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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솔로인 30대 남성입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연예인 이혼 기사가 자주 나오는데요. 그럴 땐 전 더욱 외로워집니다. 최근 인기를 끄는 피로회복제 광고를 빗댄다면 "부럽다, 결혼을 해야 이혼을 하지." 이런 심정이랄까요.

그런데 연예인들은 대부분 성격차이 때문에 갈라선다고들 하던데 그게 과연 진실일까요.  법적으로 성격차이만으로도 이혼할 수 있나요. 부부가 살기 싫으면 아무 이유라도 이혼할 수 있나요. 또 1년에 결혼하거나 이혼하는 커플은 얼마나 되며, 이혼 사유는 주로 어떤 건가요. 결혼도 안 해놓고 궁금증만 늘어나네요. 그래도 꼼꼼한 답변 부탁드려요. 

이혼 도와주는 남자, '이도남'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첫 인사 드립니다. 일단 제 소개부터 해야겠군요. 저는 '이도남'이라고 합니다. 정식 이름은 '제대로 이혼 도와주는 남자'인데, 줄여서 이도남으로 불러주십시오.

어딘가 모르게 귀에 익다고요? 그렇습니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방송 '이털남'(이슈 털어주는 남자)을 패러디했습니다. 인기에 묻어가려고요. 다만 저는 시사 이슈 대신 이혼과 결혼에 관한 법률상식과 정보를 소개하고 생생한 여러분의 사연을 눈높이에 맞춰 해결하고자 합니다.

제가 이혼을 도와주는 남자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이혼을 권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근엄한 표정으로 부부의 연을 강조하며 훈계를 늘어놓거나 주제 넘게 인생의 카운슬러 역할을 하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럴 자격도 없습니다. 저 역시 가장 노릇도 제대로 못하면서 결혼 15년을 버텨왔습니다. 아내에게 버림받지 않고 있는 걸 다행으로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왜 부부는 '원수'가 되어 갈라서야 하는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이혼을 고민하는 이두현(이선균 분)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이혼을 고민하는 이두현(이선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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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인 문제를 제대로 알고, 신중하게 고민한 뒤 이혼을 결정하자는 게 이 연재의 목적이라면 목적입니다. 저는 10년 넘게 법원에서 일하면서 서로 철천지 원수가 돼서 갈라지는 부부를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이였을텐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또 그 사이에서 어쩌지 못하고 방황하는 자녀들의 모습과 재산을 놓고 몇 년간 분쟁을 벌여야 하는 아름답지 못하는 광경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혼은 늘어나는데 이혼을 맞이할 준비는 너무 부족한데다 법률상식도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혼 후까지 생각하는 바람직한 문화를 만들자, 이게 제 주장입니다.  

이혼은 현실입니다. 나중에 통계를 언급하겠지만 하루에도 적지 않은 부부가 갈라섭니다.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테지요. 이혼은 더 이상 특별한 경험만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도덕과 가정의 평화를 강조하며 '백년해로'만이 살 길이라는 답을 내놓기 일쑤입니다. 아니면 다급한 처지에 놓인 당사자가 변호사를 찾아가 이혼 위자료로 얼마를 받을 수 있겠는지 의뢰를 하는 수준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사실 이혼을 고민하는 당사자들이 하소연할 곳이나 상담을 할 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기면 그냥 참고 살거나, 아니면 아예 원수가 되어 갈라서는 현상만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도남은 결혼이나 이혼과 관련된 법적 문제들, 이혼에 뒤따르는 재산문제, 자녀양육에 관한 고민들을 듣고 공감할 만한 내용들을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고자 합니다. 현실을 인정하되, 불가피하게 이혼할 때 따르는 법적인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자는 말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상담을 바탕으로 법전도 펼쳐보고, 판결문도 읽어보면서 함께 풀어가고자 합니다. 함께 해주실 거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한 해 이혼남·이혼녀는 20만 명... 이혼은 '현실'이다

2010년 통계청이 조사한 '우리나라 부부의 자화상'
 2010년 통계청이 조사한 '우리나라 부부의 자화상'
ⓒ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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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대 313.

무슨 수치일까요. 하루 결혼하는 부부와 이혼하는 부부의 숫자입니다. 2011년을 기준으로 보면 한 해에 32만9100쌍이 하나가 되었고, 반대로 11만4300쌍이 갈라섰습니다.

결혼을 먼저 봅시다. 남녀 모두 초혼은 전체 결혼 중 78.6%(25만8600건)이었고, 모두 재혼인 경우도 11.5%(3만7700건)나 되었습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이 31.9세, 여성이 29.1세입니다. 10년 전에 비해 남성은 2.4세, 여성은 2.3세 늘었는데 갈수록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제결혼이나 이혼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결혼이 2만9762건(전체 결혼 중 9.0%), 이혼이 1만1500건(전체 이혼 중 10.1%)이나 되었습니다. 

통계청이 가장 최근(7월 26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한 달간 1만 100쌍이 이혼을 했습니다. 1년으로 치면 20만 명 넘게 이혼남, 이혼녀가 되는 게 현실입니다. 이혼 건수, 결코 적지 않지요.

이혼 통계를 더 살펴볼까요. 결혼생활 9년 이내 이혼 건수가 45.9%(4년 이내 26.9%, 4~9년 사이 19.0%)로 전체 이혼 중 절반 가량이나 되는군요. 20년 이상 살다가 헤어진 부부도 24.8%나 되었습니다.

2010년 통계청이 조사한 '우리나라 부부의 자화상'에 따르면 결혼과 이혼을 바라보는 남녀의 시각차를 느낄 수 있습니다.(표 참조) "결혼을 해야 한다"는 설문에 기혼 남성 10명 중 8명이 '그렇다'고 답변한 반면, 기혼 여성은 65.2%만 동의했습니다. 또한 '이혼을 해서는 안된다'는 질문에는 남성 71.7%, 여성 58.6%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결혼이나 이혼에 관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군요. "결혼은 남성에게 남는 장사"라는 속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나 할까요.

이혼은 더 이상 특별한 경험이 아닙니다

쓰다보니 질문에 본격적인 답변을 하기도 전에 벌써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통계에서 보듯이 매일 3백 쌍, 한 해 10만 쌍 이상의 부부가 법적인 인연을 끊고 있습니다. 이혼은 더 이상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는 겁니다. 이걸 인정하면서 출발해야 합니다.

다음 호에는 질문에 마저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실제 이혼 사유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성격차 이혼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고, 또 법에 나오는 이혼 방식과 이혼 사유에는 어떤 게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앞으로는 좀 더 생생한 얘기, 좀 더 노골적인(?)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혼이 없는 이상사회를 꿈꾸며 그럼 이만.
  
여러분의 의견이나 고민을 듣습니다. 현재 이혼 문제로 고민 중이거나 부부생활과 관련된 궁금점, 그 밖에 이혼, 재산문제, 자녀 친권 등과 관련된 일로 고민하신다면 연락 주십시오. 결혼을 앞둔 남녀의 고민도 환영합니다. 단, 현재 소송 중인 사건은 사절합니다. 최대한 자세한 정보를 주셔야 답변에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의 비밀은 철저히 지켜드리겠습니다. 보내실 곳 : jundorapa@yahoo.co.kr


태그:#이혼, #이혼도와주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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