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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30대 초반의 남자 주인상(가명)입니다. 사랑스런 아내와 딸이 기다리던 행복한 가정이 요즘은 지옥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이른바 '매 맞는 남편'이 되었거든요. 

아내는 제게 친절한 여자였습니다. 다만 제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유독 싫어했는데요, 제가 좋아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2년 전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는 부쩍 심해지더군요. 제가 조금이라도 늦게 퇴근하면 핸드폰을 뒤지거나 무얼 했는지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만나는 여자를 대라고 추궁하거나 저를 때리는 일도 많아졌어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가 바람 피운다고 의심을 하는 겁니다. 그래도 이해하고 잘 지내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아내는 제 직장까지 찾아오더군요. 사무실에서 소란을 부리고 제게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하기가 예사입니다. 심지어 애먼 여직원들에게까지 "조심하라"고 경고하더라고요. 결국 전 직장을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아내를 달래도 보고 사정도 해봤지만 이젠 아내와 더 이상 살 수가 없군요. 이혼과 함께 아내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려고 하는데 남자인 저도 받을 수 있을까요.

서울가정법원 청사
 서울가정법원 청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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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구속'. 어느 대중가요 제목입니다. 아마도 사랑을 달리 일컫는 표현일 텐데요, 연인을 위해 아름답게 구속되기를 자처하는 건 자유입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에서 부부 사이의 사랑은 구속이나 집착과는 다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배우자를 묶어두려 해서는 안 됩니다. 정도가 지나치면 의부증이나 의처증이 되고, 이혼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주인상씨의 아내처럼 정도가 심하다면 위자료 책임을 지게 됩니다.

먼저 위자료의 의미부터 파악해봅니다. 위자(慰藉)란 사전적 의미로 '위로하고 도와준다'는 뜻입니다. 법에서는 무얼 위로하고 도와준다는 걸까요. 배우자가 폭행이나 무시·배신을 했을 때, 혹은 외도나 무단가출 등으로 부부로서 의무를 저버렸을 때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혼까지 되면 정신적 피해는 막심하지요. 예컨대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을 한 경우처럼 정신적 손해를 입었을 경우에 이를 배상하고 위로하기 위한 금전이 위자료입니다.

위자료는 혼인관계의 파탄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유책배우자)에게 상대방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내에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위자료 청구도 이혼과 동시에 또는 적어도 이혼 후 3년 내에 이뤄져야 합니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가셨다면 위자료와 관련,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사항 몇 가지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지요.  

위자료와 관한 오해와 진실 4가지

1.  위자료는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돈이다?
위자료는 이혼하면서 남편이 아내에게 주는 돈일까요. 아닙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파경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남성이건, 여성이건 가리지 않고 위자료 책임을 집니다. 이런 착각이 왜 생길까요. 남편의 잘못으로 이혼하는 사례가 그 반대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2. 위자료는 이혼을 먼저 제의한 쪽이 부담한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입니다. 물론 당사자끼리 합의하여 이혼을 제의한 쪽이 이혼 합의금 등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이것을 순수한 의미의 위자료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위자료는 이혼을 먼저 제의한 쪽이 아니라 가정을 깬 쪽이 부담합니다.    

3. 위자료는 제3자에게 청구할 수도 있다?
위자료는 유책배우자에게 청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혼의 원인을 제공한 쪽이 제3자라면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장인, 장모, 시부모 등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학대, 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했을 때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배우자의 외도 때문에 이혼했을 때는 함께 바람 피운 상대방(상간자)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상간자도 남녀를 가리지 않습니다.

4. 잘못이 크다면 위자료는 달라는 대로 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위자료를 수억 원쯤 되는 거액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가정파탄에 잘못이 크다면 상대가 달라는대로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법원에서 인정되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일단 정신적 손해는 피해액을 돈으로 환산하기도 힘듭니다. 또한 부부가 기여도에 따라 재산을 공정하게 나누는 재산분할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위자료가 재산분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면 위자료 금액은 어떻게 정하게 될까요. 법원은 ▲ 이혼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 혼인파탄의 원인과 책임 ▲ 당사자의 재산상태 및 생활 정도 ▲ 나이와 직업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해서 직권으로 금액을 정합니다. 따라서 혼인파탄 책임이 클수록, 결혼기간이 길수록, 배우자가 돈이 많을수록 금액이 높게 산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 위자료는 1000만~5000만 원 정도

위자료에 대해서는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위자료는 부부관계를 깬 쪽이 문다. 위자료는 5000만 원을 넘기 힘들다.
 위자료에 대해서는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위자료는 부부관계를 깬 쪽이 문다. 위자료는 5000만 원을 넘기 힘들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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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위자료는 얼마나 될까요. 최근 판결들을 보면 위자료는 1000만~5000만 원이 대부분입니다. 상한선이 5000만 원이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그 이상도 있고, 그 이하도 있지만 특별한 사례에 속합니다. 이혼 재산분할로 수억~수십억 원의 재산을 받는 일은 가능하지만, 일반인들이 수억 원의 위자료를 챙기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단적인 예로 광주지방법원의 위자료 산정기준(2008년)을 보겠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기본 위자료 액수는 3000만 원입니다. 여기에 결혼생활이 30년 이상이면 50% 범위에서 가산하고, 반대로 1년 미만이면 그만큼 감액합니다. 또한 혼인파탄 책임이 클 경우 판사가 재량으로 금액을 높일 수 있고, 상대에게도 잘못이 있다면 과실 비율만큼만 인정하게 됩니다. 최대치를 뽑아도 위자료 5000만 원을 넘기 어렵습니다. 이런 기준은 법원이나 판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전국적으로 대동소이합니다.  

수도권에서 이혼재판을 하는 판사는 "개인적으로 2000만 원 선에서 위자료를 가감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이혼에서 어느 한쪽의 잘못이 명백하게 큰 경우가 적고, 재산이 많지 않은 당사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혼인파탄 책임이 명백한 경우 위자료 5000만 원을 인정한 사례도 있었다"고 이 판사는 밝혔습니다.

만일 이혼 책임이 부부 쌍방에 있을 때는 과실 비율을 따져서 금액을 정하게 됩니다. 양쪽이 동등하게 잘못이 있다면 위자료는 '0원'이 되기도 합니다. 위자료로 통상 인정되는 금액은 1000만~5000만 원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2000만~3000만 원 정도면 위자료 치고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잘 감이 오지 않는다고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볼까요.

결혼 전 교제하던 남성과 계속해서 문자를 주고 받고 모텔에 가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온 여성에 대해 법원은 위자료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함께 바람을 피운 남성은 남편에게 손해배상으로 1000만 원을 물어야 했습니다. 물론 비슷한 사례에서 2배 정도의 위자료가 인정되기도 했으니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소개할 두 가지 사례는 모두 남편에게 이혼책임이 있었고, 위자료 금액이 3000만 원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사례. 결혼생활 15년에 재산 3억 원 정도인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이 아내를 수 차례 폭행하여 입원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고, 남편은 '폭행이나 욕설을 하지 않고 외출에도 간섭하지 않는다'는 각서까지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야구방망이로 때리는 등 폭행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사례도 비슷합니다. 결혼 20년 된 부부에게 2억 원 정도의 재산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결혼 기간 내내 아내를 의심하여 바깥 출입을 제한했습니다. 아내가 조금이라도 늦는 날이면 심한 욕설과 함께 폭행을 했는데 이를 보다 못한 아들이 말리자 아들까지 때려서 중상을 입혔습니다. 이 때문에 아내는 아들과 함께 집을 나가서 이혼청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가 위자료로 3000만 원 정도를 받게 되는 사례입니다. 그러니까 누군가 위자료로 5000만 원을 받았다고 하면 배우자가 아주 큰 부정이나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해해도 됩니다. 위자료 5000만 원이 인정된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위자료 5000만 원 받은 사례, 어느 정도이기에...

[사례 1] A씨는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연상녀 B씨와 결혼했다. 결혼 10년째 되던 무렵 C씨(30대 여성)가 찾아오면서 불행은 시작됐다. A씨는 C씨를 사촌누나라고 소개하며 "사촌누나가 남편에게 폭행당해 갈 곳이 없으니 함께 살자"고 제안했고 B씨도 마지못해 승낙하면서 세 사람의 동거(?)는 시작됐다.

얼마 뒤 C씨가 남자 아이를 출산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B씨의 눈에는 아이가 A씨와 닮아보였다. 유전자검사를 해본 결과는 충격이었다. 아이는 A씨의 친자로 밝혀졌다. 결국 A씨는 사촌누나가 아닌 연상의 애인 C씨와 잠자리를 가져서 아이까지 낳았던 것이다.

[사례 2] 40대 남성 D씨는 술버릇이 심했다. 결혼생활 20년 중 절반가량을 새벽에 귀가하거나 외박하면서 보냈다. 다른 여성과 교제하다가 아내 E씨에게 적발된 적도 여러차례 있었다. 집에 들어와도 문제였다. 아내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는 일은 예사였고 아무데서나 용변을 보기도 했다. E씨는 "D씨를 더 이상 남편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법원을 찾았다. 

A씨와 D씨는 위자료 5000만 원을 물어줘야 했습니다. 두 사람은 재산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이 정도로 잘못했다면 배우자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위자료 5000만 원을 넘어서는 판결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수십 년간 배우자와 자식을 버리고 외도를 일삼았다거나, 배우자와 성접촉을 아예 거부하면서 동성(同性)과 아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사례에서 1억 원이 넘는 위자료를 인정한 판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극단적인 사례일 뿐입니다. 배우자가 수십억 원의 재산가가 아니라면 거액의 위자료는 꿈꾸지 않는 게 좋습니다.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위자료는 부부관계를 깬 쪽이 문다. 위자료는 5000만 원을 넘기 힘듭니다.

내연녀를 사촌누나로 속여 동거하고, 부적절한 관계로 아이까지 낳은 A씨는 위자료 5000만 원을 물어야 했습니다.
 내연녀를 사촌누나로 속여 동거하고, 부적절한 관계로 아이까지 낳은 A씨는 위자료 5000만 원을 물어야 했습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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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속의 주인상씨도 아내의 행동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으셨겠군요. 배우자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가정파탄의 원인이 됩니다. 이혼 사유가 될 수 있고, 더구나 폭행까지 있었다니 위자료 청구도 가능해 보입니다.

요즘 아내에게 폭행당하는 남편, 이른바 '매 맞는 남편'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폭행 정도가 심할 때는 '배우자의 부당한 대우'로 보아 이혼판결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폭행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아내가 불륜을 의심할 만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남편이 폭력을 행사한 사건에서 "설령 그와 같은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호간의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부부 관계에 있어서 폭력의 행사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남편의 폭행은 이혼사유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능사는 아닙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위자료가 인정되더라도 금액도 그리 크지는 않겠습니다. 이혼을 하더라도 위자료 청구보다는 아내와 아름답게 헤어지는 길, 앞으로 딸을 잘 키우는 길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생활법률책인 <생활법률 상식사전>과 <생활법률 해법사전>을 썼습니다.



태그:#이도남, #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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