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대통령이 3월 11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3월 11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청와대 제공

관련사진보기


청와대가 잇따른 고위 공직자 인사 실패에 대해 비서실장 '대독 사과'만으로 사태 봉합에 나섰다. 여당 내에서도 강하게 제기됐던 책임자 문책은 사실상 묵살됐다. 인사시스템 보완책 마련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허태열 비서실장의 대국민 사과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장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6명의 '낙마 도미노' 등 국정 차질을 초래한 인사실패에도 침묵을 지키던 청와대는 30일 오전,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태열 비서실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고위 당·정·청 워크숍을 3시간여 앞둔 시점이었다.

두 문장 짜리 대독 사과... 당·정·청 워크숍에서 쏟아진 쓴소리

허 비서실장은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에게 대독하도록 했다. 김행 대변인은 허 실장을 대신해 "새 정부 인사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해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은 두 문장에 불과했고 구체적인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날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문 발표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요청을 박근혜 대통령이 받아들여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청 워크숍에서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인사 실패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제스처였다.

허 실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당·정·청 워크숍에서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원조 친박'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인사 참사가 일어났는데 비서관들이 '인사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고 인력도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며 "이게 무슨 비서인가, 비서는 자기 책임이 아니어도 내가 잘못했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정훈 의원은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가 인사"라며 "민정수석실에서 철저한 인사검증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여당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지자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곽 수석은 "다시는 인사상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인사시스템을 정비하고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허태열 비서실장도 이날 워크숍 마무리 발언을 통해 "따가운 질책, 공포스러운 질책을 듣고 통렬히 반성한다"며 "사람들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지만 지금이라도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사과했다.

청와대는 현재 비서실장 직속으로 설치된 인사위원회 멤버 구성 변화, 그동안 인사 검증에서 놓쳤던 소문이나 평판 등에 대한 검증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한 인사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여야의 거센 비판과 여론 악화에 밀려 고개를 숙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청와대의 상황 인식은 사태의 심각성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는 그동안 인사 실패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인선을 해야 해서 불가항력적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청와대가 인사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는 했지만 근본적인 수술보다는 인사 업무 담당 인력 충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같은 청와대의 상황 인식 탓이 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검증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제도 보완과 함께 제도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당 "비서실장·민정수석 책임 물어야"

야당의 비판은 더 거세지고 있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출범 한 달 동안 사상초유의 인사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사과하고 책임지겠다는 청와대 참모 하나 없는 점은 정말 답답하고 실망스럽다"며 "박근혜 정부가 진정 국민과 소통하려면 '17초 대독 반성문'으로 얼렁뚱땅 넘기려 들지 말고 인사 참사의 책임자인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관석 원내 대변인도 "잇단 인사파행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진정성없는 사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주말에 대통령도 아닌 비서실장이, 그것도 직접 하지도 않고 대변인이 대신 읽은 사과문은 누가 봐도 마지못해 하는 요식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태그:#청와대, #허태열, #박근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