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콰르텟>  포스터

▲ 영화 <콰르텟> 포스터 ⓒ (주)영화사 백두대간

* 이 기사에는 영화 줄거리가 들어있습니다.

아무리 날리던 음악가들이라도 이제 누구는 지팡이 없이 걷지 못하고, 또 누구는 휠체어에 앉아있다. 남의 말을 도통 알아듣지 못하면서 엉뚱한 소리를 해대고, 식당의 창가 자리를 놓고 싸우질 않나, 살구잼을 주니 안 주니 하며 불평을 터뜨린다. 역시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 

은퇴한 음악가들의 집인 '비첨하우스'에는 늘 음악이 흐른다. 비록 피아노 음정이 불안하고, 클라리넷 불기에 숨이차고, 고음이 올라가지 않지만 그래도 모여 앉으면 늘 함께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화음을 맞춘다. 먹고 살 걱정만 없다면 은퇴 음악가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평균 연령 80세가 넘을 것 같은 은퇴 음악가들은 운영난에 봉착한 비첨하우스를 지키기 위해 올해도 어김 없이 콘서트를 열어 후원금을 모을 계획이다. 다들 한창 연습 중인데 마침 전설의 오페라 4인방 중 마지막 한 명인 세계적인 소프라노 '진'이 입주한다.

이미 입주해 살고 있던 나머지 3인방은, 과거에 진과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상처만 입은 채 헤어지고 만 테너 '레지',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알토 '씨씨',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베이스 '윌프'다.

오래 전 넷이 함께 불렀던 오페라 '리골레토'에 나오는 '콰르텟(quartet, 4중창)'을 함께 부르기로 하지만 까칠한 진은 단칼에 거절한다. 오래도록 해결하지 못한 채 품고 있던 레지에 대한 미안함과 제대로 부를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섞여있다.

영화는 요양원에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노래와 연주, 그들의 일상, 네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 갈등을 잘 섞어가며 우리를 아름다운 음악과 노년의 삶 속으로 데려간다.

비첨하우스의 정원과 주변 산책길 풍경은 가을인듯 마른 잎과 은은한 단풍이 넘쳐난다. 꽃인듯, 아니 오히려 꽃보다 깊은 빛을 띄며 탄성을 자아내는데, 그 위를 흐르는 음악은 노인들의 삶이 얹혀있어서일까. 잔잔하면서도 그 떨림이 가슴 저 안쪽에 와닿는다. 

영화 <콰르텟>의 한 장면  주인공 할머니와 할아버지 네 명

▲ 영화 <콰르텟>의 한 장면 주인공 할머니와 할아버지 네 명 ⓒ (주)영화사 백두대간


노인들의 소소한 일상에 젊은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고, 여고동창생으로 보이는 60대 후반의 여성들은 나란히 앉아 '맞다'며 공감의 웃음 소리를 낸다.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노인들의 웃음, 투정, 질투, 허세, 엄살은 때로 우습고 어이없기도 하겠지만 희로애락이야 나이 불문인 법. 감정은 아직 살아있음의 증거이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영화는 해피엔딩. 비록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해도 성공적인 공연과 다시 시작하는 사랑은 행복하다. '오래 오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것만이 해피엔딩은 아니지 않겠는가. 그래서 노년의 우정과 사랑과 웃음은 그리도 아름다운가보다. '우리 나이에?'라는 질문이 무색한 까닭이기도 하다.  

몇 명의 배우를 제외하고 영화 속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두 영국의 뛰어난 음악가들이라고 하는데, 엔딩 크레딧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사람씩 이름과 함께 영화 속 모습과 젊은 시절의 흑백사진이 나란히 나오는데 그들도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때아닌 깨달음에 가슴이 뭉클하다.

멋진 클래식 선율만으로도 행복한 한 때를 보낼 수 있는 영화. 노년의 삶을 보며 우리들 나이 듦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짭짤한 덤이다. 아니, 분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영화 <콰르텟 Quartet (영국, 2012)> (감독 : 더스틴 호프만 / 출연 : 매기 스미스, 빌리 코놀리, 톰 커트니, 폴린 콜린스 등)
콰르텟 노인 양로원 요양원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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