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도착하는 김재철 MBC사장 김재철 MBC사장이 26일 오전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논의될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26일 오전 방문진 사무실에 도착하는 김재철 MBC사장. ⓒ 권우성


길고 긴 3년이었다. 2010년 출범했던 '김재철 MBC 사장 체제'가 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26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문환, 이하 방문진)는 이사회를 열고 김재철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했다. 방문진에서 그의 해임안을 놓고 표결을 벌인 것은 이번이 네 번째. 지난 22일 방문진과의 사전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계열사와 자회사 인선안을 공지한 것이 이유가 됐다. 그동안 야당 추천 이사들만이 그의 해임안 처리를 강력히 요구했던 반면, 이번에는 여당 추천 이사들도 해임안 발의에 참여해 해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다.

'김재철 라이징', 3년간의 '칼바람'이 시작되다

기자 출신인 김재철은 보도제작국장을 거쳐 2005년 울산 MBC 사장으로 선임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8년 최문순 당시 사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물러나자, 김재철은 사장 자리에 응모했다.

그러나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 노조)는 '정치권에 줄 댄 사장후보는 절대 안 된다'는 성명을 통해 김재철의 사장 후보 퇴진을 촉구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그의 오랜 친분이 문제가 된 것이다. 대학 동문인 이 전 대통령과 김재철은 1996년 각각 초선 의원과 국회 출입 기자 신분으로 만나 급격히 가까워졌다.

"복수의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K씨(김재철)가 MBC 사장이 되어야 한다고 발언했던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그가 사장이 된다면 MBC는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던 부끄러운 과거로 되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시 MBC 노조 성명 중)

그 결과 방문진 이사회는 엄기영 전 <뉴스데스크> 앵커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재철은 울산 MBC 사장에서 청주 MBC 사장으로 전보됐다. 그러나 2010년 2월 엄기영 당시 사장이 MBC 이사 선임 과정을 둘러싸고 방문진과 갈등을 빚은 끝에 사장직을 내려놓는다. 김재철이 다시 사장직에 응모한 것은 이때다. 방문진 역시 그를 최종 후보 3인에 올리고, 바로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때부터 MBC 노조와 김재철의 악연은 시작됐다. '낙하산 인사'라는 것을 이유로 MBC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같은 해 3월 김우룡 당시 방문진 이사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선안을 놓고 "'큰집'이 (김재철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 밝힌 것도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뒤이어 간판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 PD수첩 >에 대한 계속되는 탄압, 지역 MBC 통폐합 문제로 MBC 노조는 2010년 4월부터 39일간의 총파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근행 당시 MBC 노조위원장은 해고됐고, 그를 포함한 40여 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같은 해 8월에도 4대강 사업을 다룬 < PD수첩 >이 불방되면서 대내외적으로 잡음을 빚었다.

 MBC노조 파업 첫날인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로비에서 열린 노조파업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MBC 노조는 2012년 1월 30일 170일간의 장기 파업에 들어간다. ⓒ 이정민


170일 파업·200여 명 중징계·195억 원대 소송…김재철이 남긴 것

그럼에도 김재철은 2011년 2월 임기가 끝나자 방문진으로부터 사장으로 재선임됐다. 이후 '칼바람'은 그 기세를 더해갔다. < PD수첩 > 제작진은 업무와는 상관없는 곳으로 전보조치됐고, 지역 MBC의 강제 통폐합은 착착 진행됐다. 2011년 5월에는 MBC 라디오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개그맨 김미화가 "김재철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며 물러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로도 갈등은 계속됐지만, 크게 불거진 것은 2012년 1월의 일이다. MBC 기자회의 제작거부 투쟁을 시작으로, MBC 노조 총파업이 시작된 것. 김재철의 법인카드 사용 논란 등이 불거진 것도 이때다. 하지만 170일 간의 투쟁 끝에, 눈 내리는 1월 시작됐던 총파업은 한여름에 일단락됐다.

'상흔'은 깊이 패였다. 알려진 대로 파업에 참여한 이들을 향한 '보복성 징계'가 줄을 이었다. MBC 사측이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195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기록도 세웠다. 김재철 체제 하의 3년 동안 MBC에서 해고된 이는 10여 명에 이르며, 정직을 비롯한 징계를 당한 사람들은 200명을 훌쩍 넘는다. 이 과정에서 최일구 전 <뉴스데스크> 앵커와 오상진 아나운서는 스스로 사표를 내고 MBC를 떠났다.

한편 이 같은 징계로 시청자에게 익숙한 많은 얼굴들이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췄지만 '희망의 불씨'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월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장재윤)는 MBC 노조 소속 김완태·박경추·최율미·허일후 아나운서, 김수진·박준우·연보흠·왕종명·이용주 기자 등 65명이 MBC를 상대로 낸 '전보발령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며 이들의 업무 복귀에 청신호를 올렸다.

김재철 해임 방문진 MBC 김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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