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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코리아연구원(사)과 함께 새롭게 출범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대외정책을 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코리아연구원(사)은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부문에서 정책대안과 국가전략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씽크탱크입니다. 네 번째 순서로 고려대학교 러시아CIS 연구소 윤성학 연구교수가 북한 3차 핵실험이 벌어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분석하는 글을 올립니다. [편집자말]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 실험에 대한 러시아의 첫 반응은 분노였다. 푸틴 대통령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는 비외교적인 강경한 발언을 하였으며 메드베데프 총리는 국제법을 위반한 행동으로 비난하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러시아는 북핵 문제에 대한 무력 개입을 반대하고 6자회담 재개라는 기존의 유화적인 자세로 복귀하였지만 물 밑으로는 여전히 초기의 분노감을 감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

푸틴이 북한에 대해 분노를 표시한 이유

러시아가 북한의 핵 실험 재개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 이유는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북한 핵 실험을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였는데, 결과적으로 공약(空約)이 되어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북한 경유 가스관 사업과 철도연결 사업 등 남한과 북한, 러시아 간의 협력 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자"고 제안하였고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러시아가 북한 핵실험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한껏 과시하였다.

실제 러시아는 북한 핵 실험을 중단시키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채널을 동원하여 설득하였고, 북한을 달래기 위해 대러시아 채무 탕감, '나진-핫산' 철도 연결, 그리고 중국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였다. 러시아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체제 생존을 위해 핵 실험을 강행하였는데, 자존심 강한 푸틴의 성격상 향후 북러 관계는 순탄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러시아가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이처럼 적극적인 이유는 푸틴 3기 정부의 정책적 과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12년 대선에서 세 번째로 당선된 푸틴은 정책적 과제로 경제 현대화와 '강한 러시아(Strong Russia)', '신동방정책(New East Asia policy)' 등을 제시하였다.

러시아의 야망

한국과 동북아 국가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극동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고자 하는 신동방정책이다. 푸틴은 2012년 12월 12일 국정연설에서 "21세기 러시아 발전의 방향은 동쪽을 향하고 있다. 시베리아와 극동은 우리의 거대한 잠재력이며 이 잠재력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가 합당한 지위를 차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푸틴은 극동지역 개발에 국가적 노력을 경주하고 이를 통해 '러시아의 동아시아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에 복귀하려고 하고 있지만 지난 20년 동안 이 지역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실질적인 패권국가로 등장하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력과 소프트파워는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체제생존을 위해 핵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질적으로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많은 제약점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아시아라는 공통의 역사적 유산을 갖고 있지 않으며 지나치게 넓은 영토에 낮은 인구밀도로 경제교류에서 소외되고 있는 가운데, 자원 개발과 수출이라는 낮은 수준의 경제적 이해만 갖고 있다. 러시아는 90년대부터 동북아에서 국제협력의 다자 틀에 참여하고 있지만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과의 조정을 통한 영향력 행사에 머무르고 있으며, 북한도 러시아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삼고 있다.

한국경제의 신성장 동력은?

러시아는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회복하고 경제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가장 높일 수 있는 국가로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한국을 보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기술력과 경영 능력, 자본을 갖고 있으며, 반대로 한국은 러시아의 자원과 원천 기술, 그리고 물류 시스템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러시아는 가스관 연결, 대륙철도연결 사업, 전력망 연결사업 등 메가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파트너 국가로 간주된다.

이러한 한러관계 발전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북한이다. 러시아는 극동의 전략적 가치(자원 공급, 유라시아 교통망) 극대화에 가장 큰 장애 요소로 북한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의 개혁 및 개방을 적극 촉구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는 종잡을 수 없고 예측과 통제가 어려운 북한체제보다는 경제적으로 러시아와의 협력 시너지가 높은 '통일한국'을 훨씬 매력적인 카드로 보고 있다. 북한의 급변, 혹은 이상 사태가 발발할 시 러시아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한국의 북한 통일에 대해 가장 적극 지원할 의사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리스크로 한러관계 발전이 제약되어 있는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는 극동지역에서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 발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일본의 이토추상사와 석유자원개발(JAPEX) 등과 함께 블라디보스톡에 대규모 LNG기지를 건설하는 등 다양한 에너지 협력 사업을 확정한 가운데 최근 중국과도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천연가스공급 계획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있다.

러시아는 3월 예정된 중국의 시진핑 총서기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러시아 가스의 중국 공급을 확정지으려고 하고 있다. 러시아는 PNG를 통해 매년 총 680억㎥ 가스를 30년 동안 중국에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중국과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동안 한국은 북한리스크 때문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11월 한-러 정상은 남북러 가스관 사업의 로드맵에 대해 포괄적으로 합의하고 2013년 9월부터는 본격적인 가스관 공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로 한러 양국은 이 사업을 제대로 착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반적으로 한국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은 지속적으로 신장되어 왔지만 양국의 잠재력과 지정학적 위치,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에 비추어 볼 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의 대러시아 무역은 약 200억 달러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한러 교역의 대부분은 사할린 석유와 LNG 수출과 관련되어 있어 교역 구조와 폭이 일방적이며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다. 또한 한국의 대러시아 투자는 2012년 기준으로 누계액 약 20억 달러로 전체 해외투자의 0.9%에 지나지 않으며, 러시아의 대한국 투자는 약 5천만 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한 대 러시아 외교

한국이 극동지역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관계 및 통일 방안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제시했고, 취임사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에 보다 강력한 제재와 함께 신뢰를 점차적으로 쌓아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관계의 외교적 방안은 대화와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오도록 하자는 것인데, 이러한 전략이 확실하고 빠른 진전을 얻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을 매개로 한 삼각협력 방안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규모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남북러 협력 사업은 북한 문제를 풀어 나가는 실질적인 신뢰 프로세스를 제공할 것이다. 남북한이 러시아를 매개로 한 상호 교류협력을 진행한다면 이는 곧 북한을 자연스럽게 개혁과 개방정책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 기반 확보와 평화공존의 새 틀을 제공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윤성학 기자는 고려대학교 러시아CIS 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태그:#러시아 대북정책, #푸틴 북한핵실험, #러시아 동아시아 복귀, #러시아 가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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