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에서 우승한 후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경기장을 돌며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3.3.17

한국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17일(한국시각)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에서 우승한 후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경기장을 돌며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개월의 공백도, 이해할 수 없었던 심판의 장난도 여왕의 왕관 탈환에는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돌아온 피겨여왕' 김연아는 17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8.34점을 획득하면서 총점 218.31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09년 LA세계 선수권 이후 4년 만에 월드챔피언 자리를 되찾은 김연아는 세계 피겨계에 여왕의 귀환을 확실히 선언했다. 한편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총점 196.47점으로 김연아, 캐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에 이어 3위에 그쳤다.

모든 것을 이룬 피겨여왕, 상대적으로 약했던 세계선수권대회

굳이 애국심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김연아는 세계 피겨 여자 싱글 부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현 올림픽 챔피언이기도 한 김연아는 통산 3회의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과 커리어 그랜드슬램(그랑프리 파이널, 4대륙 선수권, 세계 선수권, 올림픽 우승)을 달성했고 ISU 공인 여자 싱글 최고 기록 보유자(228.56)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연아는 노비스(초심자) 시절이던 지난 2002년부터 참가했던 28번의 국제대회에서 단 한 번도 3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일단 김연아가 출전만 했다 하면 시상대의 한 자리를 비워둬야 했다는 의미다.

그런 김연아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무대를 꼽자면 역시 세계선수권대회를 들 수 있다. 김연아는 시니어 데뷔 후 총 5번의 세계 선수권에 출전했지만 우승은 '고작' 한 번에 불과하다(물론 '약했다', '고작' 같은 수식어를 쓸 수 있는 것도 김연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니어 데뷔 시즌이었던 2007년에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1.95점으로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서 두 번이나 넘어지는 실수를 저지르며 동메달에 그쳤고 2008년에도 허리 통증을 참아가며 '진통제 투혼'을 펼쳤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김연아는 2009년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200점을 돌파하며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의 한을 풀고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통해 여자 피겨 싱글의 지존으로 등극한다. 이후 김연아는 올림픽 한 달 후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곧바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쇼트프로그램에서 7위에 그치는 생애 최악의 부진에 빠진다

하지만 김연아는 대인배답게 하루 만에 마음을 다잡고 다음날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 마오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건다(쇼트 말아 먹고 숙소에서 시리얼 말아 먹은 다음 곧바로 프리 1위를 차지했던 전설의 대회가 바로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다).

2010년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의 결별과 은퇴 여부를 놓고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연아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가했던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은메달을 따낸다. 그리고 전세계 피겨팬들을 목마르게 했던 1년 반에 걸친 여왕의 휴식기가 시작된다

우승보다 간절했던 여왕의 목표, 올림픽 티켓 3장 확보 '겹경사'

작년 7월 김연아가 2014년 소치 올림픽까지 현역 연장을 선언했을 때 팬들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역시 실전 감각이었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무뎌진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더없이 좋은 무대가 될 수 있었던 그랑프리 시리즈 출전을 포기했다.

물론 NRW 트로피, 한국 종합 선수권을 통해 실전을 치렀지만 김연아의 경쟁자들이 거의 참가하지 않는 대회였기에 우려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김연아는 2013년 런던 세계 선수권 대회를 통해 살아있는 전설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5일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스핀 실수와 석연치 않은 롱에지 판정으로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69.97점을 받았지만 2위인 캐롤리나 코스트너와는 3점 이상 차이를 벌리며 여유 있는 1위를 차지했다.

국제대회 참가 경력이 없어 3그룹 3번째(전체 35명중 14번째)에 배정받았지만 여왕의 연기는 여느 때와 같이 우아했고 안정감이 넘쳤다. 비록 판정은 실망스러웠지만 캐나다 관중들은 김연아의 연기가 끝났을 때 기립박수를 보내며 여왕의 귀환을 함께 기뻐했다.

김연아는 17일 열린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레 미제라블에 맞춰 강렬한 연기를 펼치며 148.34점을 받아 총점 218.31점으로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지난 2009년 LA세계 선수권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월드 챔피언십을 차지하는 순간이다.

국내외 많은 언론들은 '여왕의 귀환'이나 '소치 금도 예약' 같은 문구로 김연아의 화려한 컴백을 알리고 있지만 정작 김연아의 이번 대회 목표는 금메달 같은 개인의 명예 회복이 아니었다.

김연아는 대회를 앞두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후배들에게 올림픽 무대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이번 대회 가장 큰 목표라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김연아가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한국은 내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김연아를 포함해 총 3명의 선수를 여자 싱글 종목에 출전시킬 수 있다.

1년 반의 짧지 않은 공백기 후 가진 첫 메이저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 3장을 따낸 김연아. 억지로 미워하려 해도 도무지 미워할 구석 하나 찾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피겨여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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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피겨여왕 세계선수권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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