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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현재, 한국에서는 '위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안으로 '마을공동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선언하고, 밀고, 짓는 토건국가'가 아닌, '소통하면서 서로를 살리는 마을을 만드는 돌봄사회'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기획은 이러한 생각에 공감하면서 지난해 8월 시작됐습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한국 도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생생하게 조명하면서, '마을공동체가 희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마을의 귀환' 기획팀은 <오마이뉴스> 창간 13주년을 맞아 민관이 협력해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는 영국식 마을공동체 만들기 모델을 찾아갑니다. [편집자말]
[특별취재팀: 글 홍현진·강민수 / 사진 유성호]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서 열린 축제에 수많은 시민과 주민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HCD는 주민과 함께 지역 발전과 문화 재생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서 열린 축제에 수많은 시민과 주민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HCD는 주민과 함께 지역 발전과 문화 재생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HCD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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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 오전(현지 시각), 취재진이 찾아간 런던 동북부 해크니(Hackney) 자치구의 달스턴(Dalston) 지역. 지난주 찾아간 브릭스톤 지역처럼, 달스턴 역 인근에서도 다양한 인종의 이민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곳은 2006년 영국 지상파 방송인 '채널 4' 조사 결과 영국 전체에서 가장 살기 나쁜 곳 1위, 런던 내 강도 사건 발생률 1위를 기록한 지역이다.

역에서 5분쯤 걷자 널찍한 광장이 펼쳐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 폐막 행사가 진행됐던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다. 광장 한쪽에는 환전소, 컴퓨터 수리점, 아프리카·카리브해식 음식점, 음반 가게 등 10여 개의 작은 상점이 늘어서 있다.

카페 불타버린 에티오피아 이주민에게 찾아온 재기의 기회

18일 오전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샘(Sam)이 옆집 카페 주인인 마르코스(Marcos)의 머리카락을 깎고 있다.
 18일 오전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샘(Sam)이 옆집 카페 주인인 마르코스(Marcos)의 머리카락을 깎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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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마르코스(Marcos)가 커피를 손님에게 건네주고 있다.
 18일 오전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마르코스(Marcos)가 커피를 손님에게 건네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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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시카코 바버(Chicago Barber)'라고 적힌 이발소에 2명의 흑인이 보였다. 3평 남짓한 공간에 거울,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의자가 놓인 평범한 이발소 풍경. 'Chicago Barber'라는 가게 이름만 보고는 '미국 시카고 출신의 이발사가 주인인가' 할 수 있지만, 이곳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샘(Sam·35)이 운영하는 이발소다. '왜 이발소 이름에 시카고가 들어가냐'고 묻자, 샘이 익살스럽게 답한다.

"'시카고'라는 이름은 아무 데나 붙여도 잘 어울리거든요."

샘은 영국에 온 지 18년이 됐다. 이곳에서 이발소를 운영한 지는 10년. 그는 "10년간 이 지역에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여름에 카니발도 하고, 페스티벌도 하고.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샘이 머리를 잘라주고 있는 사람은 옆 가게 카페 주인 마르코스(Marcos·36). 마르코스는 에티오피아 출신이다. 태어났을 때 성경책을 아무데나 펼쳐서 나온 이름이 성직자 '마르코스'여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단다.

마르코스가 운영하는 카페의 이름은 '카파 카페(Kaffa Cafe)'. 'Kaffa'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한 지명으로, 원두커피 원산지로 유명하다. 커피라는 말도 'Kaffa'에서 나왔다. 카파 카페의 모든 원두는 마르코스의 고향 에티오피아에서 직수입해온다. 그야말로 '공정무역'이다. 그는 원두를 보여주며 "영국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마르코스가 건넨 커피는 영국에서 1주일 동안 취재하며 마신 많은 커피 중 가장 신선하고 부드러웠다. 

마르코스의 카페는 원래 런던 남부의 캠든 시장(Camden Market)에 있었다. 그런데 마르코스에게 큰 재앙이 닥쳤다. 5년 전, 시장에 큰 불이 나면서 가게를 잃게 된 것이다. 그런 그에게 달스턴 가판은 새로운 기회였다. 마르코스는 "비슷한 크기의 공간에 캠든 시장 월세는 1200파운드였지만, 이곳은 500파운드"라면서 "창문이 3개에서 1개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저렴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영화 같은 마르코스의 삶은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된다. 달스턴 지역의 영상 단체인 'I OWE YOUTH'가 지역 사람들에게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투자방식)'을 받아, 한 이주민이 달스턴에 정착하게 된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두 이민자가 시장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월세로 가게를 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바로 이 두 가게가 위치한 건물 옆에 자리잡은 해크니 협동조합 개발회사(HCD(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s))에 있다.

반값도 안 되는 월세, 컨설팅·홍보까지 해주는 '착한' 임대업자

18일 오전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 위치한 HCD(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s) 건물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HCD는 협동조합과 지역 소기업, 가게들을 지원하고 경제활동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8일 오전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 위치한 HCD(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s) 건물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HCD는 협동조합과 지역 소기업, 가게들을 지원하고 경제활동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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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 위치한 HCD(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s) 사무실에서 도미니크(Dominic) 캠페인 디렉터가 HCD의 지원으로 창업에 성공한 가게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18일 오전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 위치한 HCD(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s) 사무실에서 도미니크(Dominic) 캠페인 디렉터가 HCD의 지원으로 창업에 성공한 가게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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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D는 두 사람에게 가판을 빌려준 임대업자다. 임대업자라고 하면 흔히 '월세 올려 달라', '재개발 할테니 건물 비우라'고 계고장을 부치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지만, HCD는 다르다. 시장 가격의 절반에 세를 주고 컨설팅과 홍보까지 해준다. 이 '착한 임대업자', HCD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판 인근에 있는 HCD의 사무실에서 캠페인 디렉터 도미니크 엘리슨(Dominic Ellison)을 만났다. 그는 HCD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2차 세계대전 후 해크니에는 많은 폭탄이 떨어졌어요. 대부분의 건물이 붕괴돼 폐허로 변한 이 지역에 스쿼터(Squatter, 빈 건물을 무단으로 점유하는 사람들)들이 들어와서 소유권이 불분명한 땅들을 점유했어요. 그리고는 1979년 '주거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이 지역에서 하나의 세력을 형성했어요. 주거협동조합들이 연합체를 이룬 게 바로 HCD의 시작이에요."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생기자 스쿼터들은 달스턴을 빠져나갔다. 구청이 빈 공간을 소유했지만 쓸데가 없었다. 구청은 현재 HCD가 쓰고 있는 3층 건물을 HCD에 임대해줬다. 그 대가는 통후추 한 알, 임대기간은 100년이었다. 이러한 방식의 계약은 '통후추 임대(Peppercorn rent)'라고 불리는데, '매우 작은 지불', '값싼 임대료'를 뜻한다.

"옛날부터 땅은 놀게 하면 안 됐어요. 그래서 땅 부자들은 소작인에게 통후추 한 알만 받고 '내 땅에 뭐라도 심으라'며 농사지을 땅을 줬죠. 구청과 우리가 그걸 한 거예요."

통후추 한 알로 사업을 시작한 HCD는 현재 달스턴 지역 내 80여 개의 사무실과 상점, 바(Bar) 또는 클럽, 작업실을 임대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부 건물은 구청으로부터 자산이전(Asset Transfer)을 받거나 싸게 사들였고, 임대료로 얻은 수익금으로 매입한 건물도 있다. HCD의 현재 자산은 650만 파운드(2월 28일 외환은행 고시 기준, 약 107억)에 이른다.

HCD는 공동체 이익회사(Community Interest Company, CIC)로 등록되어있다. HCD는 취재진이 지난주 다녀왔던 또 다른 CIC, 웸블리(Wembley) '민와일 스페이스(Meanwhile Space)'처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에셋 메니지먼트(Asset Management)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에셋 메니지먼트는 마을만들기 사업체가 정부, 지자체의 자산을 장기간 빌려 커뮤니티 활동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기업인 만큼, HCD는 일반 개발회사와는 다른 임대원칙을 갖고 있다. ▲ 협동조합 혹은 사회적 기업 ▲ 자선단체 ▲ 달스턴에 문화를 제공할 수 있는 단체 ▲ 소수민족이 참여하는 기업 ▲ 여성 사업가 ▲ 장애인 사업가 ▲ 글로벌 기업이 아닌 해크니 사람들이 소유한 기업에 빌려준다는 것이다.

"세입자를 뽑을 때, 사회적 가치 혹은 커뮤니티 정신을 실현하는 회사에게 점수를 줘요. HCD 세입자 중에는 정신장애인을 전문으로 변호하는 변호사도 있고, 수화 교육을 하는 단체도 있어요."

주거협동조합에 기원을 두고 있는 HCD는 협동조합의 일곱 가지 원칙을 충실히 따른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1995년에 발표한 협동조합 7대 원칙은 ▲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제도 ▲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 자율과 독립 ▲ 교육, 훈련 및 정보제공 ▲ 협동조합 간의 협동 ▲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다. 이중 HCD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여섯 번째 원칙인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다.

"전화선, 전기, 책자의 인쇄소도 협동조합 회사의 것으로 바꾸려고 해요. 또 HCD는 세입자에게 지속적으로 협동조합의 장점, 정신을 교육해요. 현재 HCD에 속해 있는 2개의 회사가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에요."

도미니크는 "회사가 협동조합의 협동을 지향하는 것처럼 제 삶에도 실현하려고 한다"면서 "핸드폰, 신발, 옷 모두 사회적 기업이나 지역 상점에서 샀다"고 덧붙였다.  

마약 거래 장소였던 주차장, 문화·예술 허브로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서 바비칸 문화예술단체 주최로 열린 'Dance Nations Dalston' 축제에 수많은 시민과 주민들이 참석해 공연을 즐기고 있다.
HCD는 주차공간으로 쓰이면서 마약도 팔고 범죄율이 높았던 질레트 스퀘어를 개발해 커뮤니티 허브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서 바비칸 문화예술단체 주최로 열린 'Dance Nations Dalston' 축제에 수많은 시민과 주민들이 참석해 공연을 즐기고 있다. HCD는 주차공간으로 쓰이면서 마약도 팔고 범죄율이 높았던 질레트 스퀘어를 개발해 커뮤니티 허브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 HCD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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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서 열린 'UPLOAD' 축제에 20명의 유명한 드러머들이 모여 시민과 주민들에게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 뒤쪽으로 유명 재즈 매거진 <다운비트(DownBeat>가 선정한 세계에서 최고의 재즈 클럽 150개 중의 하나로 꼽힌 '보텍스 재즈클럽(Vortexjazz Club)' 건물이 보인다.
 지난 2012년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서 열린 'UPLOAD' 축제에 20명의 유명한 드러머들이 모여 시민과 주민들에게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 뒤쪽으로 유명 재즈 매거진 <다운비트(DownBeat>가 선정한 세계에서 최고의 재즈 클럽 150개 중의 하나로 꼽힌 '보텍스 재즈클럽(Vortexjazz Club)' 건물이 보인다.
ⓒ HDC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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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D는 달스턴 지역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드는 데도 기여했다. 대표적인 공간이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볼텍스 재즈클럽(Vortexjazz Club)'다.

질레트 스퀘어는 샘과 마르코스의 상점 앞에 펼쳐진 광장이다. 주차장이었던 이곳은 한 때 마약거래 장소로 사용되는 등 범죄의 온상이었지만, HCD가 2003년 런던시와 함께 추진한 '공공 공간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런던 동북부 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매년 영국의 유명 드러머를 초청해 단체공연을 벌이고,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댄스 네이션스 달스턴(Dance Nations Dalston)' 축제도 열린다.

런던올림픽이 열렸던 지난해 7월에는 다음 올림픽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리는 공식 행사도 열렸다. 도미니크는 "당시 광장에 행사를 구경하기 위해 나온 인파가 만 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스퀘어 한편에는 4층으로 지어진 '달스턴 문화의 집(The Dalston Culture House)'이 자리잡고 있다. 이 건물 1층의 볼텍스 재즈클럽에는 저녁마다 문화 공연이 열린다. 클럽은 재즈에 관심이 있던 한 택시운전자가 지역 주민을 위한 재즈 공연 공간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유명 뮤지션들이 무료로 연주를 했고 이후에는 정기 연주를 하면서 클럽은 달스턴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볼텍스 재즈클럽 역시 HCD의 '입주자' 가운데 하나다.

볼텍스 재즈클럽은 2011년, 유명 재즈 매거진 <다운비트(Down Beat)>가 선정한 '세계에서 최고의 재즈 클럽 150개' 중의 하나로 꼽혔다. 또 2012년, 전 세계 문화 여행 가이드인 <타임아웃(Time Out)>의 독자들이 선정한 런던의 10개 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질레트 스퀘어를 찾은 이날은 흐리고 쌀쌀한 영국의 전형적인 겨울 날씨였다. 찌푸린 하늘 아래 스퀘어는 황량했다. 봄, 여름에는 용광로처럼 다양한 문화 축제가 벌어지지만 겨울에는 활동이 뜸하다. 때문에 HCD는 겨울 동안 이곳에 일시적으로 아이스링크를 설치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역사회 주도 '사회적 경제'에 '말고기 파동'은 없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HCD가 꿈꾸는 것은 해크니를 위한 사회적 경제다. HCD 팸플릿 적힌 소개란에는 그 목표가 잘 나타나 있다.

"We are leading the way in community-led economic regeneraion in Hackney
(우리는 해크니에서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경제적 부흥에 앞장서고 있다.)"

취재진이 영국에 머무는 동안, 쇠고기 가공식품에 말고기를 섞어 제조한 '말고기 파동'이 일어났다. 쇠고기 함량을 줄이려고 값싼 말고기를 몰래 섞어 만든 버거 패티, 미트볼 등이 적발됐다. 연일 방송과 신문에서는 생산 업체를 질타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번 파동은 생산·유통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도미니크는 이 사건에 대해 "주주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기업이 만들어낸 현상"이라며 "지역 경제와 소비자와 가까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미니크는 말고기 파동을 예로 들며 다시 한 번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인 테스코 슈퍼마켓에서 1파운드를 쓰면 12펜스만 지역경제에 돌아가지만 지역 슈퍼에서 쓰면 1.6파운드가 지역으로 돌아가요. 지역에 풀린 돈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쓰이고, 지역 경제가 위기 극복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 결국 지역경제에 큰 투자가 된다는 거예요. 이를 승수효과(Multiply effect)라고 하죠."

그가 말하는 '협동'에서 '함께 살자'는 구호가 느껴졌다. 글로벌 기업에 밀려서 망하지 않고, 소규모, 작은 기업들이 서로 연대해 함께 살자는 정신으로 이해됐다.

이날 이발사 샘은 마르코스의 머리를 공짜로 잘라주었다. 마르코스는 머리를 자르는 내내 공짜라 대충 자르는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길을 보냈고 샘은 보답으로 무엇을 해줄 것인지 따져 물으면서 키득거렸다. 시카고 바버에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 '시카고 바버'들이 서로 어울려 웃고 호혜를 베풀며 지내는 것. 이것이 결국 사회적 경제가 지향하는 일상의 풍경이 아닐까.


태그:#마을의 귀환, #해크니 협동조합 개발, #질레트 스퀘어, #마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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