가족관계등록 창설 허가 신청을 하도록 했다.

안씨는 신청을 접수한 관할 법원에서 관할경찰서에 십지지문 채취 등 사실촉탁을 할 것을 예상하고, 주거지에 귀가하지 않고 밖으로 떠돌아다니며 관할경찰서에서 십지지문을 채취할 수 없게 했다.

가족관계등록 창설 허가를 취득한 후에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해당 구청에서 십지지문을 채취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계산한 그는 지문 채취 전 손가락 끝 지문이 있는 부분에 본드를 붙였다가 떼어내는 방법으로 지문을 손상시킨 후 십지 지문을 채취함으로 기존 인적사항이 탄로 나지 않을 수 있었다.
   
안씨가 위조한 복권 뒷자리 세자리. 자세히 보면 위조한 숫자들이 기존 숫자들에 비해 조금 아래에 놓인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안씨가 위조한 복권 뒷자리 세자리. 자세히 보면 위조한 숫자들이 기존 숫자들에 비해 조금 아래에 놓인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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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는 복권판매점에서 신분 확인 없이 당첨금을 수령할 수 있는 당첨금액 5만 원 미만의 복권만을 위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들은 쉽사리 할 수 없는, 타고난 미술적 감각을 가진 이들만 할 수 있는 고난이도 수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향후 수사계획으로 "안씨의 마지막 출소일 이후 현재까지 청주·청원·대전 등 충청지역 복권위조 미제사건 등을 재수사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을 통해 "복권판매점에서 5만 원 미만의 소액 당첨금이라고 하더라도 바코드 및 큐알코드를 통해 당첨복권의 위조 여부를 세밀히 확인하여 유사범죄가 발생되지 않도록 예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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