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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코리아연구원(사)과 함께 새롭게 출범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대외정책을 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코리아연구원(사)은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부문에서 정책대안과 국가전략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씽크탱크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서보혁 교수의 글을 올립니다. [편집자말]
유엔은 현지 시간으로 7일 오전 10시 5분(한국시간 8일 새벽 0시 5분)께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유엔은 현지 시간으로 7일 오전 10시 5분(한국시간 8일 새벽 0시 5분)께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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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아침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52 폭격기 한 대가 한반도 상공에서 네 시간 비행하고 괌으로 되돌아갔다. 정오를 전후로 강원도 영월 소재 사격장에서 폭격 훈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52는 지난 8일에도 앤더슨 기지에서 출격해 한반도에서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미국과 한국의 국방 당국이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역시 관심은 B-52라는 놈이다.

인터넷에 'B-52'를 검색하면 이 폭격기가 어떤 성능을 가진 무기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고 한국전쟁에 참여한 B-29 전폭기를 잇는 B-52는 재래식무기와 핵무기를 탑재하고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혹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목표 지점을 타격하거나 투하할 수 있는 세계 최장수 폭격기로 평가된다. 전략폭격기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함께 핵 공격을 할 수 있다.

이번 키리졸브 훈련 기간 중 B-52를 한반도에 출현시킨 것도 이런 능력을 과시해 북한에 오판을 삼갈 것을 촉구하는 성격이 짙다. 한국과 미국의 국방 당국 고위인사들은 입을 모아 이 같은 뜻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아시아 4개국 순방 중 한국에 들른 애쉬턴 카터 미 국방부 부장관은 18일 윤병세 신임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나 "미국의 핵우산 지속 제공 등 대한방위 공약은 전혀 흔들림이 없을 것(undiminished)"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같은 말을 다음 날 했다.

한반도 상공에 나타난 B-52... '핵 공격'이 가능한 폭격기

한미 간 사전 조율에 의한 B-52의 출격 및 그 공개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에 따른 다자 제재에 추가하는 한미 간 독자 제재의 의미가 곁들여진다. 북한이 취한 휴전협정 파기 선언, 휴전선 및 서해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에 맞대응하는 성격은 물론이다. 거기에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후 제재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양다리 외교를 취하는 중국에 대한 압박의 의미도 덧붙일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안보당국의 정치적 입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부 언론은 B-52를 이용한 미국의 대한 핵우산 공약 과시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지난 15일 발표한 요격미사일 증강 계획을 뒷받침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일석이조. 한국 국방당국은 이명박 정부 말기 타당성 검토 부실로 중단된 14조 원 규모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재추진할 명분을 얻은 셈이다. 이것이 한미 안보족이 B-52를 호명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하는 '과감한 추측(bold conjecture)'이다.

한편, 북한은 긴장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린 후 미국이 대화에 들어서도록 강제해 협상에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 같다. 더구나 휴전협정 체결 60주년을 기해, 또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재)출범 첫 해에 대화를 탐색하려는 것 같다.

1990년대 상반기, 1차 북핵위기 국면에서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선언과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 등으로 북미 고위급회담을 갖고 제네바 합의에 이른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그런 전략에 이제 한국과 미국이 익숙해져 있고, 그것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전략의 배경이 되었다.

지난 1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087호가 채택되었다. 그에 대해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앞으로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핵보유 능력 강화를 바탕으로 북미대화에 나설 뜻을 내비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미의 '선 핵포기 요구', 북 핵무장 강화 시간 벌어주는 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미국대사관앞에서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북핵 포기' '미국 적대정책 포기'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실현' 등을 촉구하고 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미국대사관앞에서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북핵 포기' '미국 적대정책 포기'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실현' 등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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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작년 말 장거리로켓 발사,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2월 12일 3차 핵실험, 2월 16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생일을 전후로 대규모 군중대회를 벌이며 체제결속을 벌여왔다. 앞으로 4월 15일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을 이용해 체제결속 이벤트를 지속해나갈 것이다.

이때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를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는 만능의 보검"으로 의미 부여하며 군사주의 문화를 재생산해나갈 것이다. 북한은 또 한국과 미국 등의 핵포기 요구에 박근혜 대통령을 간접 비난하는 한편,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고 그 누구에게 손을 내미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했다. 휴전체제 이후 한반도 긴장은 남북한의 분단정권과 미국의 공명에 의해 만들어져왔다.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선 핵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9·19 공동성명을 함께 발표한 당사국들이 동시행동 원칙을 저버리고 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리동일 차석대사는 18일 "최대 핵보유 국가의 핵 선제 타격 정책 지속이 결국에는 더 많은 핵보유 국가를 낳게 될 것임을 우리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선 핵포기 요구는 그 실효성이 극히 의문시 될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무장 능력을 강화시킬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다. 관여(engagement)를 하지 않고 '인내'하고 압박하기 때문이다. 관여할 능력이 없어서? 관여하다 실패할 경우가 두려워? 아니면 다른 목적?

키리졸브훈련, 독수리훈련, 천안함 사건 3주년, 김일성 생일 그리고 5월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 등 일련의 일정으로 한반도의 봄은 긴장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문제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거론하며 그것 때문에 미 서부해안의 미사일 방어 체제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신뢰 프로세스를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 '상호주의'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후퇴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의 여파가 커 보인다. 물론 3차 핵실험을 예상하지 못해 제재를 주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추가 핵실험이 예상됐고, 북핵문제가 단기적 사안이 아닌 점에서 대화를 병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문제이다.

급기야 박 대통령은 어제(19일) 7대 종단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며 선 핵포기, 후 신뢰프로세스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처 의지를 표명하면서 "지금이라도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길로 나온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가동해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신뢰 프로세스는 단호한 대처와 동시에 제시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포기 후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뢰' 프로세스가 불신을 걷어내는 동력이 아니라 그 포로가 된 셈이다. 한반도에서 신뢰구축은 일방적으로 불가능할 뿐 더러 조건부로도 불가능하다. 동시에 가능하다. 그 유명한 상호주의!

금년 봄 차악의 시나리오. 5월로 예상되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B-52 출격을 평가하며 필요시 그놈을 다시 호명할 수도 있다고 하며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과시하는 것. 그러면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선물해야 하나? 차선의 시나리오는 그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는 한편 북한에 양자 및 다자회담을 제의하는 것. 최악의 시나리오는? 따스한 들판에 꽃구경 하러 나간 남북의 시민들이 비상사태에 직면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 금강산에 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서보혁 기자는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이면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입니다.



태그:#신뢰프로세스, #B-52, #키리졸브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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