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슬>의 한 장면

영화 <지슬>의 한 장면 ⓒ 자파리필름


제주에서 올라온 4.3 영화 <지슬>이 공식 개봉 10일 만에 전국 관객 5만 명을 넘어섰다. 제주 관객도 지난 1일 개봉한 이후 한 달 만에 2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슬>은 30일 하루 전국 5041명이 관람해 누적관객 5만 3741명을 기록했고, 이 중 제주 관객은 2만 256명으로 집계됐다. 

박스오피스 11위를 차지한 <지슬>은 전국 개봉 이후 평일에는 8위까지 오르는 등 상업 영화에 밀리지 않고 선전하고 있다. 다양성 영화 순위에서는 큰 격차를 벌리며 줄곧 1위에 머물고 있다. 4.3항쟁 기념일을 앞두고 관객 증가세가 두드러져, 2012년 독립영화 흥행작인 <두 개의 문>이 기록한 7만 관객도 빠르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개봉 10일 만에 5만 명을 돌파한 것도 의미가 크지만 제주 관객 2만의 의미는 더욱 크다. 제주가 영화의 변방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국 1270만 명이 본 <7번방의 선물>은 제주에서 11만 8천 명이 관람했다. 450만에 다다른 <신세계>는 3만을 넘어섰을 뿐이다. 따라서 <지슬>의 제주 관객 2만은 전국 관객 200만과 견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독립영화가 상업 영화의 변방으로 인식되고, 전국 관객 1만을 상업영화 100만 관객과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 독립영화 <지슬>의 제주 선전은 단순히 상업 영화의 기준과 같게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독립영화 개봉이 드물게 이뤄지는 제주이기에 그 가치는 더 특별하다.

<지슬>을 제작한 고혁진 프로듀서는 30일 <오마이스타>와의 전화통화에서 "4.3항쟁 65주년을 앞두고 단체 관람이 늘고 있다"면서 "목표로 한 제주 3만 관객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상영관인 CGV에서는 3일까지 상영하고, 서귀포 롯데시네마에서는 이후에도 계속 상영되는 쪽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22일부터 상영을 시작한 제주 영화예술센터(구 코리아극장)에서는 4월 말까지 상영을 예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 지역 배급은 제작사 자파리필름이 직접 맡고 있다.

고혁진 프로듀서는 "전국 관객 5만을 넘어섰지만 손익분기점 도달에는 아직 멀었다"고 밝혔다. 그는 "개봉 과정에서 추가 지출된 비용이 있었고, 배급사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15만 관객은 돼야 손익분기점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지슬>은 2억 5천만 원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다. 

 영화 <지슬>의 한 장면

영화 <지슬>의 한 장면 ⓒ 자파리필름


<지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SNS에는 '4.3항쟁을 알릴 수 있도록 제주 지역에 <지슬>을 연중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고혁진 프로듀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도청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며 "관객이 계속 늘어나면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슬>이 5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이지만 오롯이 온종일 상영되는 극장은 배급사가 운영하는 씨네코드 선재와 제주지역 상영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상영관은 교차 상영을 하고 있다. 지방의 한 관객은 "<지슬>을 보려고 2시간을 달려갔다"면서 "상영관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슬>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4.3항쟁 65주년 위령제에 대통령의 참석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중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대통령이 억울하게 희생된 4.3 영령에게 직접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오멸 감독은 "박근혜 대통령이 4·3 국가기념일 지정을 약속했는데, 조금 더 나아가 진상규명과 지역민에 대한 명예회복까지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정권을 차지한 사람으로서 약속대로 실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슬 자파리필름 4.3 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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