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하와이 와이키키 브라더스> 2탄 한 장면

지난 30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하와이 와이키키 브라더스> 2탄 한 장면 ⓒ MBC


애초 2012년 가을 방송된 MBC <무한도전-니가가라 하와이>에서 최종 우승한 노홍철만 하와이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씨 좋은 와이키키씨의 초대로 출연진 모두 지상 낙원 하와이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꿀맛 같은 휴식이 아닌, 상상 이상의 미션이었다.

주사위만 잘 던진다면 팬케이크 먹는 것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미션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육잡이 박명수가 던지는 주사위는 기가 막힌 타이밍을 보여주었다. 언제나 여섯을 던지면서도, 정작 많은 인원이 필요한 미션에는 하나를 던지는 박명수의 운은 최고였다. 덕분에 <무한도전> 출연진은 미녀와의 뜨거운(?) 휴가는커녕, 따사로운 햇볕 아래 하와이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체험을 했다. 

지난 30일 방송된 <무한도전-하와이-와이키키 브라더스> 2탄은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2005년 연출을 맡았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상상원정대>를 연상케 한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직접 찾아가 출연진이 직접 타는 <상상원정대>는 보는 것만으로 아찔했다. 비록 <상상원정대> 수준은 아니었지만 <무한도전>의 몇몇 출연진이 시도한 제트팩 플라이어나 무동력 글라이더는 웬만한 놀이기구 못지않게 스릴 있었다.

시청률이 낮다면 생긴 지 얼마 안 된 프로그램마저 가차 없이 폐지하는 지상파 방송국에서 <무한도전>이 <무모한 도전> 시절을 포함, 8년 가까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열정과 의지였다.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 연예계 최고의 성실 아이콘 유재석이 있었다. 유능한 진행 실력에 노력형이기까지 한 유재석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김태호 PD, 그리고 재치 있는 여섯 남자의 만남은 대한민국 예능 역사를 다시 썼다. 

지난 8년 동안 안 해본 도전이 없을 정도로 다 해봤다고 하나, <무한도전>은 화수분처럼 기어이 새로운 무언가를 뚝딱 내놓는다. 기존의 아이템을 룰만 살짝 바꿔 진행하는 미션도 더러 있었다. <무한도전> 제작진도 창의에 한계가 있는 인간인지라,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한도전-하와이 편> 외에도 하와이 혹은 세계 유명한 휴양지를 찾아간 예능 프로그램은 많았다. 하지만 아름다운 휴양지를 배경으로 기존 게임의 룰에서 판만 크게 벌였던 예능 프로그램과 비교해서 일곱 남자의 무한도전 외에 딱히 정해진 콘셉트가 없었던 <무한도전>의 미션은 고난도였다. 제작진이 정한 단계별 미션만 완벽히 수행하면 남은 일정 휴가를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미션의 면면을 보면 시작부터 휴가는 아예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지난 30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하와이 와이키키 브라더스> 2탄 한 장면

지난 30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하와이 와이키키 브라더스> 2탄 한 장면 ⓒ MBC


하와이를 떠나기 전날, 무동력 글라이더를 체험하기 위해 비행장에 도착한 <무한도전> 멤버들 얼굴엔 '휴가'에 대한 체념이 가득하다. 그래도 낙하산을 타고 공중 낙하하는 것이 아니라, 경비행기를 타면서 지폐를 센다는 비교적 쉬워 보이는 미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잘하면 우리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고.

그런데 박명수가 탄 글라이더를 줄로 지탱하던 경비행기가 훌쩍 떠나고, 홀로 남은 글라이더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 박명수뿐만 아니라 밑에서 보고 있던 출연진의 얼굴이 노랗게 질린다. 그럼 그렇지. <무한도전>에서 쉽게 가는 미션이 있을 리 없다. 차라리 산 위에서 낙하산을 타고 낙하하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다. 하늘에서 360도 자유 회전하는 글라이더는 왜 타기 전 박명수가 낙하산을 꼭 챙겨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한다.

아이언맨을 떠올리게 하는 아찔한 제트팩 플라이어에 어쿠스틱 글라이더, 심지어 정준하가 가장 자신 있다는 먹는 것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던 <무한도전-하와이 편>은 박명수 다음으로 줄줄이 공포의 글라이더에 탑승할 출연진의 겁먹은 표정만을 남기고 유유히 다음 주로 넘어갔다.

출연진 중 3명이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 실로 오랜만에 <상상원정대> <무모한 도전> 시절을 능가하는 <무한도전>에 성심성의껏 임했던 멤버의 희생정신 덕분에 시청자는 집안에서 편안하게 마음껏 웃으면서 하와이에서만 볼 수 있다는 '진기명기'를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하와이에서는 아름다운 해변에서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고, 잔잔한 물살을 즐기는 게 최고인 줄 알았는데, 그야말로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하와이 관광의 신세계'를 열어준 <무한도전>의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특집이었다. 이 정도면 노홍철 외에도 <무한도전> 멤버 하와이로 불러들인 와이키키 선생께서도 굉장히 흡족할 만하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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