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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자씨와 유세윤씨가 재미있어서 부담이 많이 되네요."

30일 방송된 tvN < SNL코리아 >에 호스트로 출연한 배우 오만석은 부담감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았다. '19금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이영자와 유세윤 편이 화제를 불러 모았던 만큼,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 SNL코리아 > 최초로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이니만큼 과연 제작진이 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도 한몫 했다. 오만석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아마 화끈한 '19금 코미디'를 기대했던 시청자에게는 다소 싱거운(?) 방송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몸매 자체가 '19금'이었던 최여진은 말할 것도 없고, 은유와 상징이 넘쳐났던 이영자, 유세윤 편과 비교하더라도 이날 방송은 지난 몇 주간 '19금 코미디'로 화제의 중심에 선 프로그램이 맞나 싶을 정도의 강한 의문을 남겼다.

하지만 "그래서 오만석의 섭외는 실패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하겠다. 오히려 < SNL코리아 >에는 '19금 코미디'나 '섹시 패러디'만이 아니라, 다양한 콩트와 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는 점에서 오만석은 꼭 필요한 호스트였다고 생각한다. 신동엽과 크루들이 기존 < SNL코리아 >의 분위기를 유지했고, 여기에 오만석의 뮤지컬 연기가 더해지면서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오만석에게는 '19금 코미디' 대신 가창력과 연기력이 있었고, 제작진은 그의 장점을 빛낼 코너로 웃음을 안겼다.

 30일 방송된 <SNL코리아>에 호스트로 출연한 오만석이 '뮤지컬 콩트'를 선보이고 있다.

30일 방송된 에 호스트로 출연한 오만석이 '뮤지컬 콩트'를 선보이고 있다. ⓒ tvN


오만석의 뮤지컬 연기가 돋보였던 코너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패러디한 <닥터 지킬 클리닉>이었다. 이 코너에서 오만석은 박사로서의 정체성과 200억 원 유산에 갈등하는 이중 인격 연기를 뮤지컬로 표현했다. 특히 오만석이 부른 '지금 이 순간'은 콩트 속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콩트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렸다. 오만석이기에 가능한 연기였고, '호스트 맞춤형 코너'를 개발하기 위해 제작진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팬텀 오브 더 오만석>에서 오만석은 제대로 '물 만난 고기'였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패러디한 이 코너에서 오만석은 김슬기와 노래를 주고받으며, 자신과 닮은 연예인을 한 명씩 거론했다. 진구, 강두에 이어 곽한구에서는 손사래를 치다가 에릭은 조금 인정한다며 능청스러움을 보여줬고, 김형범, 방대한, 후세인, 오바마, 간디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닮은 사람들 모두 '오만석의 유령'이라고 표현하며 절망하는 모습에서는 < SNL코리아 > 특유의 '병맛 코미디'에 완벽 적응한 듯했다.

오만석이라는 호스트를 통해 < SNL코리아 >가 거둔 것은 억지 설정이나 과도한 19금 코드 없이도 충분히 웃음을 뽑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닐까. 유세윤 편에서 드러난 '가학성 논란'이나 최여진 편이 겨냥한 '여성 몸의 상품화' 같은 은유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정공법을 통해 성인 코미디쇼를 꾸밀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싱거운 호스트 오만석 편이 거둔 성과임이 분명하다.

정치 풍자와 19금 코미디, 다양한 장르의 콩트 코미디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 SNL코리아 >의 생명력은 유지될 수 있다. 오만석 편은 최고는 아니었을지언정 최선임에는 분명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오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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